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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2010년 2월부터 그가 경향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제동의 똑똑똑」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소설가 이외수, 시인 김용택, 정호승 시인, 산악익 엄홍길, 변호사 박원순, 충청도지사 안희정, 과학자 정재승, 최일구 MBC앵커, 소녀시대 수영, 1박2일 피디 나영석, 성공회대 석좌교수 신영복 등 각 분야에서 소통과 상생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인물들을 김제동이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뜨거운 가슴과 뚜렷한 신념이 있는 25인의 사람들과 김제동이 함께한 인터뷰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가치관을 배울 수 있었다. 편안하면서도 사려깊은 김제동의 질문을 통해서 25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들의 인터뷰가 있다.  

배우 황정민 

"대중들은, 또 웬만한 사람들은 다 주류만 찾잖아. 난 그거 보기가 참 불편해. 예술은 주류가 모든 걸 움직이는 게 아니야. 밑바닥에 있는 비주류의 사람들도 각자의 역할을 하거든. 내가 영화를 시작하면서 마음먹었던 일을 비로소 내년에 본격적으로 하지. '키친 프로젝트'라고. 부엌에서 어머니가 뭐든 만들잖아. 재료도 없는데 맛있는 반찬이 뚝딱 나오고, 그래서 키친이라고 붙였어.
나도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왔으니까 후배들도 그 길로 이끌고 싶어. 비주류의 실력 있는 친구들을 주류로 데려워야지. 미국에 선댄스영화제라고 유명한 영화제가 있어. 로버트 레드포드가 만들었지. 칸이나 베니스가 포장된 주류 영화라면 이건 진짜 선수들, 비주류들이 열정을 갖고 뛰어놀 수 있는 무대야. 로드리게스, 타란티노 등이 여기서 발탁됐지. 미국의 연기파 배우 하비 케이틀이 타란티노라는 신인 감독이 만든 대본을 보고 한눈에 그 재능을 알아봤대. 그래서 나온 게 <저수지의 개들>이지. 멋있잖아. 후배들하고 출연료나 촬영조건, 배급사 같은거 안따지고 서로 호주머니 털어서 그런 것들을 만들고 싶어. 우리가 처음 학교에서 영화를 찍을 때처럼."
 

정호승 시인

"죽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자기 삶의 화두에요. 인생의 화두가 사랑이듯, 같은 의미로 인생의 화두가 죽음인 거죠. 죽음은 바다의 파도 같아요. 파도가 밀려와서 절벽에 부딪치면 파도가 사라지지만 그렇다고 바다는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터피 에페소라는 도시에 갔는데 로마시대에 25만명이 살았던 곳이래요. 유적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고 인간만 사라진거죠. 그런데 인간이 사라졌을까요? 영속성의 한 선 속에서 점을 하나씩 찍고 지나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보면 인간은 연약한 존재지만 어떤 의미에선 굉장히 위대한 존재인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면 안돼요. 믿음을 버리면 지구가 사라질걸요? 전 70년대에 20대를 살았잖아요. 그때 어둠 때문에 완전히 호떡처럼 눌려서 살았다고 해야 할까.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면 어둠이 존재해요. 먼 역사를 봐도, 우리 현대사를 봐도 어둠의 순간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 왜 어둠이 있느냐면 밝음을 위해서죠. 별을 지향하지만 별은 어둠이 존재해야 빛나요. 한 신부님이 하신 말씀인데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는 증오도 필요하다'는 거죠. 아마 2020년, 2030년을 사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밝아진 시대를 살지 않을까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쓰신 성공회대 석좌교수 신영복님 

"어느 시대나 역사적 격망 속에 희생된 사람이 상당히 많아요. 지금도 이집트, 리비아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지요. 크게 보면 민족의 운명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민족, 특정인에 대한 분노는 온당치 않아요. 20년을 견디는 힘은 하루하루 찾아오는 깨달음이었어요. 그래서 그 시절을 나의 대학 시절이었다고도 술회하지요. 뭔가를 깨닫는 삶은 견디기 쉬워요. 감옥에서 보면 나가는 날만 기다리는 단기수들이 더 괴로워했어요. 나 같은 무기수는 시간이 지난다고 빨리 나가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하루하루가 의미가 있었어요. 우리 삶도 그래야 해요. 성과,속도,효율... 뭔가에 자꾸 도달하려고 하는데 잔혹하고 비인간적이죠. 삶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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