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움직이게 하라 - 살아있는 조직을 만드는 시스템의 힘
김종삼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스스로 움직이게 하라>는 국내 최고의 시스템 전문가인 김종삼이 썼다. 이 책은 조직 안에서 살아가는 직장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갖기 위해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시스템의 힘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독자들이 읽기 쉽게 썼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이 책은 내가 시스템에 몰입해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하고 직접 부딪혔던 이야기들로 채웠다. 그래서 사례가 상당히 많다. 기업, 공공기관, 학교, 시민단체, 군대 등 다양한 자리에서 경험한 이 사례들이 삶의 모양은 다르지만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바라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독자들이 시스템에 대하여 쉽게 이해하여 보다 품격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의 목차는 저절로 되게 하라, 왜 시스템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스템을 만드는 8가지 원칙,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라는 5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상당히 친절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상담전화를 하든 관공서에 가든, 하다못해 고속도로 휴게소 환경미화원까지 모두가 친절하다. 저자는 결국 그들의 의식이 높아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며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시스템이 사람을 바꾼다는 사실을 모른다.

 

행동을 일일이 간섭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저자는 시스템을 잘 활용한 예로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설치된 피아노 계단을 이야기한다. 스웨덴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엘리베이트의 혼잡을 막기 위해 '계단을 많이 이요해달라'며 스티커를 붙이고 안내요원까지 배치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가 피아노 계단이다. 이 계단을 설치하자 이전보다 다섯 배 이상의 많은 보행자가 계단을 이용하는 효과를 얻었다.

 

저자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피할 수는 없는 대신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서 당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들의 끊임없는 공격 시스템에 당하지 않으려면 나도 시스템으로 방어를 해야 한다.

 

"당장 휴대폰 요즘 자동이체를 중지하고 요금 내역서부터 꼼꼼히 확인해보자. 물건을 살 때는 즉흥적으로 사지 말고 미리 적어놓은 품목만을 사도록 한다. 신용카드는 집에 두고 다니거나 아예 한도를 줄여놓는다. 회식자리에 나갈 때는 카드 대신 그날 쓸 현금만을 미리 챙긴다."

 

저자는 시스템을 만드는 8가지 원칙을 이야기한다. 평등보다 공정이다, 시스템을 만드는 8가지 원칙으로는 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 채찍보다 당근이 효과적이다, 시스템도 진화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라, 제도보다 장치를 만들어라, 단계별로 시행하라, 시스템을 없애라는 내용이 소개된다.

 

특히 시스템은 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에 크게 공감이 되었다. 우리는 제도를 만들고 지키기 못한 원인은 시스템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제도 대부분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거로 뽑힌 그들이 선거 때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려면 과연 공정한 제도를 만들겠는가라고 비판한다. 제도는 정치인이 아니라 기업이나 공무원 등 담당자들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제도를 만드는 것을 회피한다. 제도를 만드는 절차가 복합하고 제도를 발의한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법이나 복지 관련 법처럼 이익을 보는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가 점점 더 많아지고 손실은 국민 전체, 우리의 자녀들이 떠맡아야 한다.

 

"존 롤스의 정의론에 따르면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이 마지막 케이크 조각을 반드시 가져가게 되어 있다. 그것도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큰 조각을 말이다. 그렇기에 시스템은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이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이 만들면 당연히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만들게 되어 있다."

 

또한 '채찍보다 당근이 효과적이다'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당근 대신 채찍을 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효과가 빠르기 때문이다. 또한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같이 사회적 우위의 자리, 즉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더더욱 그들은 채찍 외에는 아예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시스템을 만들 때 당근은 쏙 빼로 채찍 위주로 만들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채찍은 통장에 늘어나는 마이너스 잔고와 같고, 칭찬이나 보상 등 당근은  플러스 잔고와도 같아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시스템 전문가로서 4대강 사업 문제에 대한 추진 과정에 대해 지적한다. 저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범사업을 먼저 해보고 문제점이 있는지 없는지 검토한 후에 단계별로 시행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작은 어항의 물 하나를 갈아주어도 물고기는 갑자기 바뀐 환경 때문에 모두 죽어버린다. 하물며 전국의 강을 바꾸는 사업이라면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4대강 사업 뿐만 아니라 그동한 시행한 무상뵤육이나 노인연금법 등 모든 정책이 하나같이 정치논리에 따라 급조되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스템은 한번 만들어 시행하면 다시 거둬들이기가 쥡기 않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을 고려해서 단계별로 조금씩 확대해나가야 한다.

 

저자는 시스템의 최종 목표는 시스템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시스템이 있는지 없는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게 선진국이고 문화시민이다. 문화는 최소한 한 세대, 즉 30년에서 50년 이상 지속적으로 변함없이 그 상태가 유지될 때 문화라고 한다. 하지만 시스템 없이 문화사회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 시스템에서 머물지 않고 문화사회가 되는 길이 시스템의 최종 목표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저자는 책 마지막 장으로 시스템을 개인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스스로를 결박하기, 몸을 힘들게 하기, 서랍장 정리, 소지품 바꾸기 등을 통해 시스템을 개인에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술은 석잔 이상 안 마시겠다, 일주일에 책 한권씩 꼭 읽겠다, 매일 일기를 쓰겠다고 끊임없이 생각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저자는 그것은 바로 내 몸속에 있는 동물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와 동물의 뇌가 싸웠을 때 동물의 뇌가 이긴다. 저자는 동물의 뇌를 다스리는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첫째, 동물의 뇌는 혼자가 아닌 조직이 만든 규칙은 고분고분 따른다. 둘째, 동물의 뇌는 반복학습에 꼼짝을 못하기 때문에 매일 규칙적으로 3주 이상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평소 동물의 뇌의 습성을 알고 그와 반대로 하면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등산이나 운동을 가고 TV를 보는 대신 펑소를 하고 저녁에는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다.

 

우주 삼라만상은 일정한 규칙에 의해 움직인다. 오로지 인간만이 이 규칙에서 벗어나 있다. 칸트는 자신이 규칙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자연의 흐름과 하나가 되고자 했다고 한다. 규칙적인 생활이야말로 칸트가 우리에게 행동으로 보여준 심오한 철학이다. 인간답게 살아가는 비밀이기도 하다. 아무런 법칙도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 아니다. <스스로 움직이게 하라>는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의 힘을 일깨워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