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8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샘터의 가장 앞면에는 항상 양인자님의 칼럼이 실린다. 샘터 8월호에는​ '뒤늦은 방학 숙제'라는 제목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양인자님은 <이야기 성서>라는 책을 소개한다.

"젊었을 때는 하도 바람이 많이 불어 빨리 나이 들기를 바랐다. 나이 들면 이 전쟁 같은 열정이 물러가고 평화가 오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전쟁은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이다. 옛날에는 좋은 게 많아서 죽겠더니 나이 드니까 싫은 게 많아서 죽겠다. 좋은 게 너무 많았던 그때는 날더러 어쩌라고요 하면서 하느님! 부르짖었고 싫은 게 많은 지금은 아이고 부처님, 나 부처님 좀 닮게 해주시오, 싹싹 빌어본다. 마음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할 때는 좋은 것이건 싫은 것이건 모두가 지옥이다. 그리고 그 지옥에서 벗어나려 종교를 기웃거린다."​

 아래는 책 <이야기 성서> 속의 한 구절이다.​ 양인자님은 <이야기 성서>를 마시멜로를 입안에 넣은 듯 달콤하기까지 한 책이라고 소개하니 읽어보고 싶다.

"성서를 되풀이하여 읽는 중에 문득 눈이 밝아지는 기쁨, 어떤 크나큰 존재의 손길을 느끼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고 초월적 고양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샘터 8월호 이달의 만남 사람 코너에서 개그맨 이홍렬의 '나눔도 개그처럼 즐겁게'라는 제목의 글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걸 조금씩 나누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이홍렬의 말이 인상적이다. 말하고 나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개그맨 이홍렬의 삶을 본받아야 겠다.

"나는 박애주의자가 아니에요.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노후도 열심히 챙겨요. 다만 내가 가진 걸 조금씩 나누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원래 예순 전까지는 절대 주례를 안 보겠다 했거든요. 그런데 개그맨 한민관의 주례를 부탁받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겼어요. 신랑 신부 불러다가 '나는 아무것도 안 줘도 되니 아프리카 어린이를 한 명 후원해라. 소액도 상관없다. 대신 평생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랬죠. 그렇게 결혼식 주례를 여섯 번 섰어요. 어디 100쌍 합동결혼식 하는 곳 없을까요? 하하."​

 

 

샘터에서 좋아하는 칼럼 중에 '흔적 찾는 여자 흔적 지우는 남자'가 있다. 샘터 8월호에서는 '당신도 괴물이 될 수 있다'라는 제목의 흔적 지우는 남자 김석훈님의 칼럼이 실렸다. 그는 범죄현장, 고독사, 자살 등 특수 현장 전문 청소업체를 운영한다. 범죄 현장을 청소하는 일은 개인이 아니라 법무부를 통해 의뢰가 들어오며, 범죄 현장 청소는 폴리스 라인 너무 처참한 범죄 흔적을 치우는 일은 물론,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 뿌려진 가루를 제거하는 일 등도 포함된다고 한다. 죽음의 흔적은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남들은 외면하는 현장에서 눈총까지 받아가며 일하는 김석훈님을 응원하고 싶다.

"눈으로 보기엔 영화나 인터넷을 떠다니는 끔찍한 장면과 비슷하겠지만 진짜 현장은 다르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시공감각 등 각종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가 온몸을 덮치기 때문이다. 그곳을 치우면서 들리는 소리들, 더해지는 냄새들, 어지러운 흔적에서 저절로 그려지는 끔찍한 상황들... 가장 힘든 건 피비린내를 견디는 일이다. 넘어져서 상처가 나면 맡던 피 냄새, 녹슨 쇠 냄새로 기억하는 피 냄새가 아니라 우시장 골목에 가면 공기 중에 가득한 생피비린내다. 그리고 살이 터지면 지방이 흐르며 나는 냄새가 있다. 이 두 냄새가 섞이면 정말 맡아보지 못한 악취가 난다."​

