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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책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의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는 평론가이자 조치 대학 명예교수이다. 저자는 동서양의 폭넓은 학식과 깊은 통찰력으로 문학, 역사,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1930년에 출생했으니, 저자의 나이는 80세가 넘었다. 저자 자신은 책을 펴놓은 채 잠든 듯 숨을 거두고싶다는 이상적인 죽음의 소망이 있다고 한다. 평생 책을 사랑해온 저자가 책을 끌어안고 죽는 것을 생각했다니 죽는 날까지 지적이고 싶다는 저자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책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에서는 저자인 와타나베 쇼이치가 지적 여생을 보내기 위해 삶에서 놏지 말아야 할 50가지 이야기를 전해준다. 학자로서 걸어온 저자의 다양한 직접적인 경험과 간적접인 문화적 소양을 통해 지적으로 나이 드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읽은 책이나 영화 등을 소개하면서 삶의 통찰과 지혜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나이 들어 가는것이 무기력한 일이 아니라 언제든지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지적 성장의 시기임을 일깨워주었다.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청춘들에게는 나이 들어감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문명의 이기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이나 삶의 본질은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았다. 지적 생활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적 욕구는 인간만이 가진, 가장 인간다운 특징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지적 욕구를 강하게 요구하는 시대다."
저자는 여생의 시간을 빛나게 만드는 비결로 지적인 호기심을 꺼트리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해 자신을 맡기라고 이야기한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 등장하는 다음의 글귀처럼 5월에는 5워만의 환희가,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만의 즐거움이 있다고 전해준다.
"5월의 싱그러운 환희 속에서 눈을 그리워하지 않듯, 크리스마스에 장미를 갈망하지 않는다."
저자는 에도 시대의 유학자인 사토 잇사이의 명언을 이야기한다. 이 글귀는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배우고 공부하면 사후평가가 달라진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열심히 일하고 배워왔지만 막상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을 방황하기 쉽다. 업무적 능력계발이 자기계발이라고 착각하지만, 사토 잇사이의 명언 속의 글귀에서 이야기하는 배움의 경지는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배움이 아니다. 평생 즐겁게 배우고 익히는 것, 이것이 노년을 풍요롭게 만드는 장년의 자기계발이다.
"인생 후반에 갈피를 못 잡고 이처럼 방황하는 이들에게 에도 시대의 유학자인 사토 잇사이는 흥미로운 명언을 남겼다. 처세의 명저로 꼽히는 그의 저서 <언지만록>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청년에 배우면 장년에 큰일을 도모한다. 장년에 배우면 노년에 쇠하여지지 않는다. 노년에 배우면 죽더라고 썩지 않는다.' "
저자는 오늘 마시는 한 잔 술은 순간의 즐거움으로 그치지만, 오늘 저녁의 개인적인 투자는 훗날 지적 자극이 넘쳐나는 여생의 밑거름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매일 조금이라도 관심분야에 대해 공부를 지속해야 지적 활동으로 충만한 여생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것은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자꾸 마음이 가고, 그래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것에 집중하면 된다.
어떤 것이든 배움은 결코 헛되지 않는 법이다. 축적된 지식들이 언제 어느 지점에서 서로 만나게 될지 모른다. 얼핏 보면 공통분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두 분야가 서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좋아서 시작한 일이 업무 성취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저자는 나의 세계를 벗어나야 인생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책 속에서는 하이데거의 책 <존재와 시간>과 함께 인간이 아닌 동물의 시점에서 세계를 고찰하고자 시점의 전환을 주장한 인물인 윅스퀼이라는 독일의 동물학자 이야기가 등장한다. 코끼리의 피부에 달라붙어 사는 기생출에게는 코끼리 피부의 주름진 곳이 세상의 전부다라는 이야기는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우물안의 개구리를 뜻한다. 저자는 인간에게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우물 안의 세계'와 확실히 밝여낼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우물 밖의 세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의 시작이다.
"인간은 결국 그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내의 존재라는 것이다. 어차피 인간도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세계만이 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우주를 품고 있는 듯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도 코끼리의 주름진 피부 속에 살고 있는 기생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코끼리 피부 속에 살고 있는 기생충과 다른 점이 있다. 인간은 자신이 오관의 세계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 인간을 그것을 알고 있기에 그곳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를 한다. 종교라는 것도 바로 그런 시도 중 하나다. 각각의 종교에서 신봉하는 신은 우리가 자각하고 체감하는 세계를 넘어선 초월적인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우물 밖의 세상으로 존재를 확장시키고 싶은 인간은 종교라는 무한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래산다고 말하며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57세에 대표작인 <순수이성비판>을 쓰고 66세에 <판단력비판>을 완성한 칸트, 여든이 넘은 나이에 <파우스트> 집필을 마친 대문호 괴테, 90세가 넘어서까지 작품활동을 한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를 예를 들며 두뇌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창작활동이 그들의 장수비결이 아닐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려면 도서관이나 서점을 부지런히 찾아다녀야 하고 이것은 체력을 기르는 동시에 두뇌운동이 되기 때문에 독서와 장수는 상관관계가 있다.
