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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1 ㅣ 샘터 외국소설선 12
톰 에겔란 지음, 손화수 옮김 / 샘터사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1>은 북유럽 노르웨이의 베스트셀러 작가 톰 에겔란의 소설이다. 알비노 고고학자인 비외른 벨로를 주인공으로 <요한 기사단의 황금상자>, <언약의 수호자>, <루시퍼의 복음> 그리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등 현재까지 4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흥미진진한 소재, 긴박한 구성, 지적이고도 흡입력 있는 문장, 상상을 초월하는 취재 분량, 실재와 허구를 오가며 독자와 두뇌게임을 펼치는 톰 에겔란의 작품은 출간 때마다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떠올랐고 몇몇 작품은 TV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다. 톰 에겔란의 소설들은 전 세계 약 30여국에 번역되었고, 스칸디나비아의 스릴러 & 미스터리 장르 부문 최고 작가에게 수여되는 리버튼 상을 수상했다.
노르웨이 고고학자 비외른 벨토는 암호 해독 전문가인 이탈리아 교수 로렌조 모레티의 세미나에 참석한다. 사라진 줄 알았던 중세 가톨릭 비밀결사이자 신의 이름으로 무자비한 살인을 자행하는 ‘신의 군대’ ‘비카리우스 필리 데이’가 모레티 교수를 납치하면서, 그의 매력적인 아내 안젤리카 모레티와 비외른 벨토는 이 쫓고 쫓기는 모험에 뛰어들게 된다. 더 많은 이들이 온몸의 피를 다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살해되기 전에, 믿기 힘든 비밀이 적의 손에 넘어가기 전에 모레티 교수와 비외른 벨토는 각기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를 해독해야만 한다. 1만 개의 예언으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 노스트라다무스. 그가 1500년대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코시모 대공에게 암호로 써 보낸 문서. 그리고 ‘악마의 도서관’이라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가져온 고대 문서를 담은 스물네 개의 상자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있는 자는 전 세계에서 단 세 사람뿐이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목숨을 걸고 수호하려 했던 그 거대한 비밀은 무엇일까. 노스트라다무스는 어떻게 신과 소통해 앞날을 예언하게 된 것일까? 다빈치, 미켈란젤로 그리고 노스트라다무스가 메디치가의 수장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 국방성의 DARPA와 바티칸까지 이 사건에 개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침내 ‘피의 비’가 내리는 곳에 숨겨진 신의 손길을 마주하는 순간, 고대와 현대, 신과 과학을 지배하는 숨 막히는 반전이 펼쳐진다.
"이제 정말 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블랙모어 교수가 찾고 있던 신은 성경에 나오는 신도 아니며, 믿음과 신앙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신도 아니었다. 소위 천국에 살고 있는 신도 아니고, 신비와 기적을 일으키는 신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은 분명 미래와 예언의 신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잘못 생각해왔는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어쩌면 신에 대한 믿음은 집단적인 착각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과는 너무도 다른 존재일지도 모른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1>에서는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실제 역사속의 예언자의 이야기가 등장하여 흥미롭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와 관련된 비밀들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궤 속에는 신의 비밀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왔다. 즉, 예언가들의 자필 문서. 불가사의한 일들을 기록한 문서. 마법의 의식을 행하는 주술문. 죽은 이들의 기록. 천문학적 예언 그리고 점성술과 관련된 문서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록문들. 공작은 <현자의 서>가 이들 파피루스와 두루마리 문서 그리고 고사본들 사이 어딘가에 틀림없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원래 페스트 전문의이자 약제사였다. 그러나 예언서를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는 왕과 군대의 장군들, 기업인들과 상인들을 위해 앞날을 예언했다. 그가 쓴 <알마낙>와 <예언록>은 엄청난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16세기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주술과 점성술, 연금술과 신비주의, 예언과 주술 및 마법의 주문 등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를 믿는 사람도 상당히 늘어났다. 