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 교사와 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한 교육 멘토링
조벽 지음 / 해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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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민원, 학생 생활지도, 행정 엄부 등 수업보다는 부수적인 업무가 교사들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교권 침해로도 이어져 교사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실제로 청년 교사 10명 중 8명이 이직 및 사직을 고민하고 있고, 전체 교사 4명 중 1명은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현 교육 제도나 시스템 환경에서 교사들은 피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일은 그야말로 힘겹다. 교육자로서 의욕을 잃고, 교직이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마저 밀려오는 지금, 교사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책 <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40여 년간 지구 100바퀴를 돌며 국내외 교육현장을 경험하고, 수많은 교육정책가, 교사, 학부모들을 만나며 21세기 교육 리더십을 실천해오며 교육정책과 교수법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이자 최고의 교육 멘토인 조벽 교수는 다시 교사로서 자긍심을 일깨우고, 의미 있는 교사로서 살아각기 위한 지혜를 전한다. 변화한 시대를 반영한 교육 비전을 세우고, 교사의 역할과 학습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실천해야 할 해법을 제기한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교육자들에게 멘토링하듯 교육 매체에 연재한 칼럼을 바탕으로 수정하고 보퉁하여 새롭게 엮었다.

이 책은 '1부 새로운 교육을 위한 뜻을 세우다, 2부 무엇을 버리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 3부 교사와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돕는 심리 기술'이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전통적인 학교와 교육과 가정의 종말이 시작된 지금, 우리에게는 원대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신이 그리는 미래에는 최소 세 가지 모습이 선명하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한국인이 한국 제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에서 인재로 빚어졌기 때문에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둘째, 산학협력을 넘어서 산학통합 교육이 활발하다. 셋째, 복지가 소비사업이 아니라 교육사업화로 탈바꿈해서 성장 동력이 되어 있다. 이처럼 저자는 지금의 교육 문제에 골몰해서 절망에 빠지는 대신 새로운 미래를 그려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입시 방식만 수정되는 교육에서 입시가 아니라 입지를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입지란 '뜻을 세우다'라는 말이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신이 공부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러한 생각을 해보고 꿈과 비전을 세우는 것이다. 저자는 입지가 목적이고 입시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목적 없이 수단에 매달리는 건 무의미합니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가장 빠른 보트를 확보했는데 앞에 놓인 곳이 폭포라면 재앙입니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공부하느라 너무나 많은 학생이 방황하고 불행감을 느낍니다. 자신의 재능과 능력과 실력을 오로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소인배의 삶으로 내몰리다 보니 모두를 이롭게 하자는 한국 교육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집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입시정책은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존 틀은 유지하면서 부차적인 면들을 끝없이 수정하고 보완하는 게 아니라 아예 교육의 중심을 옮기고 기본 틀을 바꾸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성공적인 교육혁명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첫째, 패러다임 이동이 간단명료해야 하고, 둘째, 교육혁명에는 새로운 가치관(윤리관)이 등장해야 하며, 셋째, 혁명 과정에 피비린내가 나지 말아야 한다고 전한다.

"교육은 입시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교사와 학생이 교육의 두 중심을 이루어야 합니다."

저자는 지식 전달자 역할의 교사는 도태되고 지혜를 전달해 주는 멘토 역할의 교사는 각광받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식 전달 교육은 죽은 교육이고, 지혜 전수 교육이야말로 사람이 살아있는 생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인생 교육이며, 구체적으로 마음이 살아있다는 뜻에서 인성 교육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교사가 학생에게 스승으로 다가가는 길만이 학생인권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역설적으로 그럴 때만 교사가 행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교권 회복을 위해서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첫째, 교육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고, 둘째, 교권이 확보된 미래를 상상해야 하며, 셋째, 교사가 다시 스승이라고 불리기 위해서 오늘날 우리는 지혜 전달 교육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교육문제를 꼬이고 엉킨 실타래로 인식하는 바람에 교육 중심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표면만 뜯어 고치거나 새롭게 겉포장만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은 실타래가 아니라 교과과정, 학생평가, 대학입시와 더불어 생활지도, 학생인권, 교복, 급식, 교원양성 시스템과 교권 등 수많은 크고 작은 요소들이 서로 세밀하게 연결된 거미줄 같습니다. 각 요소들이 사방팔방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거미줄은 어느 부분도 잘라내거나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교육은 복잡하게 뒤엉킨 실타래가 아니라 중심 잡고 균형을 이룬 거미줄입니다."

저자는 사람은 그저 생존하는 게 아니라 비전이나 꿈을 지니고 성장하는, 단어 그대로 '어른으로 되어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사람 구실'을 하는 어른으로 커가는 것이다. 교육자는 이 과정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특별한 존재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희망이 없는 터전을 떠나는 사람들처럼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학업중단 청소년'이라는 명칠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현상에 붙이는 이름에 우리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해결책의 기본 방향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그들을 '학업중단 청소년'이 아니라 '탈학교 난민'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교육 현장 역시 학교가 변해야 하며, 학교가 희망을 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위로 올라가기 위한' 교육에서 '앞으로 나가기 위한'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학업중단 청소년'이라고 하면 마땅히 해야 하는 학업을 중단한 학생을 탓하는 발상입니다. '탈학교 난민'이라고 하면 마땅히 희망을 베풀어야 하는 교육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학교와 교육행정에 책임이 있다는 발상입니다. 우리 교육자를 참으로 아프게 하는 말이지만, 아이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않고 어른이 책임지겠다는 성숙한 자세를 보일 때 해결책이 등장하겠지요."

