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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책 <고양이 변호사>는 작년 4월 일본에서 방영된 <고양이 변호사, 시체의 몸값>의 원작이다. 참신하고 능력 있는 작가 발굴과 질 높은 영상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제정한 ‘TBS 고단샤 드라마 원작 대상’ 제3회 수상작품이다.
모모세는 고양이 관련 소송을 감동적으로 해결하여 유명해진 변호사이다. 하지만 매번 결혼정보업체에서 지정해준 맞선에서 퇴짜를 맞으며 개인적인 일상은 허술하다. 고양이 변호사라는 별명이 붙여진 모모세에게는 의뢰를 하면서 맡겨진 열한마리의 고양이들이 있다. 어느날 '신데렐라슈즈'라는 큰 구두 기업 회장의 장례 과정에서 시신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모세에게 이 사건에 대한 의뢰가 들어온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모세는 빈약한 몸에 빈티 나는 양복, 코에는 맵시 없는 동그란 검은 테 안경이 걸려 있고, 굽슬굽슬한 앞머리를 팔락거리는 이미지의 변호사라는 모습이 신선하다. 7살에 미국에서 어머니와 헤어져 일본으로 왔지만, 모모세는 어머니를 사랑했고, 어머니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변호사라는 직업을 생각했다. 모모세는 원래 큰 로펌에서 일했지만, 세타가야 고양이 저택 사건을 해결한 후 애완동물 소송을 전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애완동물 소송은 전례가 적어서 많은 검증이 필요하고 증거 수집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여서 모모세는 독립을 하여 결국 고양이 변호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모모세가 고양이와 관련된 사건들을 주로 의뢰하면서 주워온 카오스 고양이에게 다른 애착을 느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모모세는 고양이 주인과 집주인, 동물병원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온갖 소송 끝에 방치된 고양이들을 떠맡아왔었다. 의뢰인을 통해서 생긴 고양이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집에 들여놓은 고양이였기 때문에 모모세는 마음이 동화하는 것을 느꼈으리라.
"고작 하룻밤을 함께 지낸, 이름도 지어주지 않은 카오스 고양이의 목숨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여느 대와는 달랐다. 분노보다 슬픔이 앞섰다. 이유는 분명 모모세의 고양이이기 때문이다. 모모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집에 들여놓은 새끼 고양이이기 때문이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깨달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동물 소송을 맡아왔지만, 단 한 번도 주인의 마음와 동화된 적은 없었음을. 마음을 함께 나눈 줄 알았으나 거리가 있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사랑하는 동물을 잃은 당사자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1540만엔이라는 터무니없는 시신의 몸값을 요구하는 엉뚱하고 어설픈 범인 둘은 한 할머니를 알게 되고, 할머니와 함께 사라진 영구차 시신의 범행에 가담한다. 책 <고양이 변호사>는 신데렐라슈즈의 회장의 시신을 도난당하는 사건과 모모세가 결혼을 위해서 맞선을 보는 장면들이 맞물려져서 흥미를 더한다.
신데렐라슈즈의 회장인 오코우치 미치요 회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구두를 닦고 또 닦는 사이에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과 인생이 보이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미치요 회장의 아들은 어머니가 바빠서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것을 힘들어했고, 나중에는 어머니의 경영방식에 불만을 갖게 되었다. 미치요 회장의 아들인 오코우치는 저렴한 구두를 기분에 바꿔신는 시대가 됨에 따라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구두를 제조해 판매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신데렐라 슈즈의 사장인 오쿠우치는 자신의 어머니와 고양이 변호사인 모모세가 닮았다는 점을 느낀다. 바로 지위와 돈에 야심이 없는 사람은 강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지위와 돈에 야심이 없는 사람은 강적이에요. 약점이 없는걸요."
책 끝부분에는 신데렐라슈즈 회장의 시신 도난사건의 결말이 드러나고, 모모세의 결혼정보업체 담당자인 아코의 진심을 알게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 주변에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 진심을 전하는 모모세 같은 변호사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