때문에 노스트라다무스는 자신의 예언서들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오늘날 같으면 그는 별자리를 바탕으로 앞날을 예언하는 점술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셸 더 노스트라다무스는 1503년 프랑스 남부의 한 작은 마을, 생레미에서 출생했다. 그는 원래 유대계인 가소네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훗날 박해와 축출을 피해 유대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하고 이름을 바꾸었다. 그래서 얻은 성이 노스트라담이며, 세월이 지난 후 이를 또 라틴어식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바꾸었다. 총명한 소년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미셸은 16세가 될 때까지 생레미에서 살았다. 훗날, 아비뇽으로 간 그는 그곳에서 문법과 수사학, 논리학과 수학, 기하학은 물론 음악과 천문학을 모두 라틴어로 공부했다. 22세의 나이에 의대 과정을 모두 마치고 학사모를 썼으며,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페스트 전문의로 의료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와 두 명의 자식이 모두 페스트로 목숨을 잃은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슬픔을 견디지 못한 그는 의사 일을 그만두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다시 프랑스의 살롱으로 돌아와 부유한 과부인 안나 퐁세와 재혼했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세 아들과 세 딸을 두었다. 그리고 프랑스의 왕, 앙리 2세, 프랑수와 2세 그리고 샤를 9세의 주치의로 활약했으며, 특히 메디치 가문 출신인 카타리나 왕비의 극진한 총애를 받았다. 그를 둘러싼 역사는 우연과 드러나지 않은 관계 그리고 숨겨진 연결로 가득하다."
“간접적이고 애매하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노스트라다무스의 글은 어떻게 해석해도 다 맞아 들어가요. 그는 점을 쳐서 먹고사는 사기꾼들이 따르는 법칙을 곧이곧대로 따랐던 사람이에요. 은유와 비유를 사용한 애매한 말로 예언을 하면 어떤 방향으로든 해석이 가능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대로 해석을 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예언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게 맞아떨어질 가능성도 더 커지겠지요. 노스트라다무스가 남긴 예언은 무려 1만 개가 넘습니다. 1만 개! 페스트와 가뭄, 지진과 홍수, 전쟁. 이런 일들은 언젠가는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이런 큰 사건들을 제외한 예언 중에서 맞아떨어진 것들이 과연 몇 개나 있을까요? 사실, 따지고 보면 전쟁이나 세계적 차원의 가뭄과 같은 큰 재앙을 예언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일어나기 마련인 일들이니까요. 비
밀은 바로 이런 재앙이 일어날 시기와 장소를 애매하게 흘려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맞아떨어지게 되어 있지요.”
이 책에 등장인물인 노스트라다무스 천우외 회장 테오필루스 드 가렌시에레가 쓴 기사글의 내용이 흥미롭다.
"우리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예언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내면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즉, 예언의 정수는 수정 구슬이나 예언자가 사용하는 도구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예언자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기억해 야 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시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생각해보는 글귀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은 소용돌이처럼 돌고 도는 것이다. 소용돌이 치는 해류에 휘말려 들면 빠져나올 수도 없다.'라는 글귀는 시간이란 손안의 모래와도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가 이 책에서 시간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노스트라다무스가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젊었을 때는 시간이라는 것이 지구상의 순간순간을 재는 어떤 측정 기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간이라는 것은 영속적으로 이어지는 순간순간의 사실이며,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은 연대기적으로 존재하는 두 점 사이를 반듯하게 잇는 줄이었던가? 그렇지 않으면 얽히고설킨 과거와 미래를 두서없이 섞어 현재 속에 그려내는 하나의 개체였던가?(...)
