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읽는 힘 - 게으른 수학머리를 깨우는 신박한 지식 콘서트
최정담(디멘) 지음, 이광연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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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읽는 힘>은 고대 첫 수학자 탈레스로 출발해 중세의 뉴턴과 오일러를 거치며 근대의 가우스, 현대의 러셀과 튜링에 이르리까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을 완성시킨 수많은 수학자의 삶과 발견을 되짚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경이로운 수학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비소로 수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단순한 문제 풀이만으로는 결코 수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학 공식과 만물의 법칙은 수학자들의 끝없는 의문과 질문, 그에 대한 해답과 답을 뒤집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완성되었다. 책 <수학을 읽는 힘>은 숫자와 기호로만 알고 있던 따분한 수학 공식 뒤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함께 어려운 수식을 친절하게 풀어낸 일러스트를 곁들여 수학의 개념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준다.

"수학사는 공식과 정리의 단순한 축적 이상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세계의 구조와 규칙성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낸 뒤, 그 답으로부터 또 다른 질문을 떠올림으로써 대상의 본질과 진리를 향해 점금선처럼 다가가는 끝없는 지적 여정이지요."

저자는 탈레스는 처음으로 수학을 계산 놀음이 아닌 연역적 추론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학문으로 격상한 인물이기 때문에 최초의 수학자로 불린다고 말한다.

"무엇이 만물을 이루는지에 대한 질문을 처음 진지하게 숙고한 인물은 탈레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최초의 철학자로 회자되는 이유이지요. 탈레스는 만물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마 물이 고체, 액체, 그리고 기체로 변화할 수 있을뿐더러 지구의 상당 부분이 물로 덮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주장이지만, 탈레스의 추론은 여타 고대 신앙과 비교해 보면 꽤 '과학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저자는 세상과 수학이라는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수수께끼 같은 관계를 숙고해 보면 피타고라스 학파의 믿음이 미개한 고대인들의 허황된 생각이 아니라, 세계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학자들의 사유 끝에서 탄생한 생각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학문을 공부하는 자세를 문학을 읽는 자세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작품 속의 인물에 이입할 때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듯이, 학자들의 생각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면 여태껏 알지 못했던 경이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이렇게 전자를 비롯한 입자의 행동에 관여하는 파동을 파동함수라고 불러요. 구체적으로 파동함수는 시공간의 각 점을 복소수에 대응시키는 함수입니다. 핵심은 전자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파동함수라는 수학적 대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수수께끼에 봉착합니다. 앞서 사과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전자와 쿼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사과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전자와 쿼크의 존재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 전자와 쿼크는 파동함수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의미에서 파동함수는 복소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과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복소수 또한 사과만큼이나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뿐 아니라, 복소수 같은 수학적 대상이야말로 세계를 이루는 가장 본질적인 실체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자는 피타고라스에 이어 세계와 수학의 수수께기 같은 관계를 숙고한 또 다른 고대 그리스의 학자는 플라톤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플라톤은 세계와 수학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데아론이라는 철학 이론을 제시했는데 이데아론은 후대 지성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이데아론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이데아라는 초월적인 세계의 그림자입니다. 정육면체 하나가 공중에 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정육면체는 하나밖에 없지만, 이 정육면체가 드리우는 그림자는 각양각색입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대입해서 보자면 단일 정육면체가 이데아를, 그리고 각양각색의 그림자가 현실을 상징해요. 지금 읽고 있는 이 책, 있는 공간, 심지어 우리의 신체마저 이데아라는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수학의 불가해한 유용성에 대해 한 가지 답변을 제시합니다. 우리의 세계가 수학적인 규칙을 따르는 이유는 이데아의 본성이 수학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데아론은 피타고라스 학파의 "만물은 수이다"라는 교리를 세련되게 계승한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숫자 체계인 아라비아 숫자이 기원은 인도이지만 아라비아 숫자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 흥미롭다.

"인도 숫자의 도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은 알 콰리즈미입니다. 앞서 잠깐 소개했다시피 알 콰리즈미는 대수학과 삼각법을 정립한, 중세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 중 한 명이었어요. 인도의 수학을 연구한 알 콰리즈미는 인도 숫자의 우아함에 감탄했고, 인도 숫자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촉구했습니다. 그러한 내용을 담은 알 콰리즈미의 저작은 서구권에서 인도 숫자가 퍼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알 콰리즈미 또한 아랍인이 아니라 페르시아인으로, 페르시아와 아랍은 엄연히 다른 두 민족입니다. 그런데 왜 인도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로 불리게 되었을까요? 알 콰리즈미는 자신의 책이 널리 읽힐 수 있도록 아랍어로 저술을 편찬했고, 몇 세기 후에 그의 아랍어 저술을 접한 유럽인들은 인도 숫자에 아라비아 숫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아라비아 숫자는 아랍이 아닌 곳에서 발명되어 아랍인이 아닌 사람에 의해 전파된 숫자 체계인 셈입니다."

저자는 0이 수학사에서 늦게 등장하는 이유는 0이 가리키는 것이 존재의 부재와 다름없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0이 수로 인정받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를 단순히 개수가 아닌 작용으로 보는 관점에 기인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0을 처음으로 독립된 수로 인지한 인물은 7세기의 인도 학자인 브라마굽타라고 말한다.

"브라마굽타는 역사상 처음으로 0을 정의했고, 0을 포함한 계산을 어떻게 다루는지 설명했습니다. 또한 브라마굽타는 처음으로 음수를 수 체계에 도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브라마굽타 이전에도 음수가 쓰이곤 했지만 고작 빚을 표현하는 정도였습니다. 그의 결정적인 통찰은 음수와 양수가 동일한 수 체계에 포섭될 수 있으며 두 유형의 수가 섞인 연산 또한 가능함을 보인 데 있습니다."

<수학을 읽는 힘>에서 수학자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것이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이룩할 수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를 증명하는 단서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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