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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샘터 12월호에 등장하는 흔적 지우는 남자 김석훈님의 글이 인상적이다. 냉혹한 유족을 만나면 화가 나기도 하고, 생후 1년도 되지 않은 아기가 죽은 흔적을 발견했을때는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씁쓸하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기에 오늘도 마음을 담아 흔적을 지웁니다'라고 말하는 김석훈님의 말 속에서 '그래도 죽음 곁을 지키리라'라는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열악한 현장에서 회의와 분노, 그리고 상처를 얻고 돌아오면 아무리 무감각해진 나라도 우울해지곤 한다. 작업한 날엔 시취가 몸에 배 어딜 가든 냉대를 받는다. 그럼에도 당연하단 듯 흔적 지우는 일을 이어간다. 썩어 버린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흔적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부모를 위로할 수 있기에, 고인의 하늘 이사를 도울 수 이씩에, 다시 깨끗해진 집을 보고 희망을 얻는 이가 있기에. 그리고 시취가 뭔지도 모르고 아빠에게 달려와 안기는 딸이 있기에."
샘터 12월호에는 고경원 기자가 '새 책이 말을 걸었다'라는 코너로 샘터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따끈따끈한 새 책 소식이 소개된다. 이번호에는 <정희진처럼 읽기>라는 새책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여성학자이가 평화학 연구자인 정희진에게 책 읽기는 일종의 독서 치료다.
"<정희진처럼 읽기>는 그의 마음을 자극하는 책을 '고통, 주변과 중심, 권력, 안다는 것, 삶과 죽음'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나눠 소개한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생글거리는 세상에서, 정희진은 나와 타인의 고통을 직시하라고 권한다. 비주류의 관점에서 쓴 책, 모르는 분야의 책을 즐겨 읽기에 그의 서가는 작은 서점을 방불케 한다. 모두가 그의 독서 방식을 따를 수는 없지만 참고할 수는 있으리라. 칸칸이 약이 담긴 서랍에서 내게 필요한 약을 찾아 꺼내듯,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치유했던 책의 면면을 보자. 그리고 문득 어느 책과 마음이 공명한다면 권말부록을 살펴보자. 리뷰한 도서 목록을 실어 해당 책을 더 읽고 싶은 독자들을 배려했다."
샘터 12월호 '지혜 나누는 장터'에서는 주고받고 함께 나누며 키워가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별별 물건 이력서로 만지면 해로운 비스페놀A가 검출되는 영수증, 발효 김치의 놀라운 힘에 관한 이야기 등 생활 속 유익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영수증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을 피하기 위해서는 영수증을 입에 물거나 손으로 심하게 만지작거리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영수증을 만지고 나면 손을 닦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는 습성이 있는 영유아가 절대 영수증을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비스페놀A는 물보다 기름에 잘 녹아 화장품을 발랐을 때 더욱 잘 흡수된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김치에 들어가는 무는 유산균 배양에 도움을 주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김치에 무를 넣지 않으면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유산균이 잘 자라지 못하고 잡균이 많아져 김치 본연의 맛이 나지 않는다. 양념으로 들어가는 고추는 김치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을 줄여주고 부패를 더디게 해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끔 한다. 또한 마늘을 김치에 유산균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마늘을 넣지 않으면 유산균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김치가 빨리 상할 수 있다."
연말을 마무리하는 12월. 샘터 12월호와 함께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추운 겨울이며 약속도 많은 12월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게 한해를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