시간은 굽힐 수 있는 것, 휠 수 있는 것,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던가? 무당이나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이들은, 우리 인간이 만들었던 시계와 달력 속에서 엄격하게 존재하는 시간 개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인가? 시계와 달력은 불가해한 개념을 지닌 시간을 시각화하고 나누어보려고 인간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불과하지 않은가? 영매와 무당들은 현재에 속한 자신들의 위치에 아랑곳없이, 우리가 절대적인 것이라 알고 있는 시간 속을 여기저기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인 것일까? 점성숙가들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 속에서 살기 마련이라고 한다. 이렇듯 한 존재의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이론적으로 볼 때 그 존재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청문학자가 과거 한 행성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주기를 알아냈다면, 그 미래 진로도 예측할 수 있다. 점성술가도 이런 방식으로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는 건 아닐까. 미래를 예언한다는 것은 시간의 개념을 무효화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라 알고 있는 시간의 한 점을 지워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소행성과 블래홀의 중력 등이 행성의 주기적인 진로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천문학자의 모든 이론과 예상은 쓸모없게 되고야 만다. 영매나 점성술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우리 인간의 삶이 예상 가능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 할지라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어떤 일 때문에 우리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 또한,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신이나 절대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
이 책에서 비외른이 이야기하는 거울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거울은 또 다른 현실'이라는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거울....... 내게 있어 거울은 또 다른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히 고개를 저으리라. 거울은 현실을 반사해 보여줄 뿐이다. 그것도 역방향으로.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다. 거울이 반사해내는 역방향의 그림은 현실의 재생산이 아니던가? 현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현실이라는 것은 우리가 눈으로 명확하게 볼 수 없는 것들을 왜곡해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거울을 자주 보지는 않지만, 거울을 볼 떄마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본다. 동시에 거울 속에 비치는 내 얼굴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본다. 만약 거울 저편에도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면, 거울은 두 개의 현실을 잇는 창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차원의 세계. 내가 존재하는 여기, 내 눈앞의 현실과는 역방향으로 존재하는 그런 세계 말이다. 하나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비외른이 거울을 들어 올려 그 속을 바라보는 그 순간, 거울 저편의 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비외른도 동시에 거울을 들여다보는 건 아닐까? 그리고 거울 저편의 비외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들과 함께 납치당한 암호 해독 전문가인 이탈리아 교수 로렌조 모레티와 바르톨로메우스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바르톨로메우스는 '언약의 궤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신의 신성함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언약의 궤를 통해 신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성경에도 적혀 있어요. 신은 언약의 궤를 통해 인간들에게 뜻을 전하겠다고 했습니다. 언약의 궤는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신성한 채널입니다. 모세2경에서는, 언약의 궤 옆에서 모세를 만나 그 뜻을 전하겠다는 신의 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이 전하고 싶은 말은 모두 언약의 궤 위에 자리한 두 천사 사이의 공간에서 전달될 것이라고 했지요.”
로렌조 교수의 매력적인 아내 안젤리카 모레티와 노르웨이 고고학자 비외른 벨토는 이 쫓고 쫓기는 모험에 뛰어들게 되면서 그들을 도와주던 사람들이 무참히 살해된다. 그들은 지구 종말의 궁극적 목적을 지닌 '비카리우스 필리 데이'라는 집단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해 알게 된다. 과연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는 이들과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2>권이 기대된다.
"그녀는 삶의 자그마한 것들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했다. 아주 작은 것들. 너무도 작고 무의미하게만 보이는 것들이라 단 한번도 시간을 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볼 만한 가치도 느낄 수 없는 그런 것들. 하지만 안젤리카는 바로 그런 것들이 우리의 삶을 채워나가는 요소이며, 결국 삶이 어떤 형태를 가질 것인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당시 가톨릭교회에 속해 있던 수 명의 사제들이 연이어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지요. 남쪽의 메시나 지방에서부터 북쪽의 트렌토 지방까지 모두 일곱 명의 신부들이 피를 뽑힌 채 나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세간에서는 그들이 미사 집전을 보조하는 복사를 성폭행했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지요. 진실이 무엇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 주장은 기록으로 남지도 않았고 증거도 없었거든요. 연쇄살인범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바티칸의 자체 수사위원회에 발탁되어 살인 방법과 관련된 역사적 배경을 조사했습니다. 비카리우스 필리 데이라는 집단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악의 집단이지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집단이라고도 합니다만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1850년대에도 일련의 연쇄살인이 발생했는데, 그때도 희생자들이 모두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의 몸에는 피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