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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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는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이자 <오감 브랜딩>, <쇼핑학>의 저자인 마틴 린드스트롬이 쓴 책이다. 저자는 기업들이 우리를 유혹해서 지겁을 열도록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보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목적은 오늘날 숨어 있는 '최첨단' 설득자들이 우리를 브랜드워시하기 위해 꾸미고 있는 계략들을 이해해야만 소비자로서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여기서 내가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는 소비자들이 더 현명하고, 건전하고, 그리고 풍부한 정보를 기반으로 무엇을 사고, 왜 사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독려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케터와 광고업체들이 소비자를 압박하고, 부추기고, 유혹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많은 속임수와 음모, 그리고 거짓과 조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포와 성, 유명인, 뉴에이지 비전, 불안, 향수, 데이터 마이닝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우리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두려움과 꿈, 욕망을 먹이로 삼는 전략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어린 나이부터, 심지어 엄마 배 속에서부터 공략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약 1억 7500만명이 매일 페이스북에 로그인을 하고, 1억 9000만명의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활동을 하고, 하루에만 대략 6500만 명의 트위터들이 글을 올리는 세상에서 우리가 친구가 이웃, 동료들의 조언과 추천에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강력한 영향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기업과 마케터들은 공포의 위력를 활용하여 항우울제, 콘돔, 치실, 세제, 도난경보기, 휴대전화, 생수, 피자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팔아먹기 위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공포는 바로 미래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이다. 공포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여성들 중에서도 가장 두려움과 죄책감에 민감한 사람은 어린 자녀를 둔 엄마일 것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이러저러한 제품을 사지 않으면 좋은 엄마가 아니다라고 자책한다. 세균이든 질병이든, 아니면 미래의 모습이든 간에 마케터들은 유행하는 다양한 두려움들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활성화하고, 과장함으로써 소비자의 가장 깊은 무의식을 건드린다.

 

브랜드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중독으로 몰아가고, 중독 증세를 더 심각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도구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중독을 유발하는 행동이나 물건을 반복해서 경험할수록 우리 몸에는 강한 내성이 생긴다. 이 말은 예전과 같은 감정 상승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행동과 물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쇼핑 중독은 브랜드 중독, 그리고 이보다 증상이 좀 덜한 브랜드 집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 중독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모델이 개발되었는데, 첫째는 일상적 단계로서 여기서 사람들은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단지 일상적인 습관이나 의식의 차원에서 사용한다. 다음으로 둘째 꿈의 단계에서 사람들은 새로 나온 옷이나 이어폰, 혹은 향수를 구매한다. 그들은 이러한 물건들이 생활에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제품이 제공하는 감성적 신호들을 두뇌 속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구매한다. 주말이나 여름휴가처럼 일상의 경계심을 늦추고 이완이 될 때 우리는 주로 꿈의 단계로 넘어간다. 그 한 순간이 한 브랜드에 대한 실질적인 애착이 뿌리내리는 시기이다. 일상적 단계, 즉 업무 모드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완되고 자유로워지면서 새로 출시된 옷이나 화장품, 술, 음식에 더욱 수용적이 된다. 꿈의 단계에서 특정한 습관이 시작되고 이 습관이 일상적 단계로 넘어오면, 강화가 일어나면서 영구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루폰은 독창적이고 게임 같은 느낌을 주면서 급속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루폰 사이트는 사회적인 측면과 게임적인 구조를 모두 담고 있다. 다양한 소셜 커머스 사이트들을 들여다보면, 제한 시간, 도전 과제, 자신과 같은 사용자들,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배타성, 그리고 즐거움 같이 중독성 강한 게임이 지녀야 할 모든 요소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느 길로 가고,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차를 몰아야 할지와 같이 본인 스스로 내릴 결정을 평가하기 위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살펴본다. 이러한 습성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심리학자들을 이러한 심리를 '동료압박(peer pressure)'이라는 말료 표현한다. 매질될까봐 두려워서 제품을 구매하거나,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책을 구매하는 모습이 바로 동료압박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의 취향이나 구매 선택이 얼마나 강력하게 우리의 결정을 흔들어놓는지는 베르스셀러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다.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 책을 읽지 않는다면 당신이 교양없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아는 대화에 끼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훌륭하지 않은데도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선택을 한다면, 거꾸로 TOP 10 목록에 올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여태껏 얼마나 많은 훌륭한 책이나 노래들을 그냥 흘러버렸던 것일까?