책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성장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스트레스는 무조건 피자고 보자는 식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자.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역경과 불행을 극복해나갔다는 의미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사는 과정이야말로 삶의 원동력을 얻는 길이 아닐까.
"인생의 역경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인내를 통해 사람은 성장하고 완성된다. 노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나이가 들어도 적당한 스트레스는 반드시 필요하다. 뇌에도 신체에도 매일 어느 정도의 과제를 주어야 한다. 그러면 머리와 몸은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조금씩 단련될 것이다. 이것이 노년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서 사람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바로 돈이 아닐까. 저자는 돈을 우리 삶의 주인이 아닌,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돈과 재물을 좋은 도구로 여기는 사람일수록 큰 부를 쌓는다. 이는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 주위에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저자는 돈에 대해 경계할 것 점으로 질투심을 말한다. 질투심은 착한 돈을 나쁜 돈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것과 동시에 베풂까지 생각하는 지혜를 배워야겠다.
"타인이 구축한 재산에 질투심을 느껴 돈 그 자체를 부정하면 여생은 비루해질 수밖에 없다. 자기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진 자를 저주하고 원망하는 것은 돈에 지배당하는 자의 또다른 얼굴이다. 큰 부를 이룬 사람들 중에는 멀리 보고 함께 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들은 돈 앞에서 탐욕스럽지 않다. 또한 재산이 사라질까 두려워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이는 자신 안에 욕망과 헌신하려는 마음이 동시에 충족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돈에 지배당하지 않는 비결이다."
책을 읽으면서 노년에는 쾌활함을 간직해야 한다는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은퇴를 하고 나면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대접받기를 바라기보다는 여유와 쾌활함으로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어야 사람들이 진심으로 따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 본인이 외국에서 유학했을때 오히려 진실된 친구를 사귀었다는 일례를 설명했다. 모든 것을 벗어던지로 맨 얼굴로 교제해보아야만이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뜻이다.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는 예의만으로 사람을 사귀지 못한다. 나의 진솔한 모습과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주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쉽게 친구가 되기 어렵다.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거나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는 버릇이 생겼다. 솔직하게 마음을 주고받으며 낯선 나라의 외국이지만 진지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지적 즐거움을 나누는 친구를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면 사상과 신조가 다른 친구, 경제수준이 다른 사람, 특히 지적 수준이 다른 사람하고는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나이에 상관없이 지적 흥미를 느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그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밤새도록 대화를 주고받으며 지적인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절실한 것이다."
저자는 나이와 함께 달라지는 것이 바로 시간이 질임을 말한다. 알렉시스 카렐은 책 <인간, 이 미지의 것>에서 시간의 종류가 두가지라고 가정한다. 첫째는 물리적인 시간이고 또 하나의 시간이 존재하는데 바로 '내면의 시간'이다. 물리적인 시간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세상의 기초가 된다. 반면에 카렐은 내면의 시간에서 시간의 흐름을 강에 비유한다. 나이와 함께 시간의 질이 알라진다. 노년은 이 같은 변화에 당황하게 되고 너무나 빨라서 따라가지 못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내면의 시간' 속에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힘차게 강가를 걷다 보면 물살이 더디게 느껴진다. 반대로 저녁나절에 심신히 피곤한 상태에서 바라보는 강물은 무척 빠르게 보인다. 강은 언제가 같은 흐름인데 인간이 강물보다 빠르게 걷고 있을 때는 물살이 느려 보이고, 지쳐서 응시할 때는 빠르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바로 '내면의 시간' 때문이다."
정년을 앞에 둔 은퇴세대들이 꾸는 꿈 중에는 현실적인 소망이 많다. 그것은 구체적인 희망사항일 뿐이다. 저자는 인생은 희망사랑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 인생을 관통하는 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온갖 무거움과 온갖 가벼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꿈을 꾸기 좋은 시간이 바로 은퇴 후의 여생이라고 전한다. 책 <지적으로 나이드는 법>은 죽을 때까지도 책을 읽으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저자를 통해서 지적으로 나이들어가는 행복한 비결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