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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선셋 ㅣ 코다마 유키 단편집 2
코다마 유키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책 <뷰티풀 선셋>은 코다마 유키의 초기작 다섯 편이 실려 있는 두 번째 단편집이다.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여중생의 이야기 「뷰티풀 선셋」, 불안한 내일을 바라보며 소중한 오늘은 견디는 연인들의 모습이 그려진 「석류」, 버려진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면서 끝없는 인간애를 느끼는 신혼부부의 이야기 「버찌의 정원」, 일상을 통해 깨닫는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만원 전철의 속삭임」, 15년 만에 다시 만나 반갑지만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소꿉친구 이야기 「손가락 걸고」가 수록되어 있다.
코다마 유키의 단편 <뷰티풀 선셋>에서 첫키스의 설레임이 묻어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형님'이라는 별명으로 짧은 머리의 소녀 오카모토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는 내용이다.
선생님을 좋아하던 오카모토의 첫키스...
첫키스의 느낌을 묘사한 부분을 보며 설레였다.
"실제로는 1분 정도 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 1분으로 나는
하늘 높이 올라
우주로 날아간 기분이었다."
단편작품 중에 '만원 전철의 속삭임'이 인상적이었다.
만원 전철안에서 느끼는 한 여인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날 압박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낯선 사람들이다.
당연한 거겠지.
당연한 듯 꾹꾹 들어차 있다니, 이상하지 않아?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과 당연한 듯 밀착하고 있다니, 이상하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과는 이상하게도 너무나 좋아하는데도 생기고 마는 이 틈은 뭘까?
그런데 이 만원 전철의 틈은 '없다'는 말로는 부족한만큼
아담과 이브 사이에는, 깊기깊은 틈이 있을까?
아담과 이브 사이의 틈을 메우는 건, 그건
뭐였을까?
이 아이도 저 아저씨도 모두 저마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누군가가 있겠지
입 냄새 나는 이 사람조차?
이 전철에는 수많은 사랑이 들어차 있는지도 몰라.
책 끝부분에 작가 코다마 유키의 후기란도 볼 수 있다. 작가의 겸손함이 묻어나는 글귀가 좋다!
작가후기
- <망고의 눈물>에 이어 두 번째가 되는 초기 단편집을 냅니다. 이쪽에 오래 전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정말로 '초기'라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에 원고를 살피면서 느껴지는 풋내에 밀려 몇 번이나 정신을 잃을 뻔했습니다. 워낙 머리가... 정말 아픈게예요(이런때도 있었던 겁니다... 하하하)
표제작인 'Buautiful Sunset'은 처음으로 제 자신의 만화가 나아갈 방향성 같은게 보였던(보인것 같았던...) 감회가 깊은 작품입니다. 8쪽짜리 단편인 '석류'는 처음 잡지에 게재되었던, 사실상의 데뷔작입니다.
이런 미숙한 작품들을 단행본으로 만들자고 말씀해주신 용기 있는 편집부 여러분, 그리고 너른 마음으로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그저 거듭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석류'(8쪽)로 운 좋게 데뷔를 하게 된 뒤로 단편을 조금씩 잡지에 게재하고 있었습니다만, 어느 날 갑자기 그 잡지가 휴간을 하게 되었어요.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그린 'Beautiful Sunset'(80쪽)을 손에 들고 여기저기 다닌 끝에 새로 창간하는 잡지에서 다시 데뷔를 하게 되었지만, 이 역시 약 반 년 만에.. 휴간을 맞게 됩니다.
충격으로 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디에 원고를 내보면 좋을지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몇 년인가 아르바이트 생활을 보내고 있었는데 제 홈페이지 앞으로 한 통의 이메일이 왔어요.
어느 출판사의 폐기 창고에 쌓여 있던 잡지에서 우연히 제 만화를 보고 관심이 생겼다는 (쉬는 시간에 시간 때우기로 돌려봤다고 합니다) 한 젊은 편집자한테 온 메일이었어요. 그리고 그게 계기가 되어 'Flowers'에서 또 한번의 데뷔를 하게 되고 그게 오을에 이르렀습니다. 폐기 창고에서 우연히 이루어진 만남에 진심으로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