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받아들여졌다 -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51편의 묵상 잠언
류해욱 지음, 남인근 사진 / 샘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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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그대는 받아들여졌다>는 류해욱 신부가 직접 가려 뽑고 번역한 51편의 잠언과 그에 관한 묵상 글을 담은 책이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펄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 알프레드 테니슨의 <사우보>, 토머스 머튼의 기도, 이용범의 <무소유의 행복>, 폴 틸리히의 <잠언록>, 칼릴 지브란의 <내 영혼이 내게 들려주네>, 맥스 어만의 <소망>,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굴하지 않는 영혼> 등 류해욱 신부가 선정한 작품의 글과 함께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다. 

류해욱 신부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소개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우리 인간은 이 햇살과 같다. 햇살처럼 사라지거나 고갈되지 않고 퍼져 나가야 한다. 퍼져 나가다가 장애물을 만나게 되면 그 장애물을 거슬러 다투거나 그 장애물에 추락하지 않고 오히려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부당하거나 사랑 때문에 상처받더라도, 오히려 그 상황에 머물라는 류해욱 신부의 말에 귀기울여야겠다. 참 사랑은 거슬러 다투지도, 절망하여 추락하지도 않기 때문이라는 류해욱 신부의 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 순간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좌절합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상대에게 배신당했을 때의 참혹함은 죽음의 고통과 맞먹지요.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고 먹어도 먹는 것 같지 않으며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햇살처럼 가만히 머물러야 합니다. 햇살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하면 길이 보입니다. 어떤 난관에 부딪혔을 때 햇살처럼 그곳에 머무르며 인간 정신에 내재한 빛을 찾아야 한다는 아우렐리우스의 성찰은 한 줄기 햇살 같습니다."

 

 

류해욱 신부가 소개하는 펄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슬픔에는 두 가지 종유의 슬픔이 있다.

달랠 수 있는 슬픔과 달래지지 않는 슬픔이다.

달랠 수 있는 슬픔은 살면서 마음속에 묻고 있는 슬픔이지만,

달랠 ​수 없는 슬픔은 삶을 바꾸어 놓으며 슬픔 그 자체가 삶이 되기도 한다.

사라지는 슬픔은 달랠 수 있지만

안고 살아가야 하는 슬픔은 영원히 달래지지 않는다."

류해욱 신부는 펄벅의 말처럼 때로 슬픔을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말한다. 그는 슬픔을 겪고 인내한 사람은 삶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고, 누군가 좌절을 겪을 때 진정으로 공감하고 같이 아파해 줄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슬픔이 지혜를 키워주기 때문이다. '슬픔은 그저 피하고 싶은 감정, 행복과 반대되는 그 무엇이 아니라, 행복으로 가는 지혜의 길목에서 반드시 건너야 하는 강인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류해욱 신부의 이야기를 통해서 성숙한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펄벅은 달래지지 않는 슬픔이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았고, 그 슬픔이 바로 삶이 되었다고 토로합니다. 우리에게도 도저히 달래지지 않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이 나를 바꾸어 놓습니다. 슬픔을 인내하는 법을 배우려 하지만 어쩌면 슬픔은 견뎌 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류해욱 신부는 이용범의 <무소유의 행복>을 소개한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자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류해욱 신부의 말이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존재의 소중함을 잊을 때가 많은데, 자연은 새로운 눈으로 사람을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치유해 주기 때문이다.

" '행복은 나 이외의 것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보내는 것'이라는 말이 제 마음을 기쁨으로 출렁이게 합니다. 별을 별로 바라볼 수 있을 때 행복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저는 인간을 진정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행복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나 이외의 것들'에는 자연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도 포함되니까요.​ 서로에게 미소를 건네고 함께 웃음 지을 때 느끼는 기쁨, 지극히 사소한 것이라 해도 그것이 삶의 밀핵처럼 느껴집니다."

류해욱 신부는 폴 틸리히의 <잠언록>을 소개하며 '받아들임'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단지 그대가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십시오'라는 폴 틸리히의 잠언록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자신을 받아들이는 용기는 큰 감동을 받거나 누군가에게 이끌렸을 때 생깁니다. 내가 사랑스럽고 중요하며 쓸모 있는 존재라는 것,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나와 함께 있는 것을 기뻐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면 쉽게 다른 사람도 받아들기에 됩니다."

류해욱 신부는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굴하지 않는 영혼>을 소개한다. <굴하지 않는 영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의 애송시로도 유명하다. 이 시의 원제인 '인빅투스'는 라틴어로 '굴하지 않는'이라는 뜻이다. 이 시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그린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투스>에서 먼저 접했다. 류해욱 신부는 27년간 감옥살이는 하고도 자신을 가둔 자를 용서한 넬슨 만델라와 모진 육체의 고통에 굴하지 않았던 어니스트 헨리를 떠올리며 이 시를 읽으면 고통에 굴하지 않는 사람의 영혼이 광휘처럼 빛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시야는 온통 어둠의 구렁텅이

나를 휘감고 있는 칠흙의 밤으로부터

나는 그가 어떤 신이든지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셨음에 감사드린다.

분노와 눈물로 범벅이 된 이곳 너머로

공포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습을 드러낸다.

아직도 짓눌림의 세월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태 두려워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이 얼마나 좁은지, 운명의 두루마리가

얼마나 형벌로 채워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내 영혼의 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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