 

향수는 과거 특정한 시절에 대한 동경이나 과도한 감성적 소망, 또는 회귀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인간이 향수에 빠지에 되는 데에는 우선 향수는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시간을 낭비하거나 불건전한 탐닉에 빠지는 것보다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편이 기분을 전환하고, 자존감을 높이고, 인간관계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향수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두뇌 자체가 과거의 경험들을 실제보다 더 좋게, 더 즐겁게 회상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장밋빛 회상이 고통스런 기억들을 삭제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형성된 적응 기제이다. 마케터들은 시간에 대한 암시를 통해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광고 캠페인에서 단지 시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제품 구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예를 들어 여행 가방 브랜드가 '바퀴가 달린 새로운 모델을 사야 할 떄', 또는 커피 브랜드가 '에스프레소를 즐길 시간' 이라고 언급할 때 소비자들은 이들 제품들을 더 긍적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은 사람들은 모두 즐거움을 더 많이 누리려고 하지만, 시간은 그럴 여유를 충분히 주지 않고 무심히 흘러가버린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흘러가버린 세월을 로맨틱하게 포장하는 인간의 성향은 불안정한 경기 침체기에 향수 마케팅이 특히 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우리는 성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걱정과 고통이 없던 어린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힘든 시절을 겪는 동안 미국 소비자들은 마카로니나 치즈, 으깬 감자와 같은 옛날 음식들을 더 찾고, 오랫동안 그들 곁에 있었던 허쉬나 하인즈 같은 전통적이고 상징적인 브랜드로 몰려든다. 사람들이 유튜브 동영상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영상들이 불완전하고, 아마추어 같고, 등장인물들이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약품, 또는 화장품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의사나 피부전문가들이 사실은, 제약기업들이 엄청난 보수를 지급하면서 그러한 의사들을 고문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가? 이 말은 곧 이와 같은 제품들을 승인하는 의사 및 피부 전문가들 역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권위있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때 무의식적으로 비판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두뇌 기능을 꺼버린다. 그리고 그들의 조언을 맹목적으로 따른다.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자연적인'이라는 표현이 '건강한'과 동일한 의미라고 강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거짓말이다. '자연적인'이라는 표현이 FDA 규제 범위에 해당하지 않기 떄문에 사실 어떤 기업이라도 모든 제품에 '자연적인'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식품 또는 음료수가 '에너지'를 가져다준다는 주장을 조심해야 한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에너지'란 '칼로리'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이다. 건강식품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칼로리를 에너지라는 표현으로 교묘하게 바꿈으로써 긍정적인 반전을 이루었을 뿐이다. 생과일로 만든, 생과일즙을 담은 이라는 표현을 쓰기 위해 식품이나 음료수에 생과일을 얼마나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딸기향 롤빵 한 덩어리에 과즙 반 방울이랑 설탕 8g이 들어 있다고 해도 절대 놀랄 일이 아니다. 인스턴트식품에 영양분을 강화했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다. 식품 마케터들은 종종 '낮은 트랜스지방'이라는 표현을 내세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트랜스지방은 낮은 대신 포화지방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수류탄이나 칼을 숨기고 다니면서 "총은 없습니다"
라고 외치는 형국이다.

 

데이터 마이닝 기업들은 우리가 구글에서 검색을 하고, 친구의 페이스북에서 글을 남기고, 신용카드를 긁고, 아이튠즈에서 노래를 다운 받고,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고, 인근 식품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소리 없이 우리의 뒤를 밟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까지 기록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분석한 뒤 이를 다시 다른 기업이나 마케팅 업체들에게 팔아넘긴다. 포인트 카드 프로그램은 단 한 가지 교모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 더 많이 소비하도로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매장에서 포인트 카드를 발급받을 때마다 여러분은 그 매장측에 자신과 가족의 구매 습관과 관심에 관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종합하고, 가공해도 좋다는 명시적인 허락을 해준 셈이다.

 

기업들이 우리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문제 상황에서 소비자로서의 우리의 책임도 적지 않다. 우리는 온라인 세상에서 너무도 많은 정보를 함부로 뿌려 대고 있다. 블로그를 하고, 채팅을 하고, 트윗을 하고, 포스퀘어를 하고,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책이나 티셔츠, 항공권을 살 때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데이터 마이닝 업체들의 마수에 걸려든다. 바로 그렇게 얻은 정보를 가지고 기업들이 우리가 더 많이 소비하도록 속이고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권력을 잡을 주체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고도로 연결된 소비자들, 그리고 그들이 가상에서 혹은 현실에서 인맥을 맺고 있는 친구와 지인들이다. 다시 말해 미래 권력의 주인은 바로 우리인 셈이다. 클릭 한번으로 간교한 속임수와 책략,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될 수 있는 세상, 트위터와 유튜브, 위키리크스를 통해 긴밀하게 이어진 세상에서 소비자가 전례 없는 권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들은 더욱 투명해져야 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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