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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 사랑하지만 상처받는 이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는 심리치료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자 전 세계 베스트셀러 <따위 맞은 영혼>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가 쓴 책이다.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을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런 파괴적인 행동방식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자기애에 빠진 가짜 나로부터 해방되고, 나의 진짜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활기와 진정한 가치를 찾는 것이 일종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장 서로 사랑하는데 왜 자꾸 멀어지는 걸까, 2장 둘이 함께, 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3장 행복한 관계 속에서 나를 마주하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관계에 실패하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이야기하여 인상적이다. 사랑에 실패하는 사람들, 직장에서 밀려나는 사람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에 관한 세 가지 유형은 비슷한 역동성이 작용한다. 그들이 얼마나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했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가 좀 더 쉬울 수도,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 부모와 애착 관계를 맺을 때 상처를 받았거나, 연인이나 배우자 등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이별의 상처를 겪는 등 힘들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관계에 실패하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자긍심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도 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사람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더욱 힘들어지고, 심한 경우에는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사람은 자기 가족에게 자신의 뜻에 모든 것을 맞추라고 강요하며, 가족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는 것 자체를 못 견뎌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아예 자기 의견을 갖지 않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저자는 자기도취적 애정 관계에서 부족한 것은 '정겹게 흐르는 사랑의 물결'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물결이 흘러넘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배려, 상대와 그의 삶에 대한 호기심, 상대의 감정과 욕구에 대한 공감, 파트너 간의 적절한 거리, 화해, 감사하는 마음, 존중과 인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저자는 '우리'라는 감정을 느끼고 상대방과 교감하면서 '우리'라는 공동 체험을 만들어내는 능력의 부재가 자기애적 관계를 실패로 이끄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한다.
"무관심과 방어적인 태도도 사랑하는 관계를 무력화시킵니다. 자기도취자는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시비를 가리거나 잘못을 깨닫고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뒤로 물러서거나 회피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놎감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니까요. 그들은 마음속으로 이를 몹시 수치스러워하지만 겉으로는 변명이나 책임 전가 등으로 한사코 자신을 방어합니다."
이 책에서 '나를 드러내기가 두렵다'라고 말하는 이레네라는 여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성인이 된 이레네의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문제는 그녀가 모든 행동과 태도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는 데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자신을 거부하거나 비난하는지, 아니면 호감을 갖고 받아들이는지를 끊임없이 살폈다. 그녀는 타인의 확인과 인정에 의지해서만 약간의 자존감과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레네는 이것을 '금전 출납부'라고 표현합니다. 이 금전 출납부에는 그녀의 모든 행동이 빠짐없이 기록되고 이를 통해 평가됩니다. 그녀는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고는 나중에 자신의 태도에 스스로 나쁜 평가를 내리면서 자신을 비난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그렇게 드러내 보인 것을 몹시 부끄러워합니다."
저자는 자기도취적 성격을 지닌 사람들을 치료하다보면 어린 시절에 거부당하거나 상처받은 경험이 자기중심적 방어나 자존감 또는 인간관계의 장애로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마음속에 상처받은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면의 아이를 잘 받아들일수록 자신의 현재 모습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내면의 아이가 힘을 얻을수록 자신도 힘들 얻습니다. 내면의 아이에 의해 형성된 애착은 자존감의 결핍을 치유합니다."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는 한, 자아의 모든 부분은 무의식 안에서 계속 활동합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두려움, 고통, 분노, 고독 등의 감정은 최대한 억압된 상태로 잠복해 있다가 '촉발 상황'이 주어지면 한순간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기도취자들 중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정서를 지녔거나 정서적 문맹에 가까운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공감 능력의 결핍은 자기애적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이자 대표적인 특징이다. 저자는 그것은 사랑과 지원이 필요한 인간관계를 맺는 데 최악의 조건이라고 이야기한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타인의 '다름'에 대해서 두려움이나 거부감으로 반응하지 않고 이를 기꺼이 수용하고, 심지어 삶의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입니다."
저자는 많은 자기도취자에게서 관찰되는 '완벽주의'는 어린 시절 자신의 역량에 대한 경험이 충분하지 못했던 결과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완벽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왜냐하면 모든 실패는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반증이므로 그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완벽한 행동을 통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감을 보완하려고 애를 쓴다.
이 책의 끝부분에는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관계를 만드는 9가지 방법이 소개된다. 그것은 관계의 공진화를 추구하라, 심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 솔직한 대화를 시도하라, 둘만의 '마법의 주문'을 만들어라, 평가가 아닌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라, 함께하는 삶의 모습을 그려라,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라, 내면의 생명력을 발견하라, 질문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접점을 찾아라는 9가지 방법이다. 이 책의 저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자기애에 따른 고민을 설어놓고 치료를 받은 수많은 내담자를 통해서 얻은 해결책들을 모아 정리한 '자기애적 관계에서 벗어나는 아홉 가지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이해하기 힘든 인간관계 때문에 고통받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자기애적 동기에서 생겨난 역기능적 관계와 자기도취자의 심리적 결핍에 대해 이해하여 건강한 삶을 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