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청춘, 문득 떠남 - 홍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까지 한량 음악가 티어라이너의 무중력 방랑기
티어라이너 글.사진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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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느린 청춘, 문득 떠남>은 '커피 프린스 1호점' 음악감독 티어라이너의 여행 에세이이다. 그는 스페인, 포스투갈, 모로코를 여행하며 여행과 일상, 음악에 대한 글을 썼다.

 

저자인 티어라이너는 스페인의 마드리드, 톨레도, 세고비아, 바야돌리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그라나다, 네르하, 말라가, 코르도바,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히로나, 팔마데마요르카, 소예르를 여행하였고 포스투칼의 포르투, 리스본, 신트라, 라고스, 파루를 여행하였으며 모로코에서는 마라케시, 모로코 남부, 사하라 사막, 페스, 쉐프샤우엔, 테투안을 여행하였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의 빈티지하고 농밀한 삶의 한 가운데를 말하는 건물사진이 인상적이다.

 

"이 도시에는 소박한 사사로움이 있다. 황혼과 여러모로 닮았지만 그처럼 열정적이지도 않다. 포르투의 정겨움과는 다른 사적인 어루만짐. 이 소소함이 진득하게 마음에 남는다."

 

 

여행을 통해서 저자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단편적이고 날이 선 작사를 피하려고 즐겨 쓰는 방법 중 하나는 직접적인 하나의 감정이나 하나의 이야기에 몰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할때도 의미는 중의적이고 방향을 모호하게 설정한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전혀 다른 감상들을 즐기고 존중하며, 그런 평가와 감상들을 보면서 음악을 하는 보람과 힘을 얻는 사람이었다.

 

"나는 '건조한 촉촉함'을 사랑하고, '서늘한 따뜻함'을 사랑한다. 나의 음악도 남들에게 이렇게 서로 다른 감정의 모순적 결합으로 들렸으면 좋겠다. 청자들의 감성에 따라 같은 음악도 다르게 들린다고, 나는 믿는다. 어떤 이가 부드럽고 따뜻하다고 느낀 곡이 다른 이에게는 냉소와 허무함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그 놀라운 차이의 간극은 사랑스럽다. 답이 하나뿐이거나 똑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은 동화 속의 단편적인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선자는 끝까지 선하고, 악자는 끝까지 악한 세상이란 없다. 선악을 나누기 이전에 그 경제 자체도 시대에 따라 바뀌고 지역과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삶의 정답이 없고 다양성이 존재할진대 음악이라고 일률적으로 전달될 이유는 없다."

 

저자는 모로코에서는 경치를 구경하기 좋은 명당으로 공동묘지를 놓쳐선 안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로코의 도시들은 카스바 밖으로만 나가면 언제든 입지 좋은 언덕에 자리한 공동묘지를 접할 수 있다고 한다.

 

"묘지는 내게 아주 매력적인 관광 포인트다. 여행객에게 공동묘지가 좋은 관광지인 이유는 묘지 자체에 담긴 독특한 분위기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공동묘지 터가 그 도시의 '명당'이라는 데 있다. 묘지들이 늘어선 언덕에 오르면 메디나에 가득 들어찬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반대편으로 넓은 도로와 신시가가 펼쳐진다. 무덤가에 오르면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보는 셈이다."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골목의 분위기를 이야기한다. 골목은 연애하는 여자 마음과 같아서 간드러지게 굽이치다가도 어느 순간 막혀버리고, 미로와 같아 알 길이 없어 보이지만 어디로든 진득하게 가다 보면 곧 대로와 만난다는 그의 골목애찬을 만날 수 있다.

 

"골목 구석구석의 놀라운 풍경들, 서로 다른 분위기, 서로 다른 냄새들, 서로 다른 삶들. 아침과 밤의 골목에 중독되어 쉽게 헤어나오기 힘들다. 거기에는 호객이나 부담스러운 시선도 없고, 시끄러움이나 더러움도 없다. 대신 안개 자욱한 새벽의 파랗고 차가운 고요나, 노랗고 따스한 밤의 분위기와 평화, 한적한 자유로움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저자가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에 대한 것이. 좀 더 여행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큰 사진이나 재미있는 사진들을 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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