"원치 않게 그런 범죄 현장들을 여러 번 찾으며 느끼는 게 하나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기까지 한 일상적인 갈등 탓에 싸우고, 그 싸움이 번져서 우발적인 살인으로 이어지는 일이 너무도 많다. 나는 계획적인 살인이나 사이코패스의 '묻지마살인'만큼이나 우발적 살인이 무섭다. 흔해빠진 갈등이 보통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는 것이. 그래서 나나 내 주변 사람이 괴물의 희생양이 되거나, 심지어 그 괴물 본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두렵다. 하지만 마냥 두려워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건강하게 갈등을 푸는 일부터 배우는 수밖에."​

 

 

샘터에서 매달 기고되는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인 서민 교수의 기생충에게 배우다 칼럼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샘터 8월호에서는 '그러다 기생충 될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기생충의 생태와 특징과 함께 인간의 삶을 비교하는 글이 흥미롭다. 사람 몸안에서 사는 기생충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눈을 잃어버렸다. 둘째, 다리를 잃어버렸다. 셋째, 뇌가 없어졌다. 넷째, 몸 전체가 생식기로 바뀌었다. 1970년대, 인간은 알벤다졸이라는 구충제를 개발했다. 알벤다졸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 한 알만 먹어도 그 안에 있던 기생충은 다 박멸됐다. 뇌를 잃어버린 기생충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쓸쓸히 죽어갔다. 다시 몇만 년의 시간이 흘러,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을 개발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스마트폰만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러는동안 인간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지독한 근시가 됐다. 둘째, 걷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셋째, 뇌가 작아졌다. 넷째, 인간의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기생충과 인간의 삶이 이렇게 비슷해질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샘터 시조 코너에서 '열쇠'와 '돌바기'라는 시조가 인상적이다. 이 글을 뽑는 말의 시조시인 박기섭님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시조는 맺고 푸는 시가 형식이다. 맺되 옹이를 지우고, 풀되 굽이치는 여울은 둔다. 옹이가 심상이라면, 여울은 가락이다. 살아 있는 감각이 살아 있는 표현을 낳는다. '구속 속의 자유'를 누리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형식에 끌려다니지 말고 형식을 끌고 다닐 일이다. 깊이가 넓이를 이긴다. 많은 작품을 쓰기보다 한 편이라고 제대로 된 작품을 쓰자."

 

 

샘터 8월호의 윤성근님의 '헌책이 말을 걸었다' 칼럼에는 '고요를 듣다'라는 제목의 <작아지는 너에게>라는 시집과 사연이 소개된다. 홍영철 시인이 쓴 '어둠이여,/그대 품 안에서/진실한 잠이 춤후듯/비가 오는군, 비가 오는군./발목까지 출렁이는 누군가의 노래가/믿을 수 없는 비가.' 라는 시를 고요하게 읽어본다. 

 

"내가 듣고 싶은 소리는 고요한 곳에 있다는 것을. 고요는 거대한 바다처름 수많은 소리를 품고 있다. 바다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었던 것이 언제일까."

 

 

기독교 신학자이며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의 종신교수인 현경님의 '뉴욕에서 띄운 진주알 편지' 글을 좋아한다. 샘터 8월호에서는 '사랑의 진화'라는 제목의 영화 <그녀>에 관한 글이 실려있다.

 

"몸이 없는 사만다처럼 빠른 속도로 진화하며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할 수 없기에, 우리는 감히 간도 크게 일생을 변치 않고 사랑하겠다며 맹세를 하며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긴 세월 아이들을 키우며 살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몸을 가진 인간의 삶의 중력이고 또 정겨움이 아닐까요?

하지만 가끔은 사만다처럼 '나'라는 감옥 같은 프로그램의 문을 열고 걸어 나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구질구질한 인간의 사랑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여 우리는 서로 진짜 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소통이 그리운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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