저자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게 없는 경우가 숨겨진 트라우마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보금자리, 보살핌, 양육, 지지, 지도가 없을 때 숨겨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저자는 트라우마의 어둡고 추운 그늘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줄 수 있는 따뜻한 방법은 교사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숨어있는 아이들의 감정을 만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천덕꾸러기와 싸움쟁이들 중에는 애착손상을 입고 숨겨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저 행동만 보고 야단쳐서 자제시키고 벌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들은 컴컴하고 싸늘한 인간관계에 마음이 잔뜩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따스한 돌봄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아버지, 교사, 관리자 등 집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사람이 감정을 차단하면 그와 불가피하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 다른 사람은 정서적 연결결핍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감정 차단은 고통을 주는 벌같이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권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선별적 차가움이 남의 고통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와 같기에 잔인하다고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정서적 베풂은 가장 위력적인 나눔이며 가장 확실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감정이 차단되어 소중한 사람과 함게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공유하지 못하면 가까운 사람들이 서서히 멀어지고, 관계는 죽습니다.

'나'가 아니라 '우리'가 중요해야 관계가 삽니다. 내 주변 사방에 테두리를 쳐서 고립시키면 모두 남이 되어버립니다."

저자는 창의력은 정신 차린 상태에서 발휘된다고 말한다. 정신을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비전'이 된 상태이고, 정반대로 정신 차림은 시야가 확 트이는, 알아차림이 확장된 상태이다. 보이지 않던 해결 방안들을 볼 수 잇는 혜안이 생긴 상태이고, 기존 생각의 틀을 뛰어넘는 직관과 영감을 만날 수 있는 창의적인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시야를 트이게 하는 정신 차린 상태에서 내 인생에 이루고 싶은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할 때 내 인생이 가장 가치로운가에 대한 답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정신 차림은 진로, 꿈과도 직결되어 있다.

저자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내가 만들어가는 세계는 다르다고 말한다. 세상은 지속적인 하나지만 세계는 변화무쌍하고 다양하다. 세상은 모두에게 같지만 세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세상은 생존과 투쟁이 있으나 세계는 나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성장과 창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세상 사는 게 힘들더라도 우리는 각자 행복한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워도 자신의 세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세계를 더 좋고 멋지게 만들어보는 게 순서입니다."

저자는 교육은 아이들의 스펙을 높게 쌓아주는 게 아니라 좋은 스토리가 나오도록 돕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스펙 쌓기는 피 터지는 경쟁을 해야 베스트가 될 수 있고, 나머지는 다 실패자가 되지만, 스토리는 남과 얼마나 다르냐의 개념으로, 베스트가 아니라 유니크가 핵심 키워드라고 이야기한다. 스토리는 유사성이 아니라 유일성이 핵심이며, 남과 얼마나 다른가가 자신만의 경쟁력이 된다.

"유니크한 사람은 남과 경쟁하지 않고도 경쟁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스펙은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를 보여준다면 스토리는 살아온 모습과 살아가는 방법과 인간의 품격(인생)을 보여줍니다. 인성은 벼락공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시험 날 컨디션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인성은 오랜 기간에 걸친 학습으로 닦이는 실력입니다."

저자는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알아야 남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가 되지 않는다로 말한다. 깨어있어야 거짓에 고종받지 않는 자유인이 되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직감에 귀기울여 가짜 뉴스를 감별하고, 확신이 없는 일들에 활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외부 세상이 가짜인지 진실인지를 알아차리려면 내가 먼저 거짓이 없고 참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오감이 시끄러운 소음이라면 직감은 정말 잔잔한 음악입니다. 소음을 꺼야 잔잔한 음악이 들립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기조율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을 평상이 실천하도록 도와주세요."

저자는 진로 선택은 현시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가 원하는 미래에서 현시점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판단해야 답이 나온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저자는 꿈과 비전을 갖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마음속을 들여다보는데서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진로는 내다보는 게 아니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이루었기 때문에 행복한 나나을 보내는 자신의 미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봐야 합니다. 성공하고 행복한 '미래의 내'가 '오늘날의 나'에게 "이리 와. 여기가 바로 네가 가장 원하는 곳이야'라고 손짓하면서 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야 합니다. 그 행복한 나의 미래 모습에 이끌려야 합니다."

저자는 배려과 과배려의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두 가지를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배려하다고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중단한다. 둘째, 힘든 상황에서 불평 또는 하소연하지 않으려면, 스트레스 받아서 생기는 부정적 감정이 넘쳐나지 않게 하려면, 내 안에 스트레스를 담아낸 용량을 키워야 한다. 마음은 베풀수록 더 깊고 넓어지고, 그런 마음의 용량이 커지면 어떤 스트레스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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