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로렌 올리버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은 삶을 겸허하고 가치있게 살게하는 대상이다. 만약 죽음이 없다면 인간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모른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소설 <일곱번째 내가 죽던날>의 17세 소녀 사만다는 7번의 죽음을 맞이한다. 같은 날을 반복하며 7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사만다를 통해서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깨달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또한, 헐리우드 영화화되는 작품으로도 유명한 소설이다.

 

재미만을 쫓아서 인기인의 반열에 오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17세 소녀 사만다는 어느날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켄트의 파티에 가게된다. 사만다는 파티에서 롭과의 하룻밤을 보낼 생각에 설레인다. 그런데 파티에서 줄리엣이 사만다와 사만다의 친구들에게 비난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만다의 친구 린지의 차를 타고오는 길에 교통차고로 사만다는 죽음을 경험한다. 


"고등학교에는 서서 빙빙 돌며 절대 닿지 않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것 같다.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의 세계. 그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란 어차피 진짜 세상에 대한 준비를 하는 곳 아닌가?"

 

사만다가 죽음을 경험하는 순간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만다는 죽어야 할만큼 나쁜일을 한것이었을까?

 

"그 순간 그 일이 일어난 거야. 죽음의 순간은 엄청나게 강렬한 열기와 소리, 고통으로 가득하단다. 뜨러운 열기가 내 몸을 두 개로 가르고, 그슬리고, 태우고, 찢어놓는 것 같아. 비명에도 감각이 있다면, 그게 바로 이게 아닐가. 그리고 아무것도 없어. 너희들 몇 명은 내가 이런 일을 당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내가 줄리엣에게 그 장미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파티에서 그 애한테 음료를 쏟아붓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할 거야. 어쩌면 로렌 로넷의 퀴즈를 베끼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어. 켄트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내가 롭과 끝까지 가려고 했으니 이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 나 자신을 아껴 두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나에게 그런 비난을 하기 전에 이거 하나는 묻고 싶어. 내가 했던 일이 정말 그렇게 나빴던 거야? 죽어야 할 만큼 나쁜 일이었어? 이런 식으로 죽을 만큼 나쁜 일이었냐고. 내가 정말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을 한거야? 정말로 네가 한 일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이었어? 잘생각해봐."

 

죽음을 경험한 사만다는 다시 죽기직전의 하루를 살게된다. 마치 데자뷰처럼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7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동안 사만다는 주변을 새롭게 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되돌려놓아야 할 기회를 다시 죽음후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날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데자뷰. 그게 유일한 설명이다. 뭔가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도 그걸 믿게 되는 법이다. 하버 선생님이 영어 시간에 했던 쓸데없는 이야기 중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플라톤은 온 세상이,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이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는 얘기였다. 우리는 애초에 그 그림자를 드리운 것, 즉 진짜 사물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나도 지금 그런 기분이었다.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의 형태만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림자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친구,가족이 진짜로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맞을까? 사만다를 보면서 죽음이란, 내 주변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깨닫는 숭고한 의식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누군가에 대해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든 걸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참 기묘하다. 언젠가는 모든 걸 알게 될 거라고 그저 믿고만 있는 것일까."

 

사만다는 자신을 최악의 상태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자신의 욕정대로 죽음후에 새로운 삶을 살지만, 그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었다.

 

"나는 롭이 알면 충격을 받을, 오늘 한 모든 일들을 머릿속을 떠올렸다. 수업을 전부 빼먹고, 테임러 선생님과 키스하고, 안나 카툴로와 마리화나를 피우고, 엄마의 신용카드를 훔쳤다. 나하고는 안 맞는 일이라, 그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겠다. 그런 걸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평생 해 왔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만한 뚜렷한 일이라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몽롱하고 흐릿한 이미지, 웃고 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희미한 기억들만 떠오를 뿐이었다. 마치 태양의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기분이었다. 기억 속의 모든 사람들이 특색 없고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떠올랐다."

 

사만다(샘)는 언젠가 엄마와 싸우고 자신의 방에 있는 금안으로 엄마가 들어오지 말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있다. 사춘기 시절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컸던 사만다. 하지만 사만다는 죽고 나니 죽는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외롭다는 것을 느낀다. 내 곁에 있던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라는 것도. 

