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기적 - 시각 장애 아이들의 마음으로 찍은 사진 여행 이야기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지음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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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손끝의 기적>은 서울 한빛 맹학교 여섯 아이들이 강영호 사진작가과 함께 강원도로 3박 4일의 사진 여행을 떠나며 찍은 사진과 글의 기록이다. 강영호 작가는 '어떤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것, 그리고 쓸데 없는 짓이라고 여기던 일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만으로 그들은 이미 예술가'라고 말한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소리와 오감을 통해서 예술 행위를 표현한 아이들의 작품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들이 감각으로 찍어야 하기기 때문에 청각과 후각 그리고 촉감이 풍부한 곳,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에서의 아름다운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구도도 포커스도 광선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숲으로 데려가 이것이 숲의 향기라고, 바닷가로 데려가 이것이 파도의 소리라고만 일러 주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란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사소한 손짓뿐이었다. 단 하나 내가 알려 준 것이 있다면, 사진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여행은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기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선행이나 봉사를 위한 여행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과 더불어 작업하러 여행을 떠난 것일뿐. 우리는 즐거웠고 재미있게 놀았다. 시각 장애 아이들이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 그들이 느낀 세상은 우리가 본 세상과 조금 다르다. 그들이 찍은 사진은 우리가 늘 찍고 보덧 '인증샷'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들이 '사진'이라는 언어로 들려주는 세상을 여러분도 함께 느껴 보길 바란다."

 

이 책에는 태어날 때부터 컴컴한 세상에서 부모도 없이 섬처럼 자란 17세 소녀 나라,  열한 살 때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으로 시력 저하 증상이 나타난 17세 소녀 성희, 선천적인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나서 희미한 형체만 구분하는 9세 소녀 소정이, 돌이 되기도 전에 안과 수술을 받았고 여섯 살 무렵까지는 저시력을 간신히 유지하다가 그 후 완전히 빛을 잃은 14세 소년 종서,  정상 시력이었지만 중학교 3학년 부렵에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시력을 잃은 18세 소년 범빈, 선천성 시각 장애를 갖고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형태나 색깔을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15세 소년 정완이라는 여섯 아이들이 찍은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세상을 담고, 감각을 깨우고, 다가가서 들여다보며 자주보고 멀리보는 여섯 아이들의 사진은 큰 감동을 준다.

 

"때로는 다 보여 주는 것보다 일부만 보여 주는 것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실제보다 아름다워질 수 있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보며 찍히지 않은 부분을 상상하게 된다.

아이들이 그랬듯이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상상하며

프레임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느껴 보는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보이지 않음의 미학을 아이들의 사진으로 배운다."

 

 

이 책에는 여섯 아이들이 여행 중 찍은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인사이트2 캠페인 페이스북(www.facebook-insight2.com)에 올려 온라인상에서 사람들과 소통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직접 아이들이 찍은 사진도 보았다. 사람들과 함께 교감하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사진이 감동적이다.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사진은 언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시각장애 아이들의 감각은 섬세하며 따뜻하다. 손 끝으로 본 아이들의 세상은 아름답고 창의적이다.

 

"성희가 말했다. 사진을 찍으면 누군가가 본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찍을 거라고. 시각 장애 아이들에게도 사진은 언어다.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이 알고 느낀 세상에 대해서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다. 그들이 들은 것, 그들이 맡은 것, 그들이 만진 것을 우리와함께 나눌 수 있다.

소통은 그런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를 공유하는 것. 보이지 않는 세상의 감각이 안일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이 책에서 시각장애 아이들이 동물들을 찍은 사진이 눈길을 끈다.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동물들의 순수함이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함의 결정체들이 만난 사진은 더욱 감동적인 것이 아닐까...

 

"우리는 왜 동물을 보면 순수해질까? 동물들에게는 아무런 가식이나 가면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마음은 눈에 보이는 모습과 똑같다. 그래서 동물들은 있는 그대로 믿고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을 의식하지 않기에 속임수가 없다.

양을 처음 보고 무서워하던 아이들은 이내 친해져서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동물의 순수함이 아이들의 맑음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시각장애 아이가 찍은 물고기 사진이 독특하다. '이 물고기처럼 한 번이라도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 적 있는가'라는 글귀를 통해서 삶의 열정을 되새겨본다.
 
"미끼에 걸린 물고기처럼 금방이라고 숨이 끊어질 것 같은 때도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나는 이 물고기처럼 한 번이라도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 적 있는가.
한 번이라도 이렇게 필사적으로 숨 쉬어 본 적 있는가.
그러고는 알았다.
나는 아직 숨이 끊길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침착하고 사려 깊다'라는 글귀에 나를 반성해본다. 나는 보인다는 오만함에 빠져서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자신의 길을 온전히 걸어가는 아이들의 사진에서 사려깊은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보인다는 오만 때문에 서두르고, 그러다 발을 헛디딘다.
돌진하고 부딪치고 다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침착하고 사려 깊다.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옆과 뒤까지 찬찬히 느끼며 나아간다.
함부로 팔을 뻗거나 휘두르지 않는다.
밀치거나 걷어차지 않는다.
그저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하며 방향을 잡는다.
주변 공기를 모두 흡수하듯 겸허하지만 단호하게 나아간다."

 

 

시각장애 아이들과 강영호 작가가 떠난 여행에서 아이들은 자신과 세상과 타인을 보았을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온몸으로 아이들은 여행의 진리를 느끼지 않았을까...
 
"여행이란
나를 보고
세상을 보고
타인을 보는 것.
아이들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볼 수 없다고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이 책은 시각장애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서 예술작품을 느끼게 한다. '쓸데 없는 일'일지라도 예술로 인하여 인간은 풍요롭고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돈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참된 예술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아이들의 사진은 우리에게 순수함과 행복감을 안겨준다.
 
"누구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쓸데없고 쓸모없는 일이라고 해도 좋다.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살겠는가? 문화와 예술을 만들고 인간 세상을 풍요롭게 한 것은 결국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는가. 아이들이 쓸데없는 일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책 끝부분에 '인사이트 캠페인'에 대한 소개글이 등장한다. 인사이트 캠페인은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2013년 두 번째 인사이트 캠페인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 매체를 적극 활용해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캠페인에 참여할 시각장애 아이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고 소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리고 2013년 겨울, 3박 4일간 여섯 아이들과 강영호 작가가 사진 여행을 떠났다.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 양떼목장과 눈썰매장, 삼척의 바닷가에서 끝없이 펼쳐진 눈밭과 발끝에 닿는 파도 소리, 폭죽 소리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이 여정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2013년 12월 17일 KBS1에서 <손끝의 기적,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인사이트 캠페인은 우리 사회 시각 장애 아이들에게 표현과 소통을 위한 희망을 열어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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