 

"몇 년 동안 집안을 계속 떠돌던 말이 있다. '샘은 혼자 있고 싶어 해.' 저녁 먹을래? 내 방에 가져가서 먹을래. 어디 가니?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들어가도 될까? 그냥 나 좀 혼자 놔둬. 내 방에 들어오지 마. 내가 전화하고 있을 때 말 시키지 마. 내가 음악듣고 있을 때 말 시키지 마. 혼자, 혼자, 혼자. 하지만 죽고 나니 상황이 바뀌었다. 아마도 죽는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점점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똑같은 날이 찾아오는 사만다. 그녀는 삶이란 한 발의 차이로 변화되는 점이 얼마나 많은것인가를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것인지를 안다고 해도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수많은 가능성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사만다가 같은학교 남학생 켄트와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상황을 바꾸는 게 얼마나 쉬운지, 항상 가는 길을 가다가 중간에 새로운 길을 택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생각하니 놀라울 정도였다. 한발만 잘 못 가도, 잠깐 머뭇거리기만 해도, 한 번만 우회해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거나 안 좋은 평판을 얻거나 남자친구가 생기거나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걸 볼 능력도 없었다. 이상한 얘기가 되겠지만, 이 모든 수많은 가능성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1분 1초가, 각기 다른 순간들 수천 개가 합쳐져 이루어진 것처럼."

 

"하지만 전에는 내가 하루를 영원히 반복해 살아야 할 거라고 믿었던 적도 없었지. 이미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착한 사람이라는 걸 입증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계속 살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

 

"게다가 오늘은 내 새로운 시작의 첫날이다. 지금부터 나는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그냥 기억하는 게 아니라 뚜렷하게 기억할 만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 말을 하고 또 했고, 그 생각만으로도 용기가 생기면서 내가 부여잡을 수 있는 생명줄 같은 단단한 받침대가 되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뭔가를 잊어버렸다고, 뭔가가 잘못됐다고 가슴 깊은 곳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두려움을 억누르고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주차장을 빠져 나올 때 나는 문득 삶이 그렇게까지 복잡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시간에 사람은 스물이 어떤 식으로, 왜 연결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니까 상관없는 거다. 좋은 일을 해도 나쁜 일이 일어나곤 한다. 나쁜 일을 해도 좋은 일이 일어나고. 아무것도 안 한다 해도 온갖 일들이 터지게 되고. 그리고 아주, 아주 드물게...... 기회와 우연이 만든 어떤 기적으로 나비가 날개짓을 하는 순간, 모든 그물이 들려 올라가면서 옳은 일을 할 기회가 생긴다."

 

사만다는 결국 줄리엣의 자살을 방지했다. 자신이 직접 죽음으로 인해서 줄리엣을 살린 것이다. 그녀의 헌신이 정말 눈물겹다. 최고의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사만다의 마음은 어땠을까. 죽음은 인간의 시각을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세상은 아름답고 내 마음의 변화가 시작됨으로 인해서 행복을 만들 수 있다. 사만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사만다는 사랑이라는 아름다움을 전해주었으므로....

 

"사람들은 죽기 진전에 눈앞에 모든 인생이 스쳐간다고들 하지만, 나한테는 그렇지 않았어. 난 오직 최고의 순간들만 봤지.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것들,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들만. 어떤 순간은 영원히 지속된다는 걸 깨달았어. 설령 그 순간이 끝난다 해도, 죽어서 땅에 묻힌 다음에도 계속되는 거야. 그런 순간은 영원히 계속돼. 앞으로, 또 뒤로, 무한하게. 그건 정말이지 모든 것이면서,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하지. 바로 그 점이 중요한 거야. 만약 너희가 궁금해 하는 게 이거라면 말해 줄게. 난 두렵지 않아. 죽음의 순간은 소리와 온기와 빛으로 가득하단다. 엄청나게 많은 빛이 날 채우고 또 흡수하지. 빛의 터널이 위로 올라가서 높이, 높이, 높이 흐를 그리고, 만약 노래에 느낌이 있다면 이게 바로 그런 걸 거야. 이 빛, 떠오르는 느낌, 마치 웃음처럼...... 나머지는 너희들이 직접 알아보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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