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평생을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
로라 베이츠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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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의 저자 로라 베이츠는 2012년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성차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일상 속 성차별 프로젝트'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10만 개가 되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고, 오늘날에는 20만 명의 넘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온 온갖 불평등 이야기들, 성차별적인 농담,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직장 내 차별, 성추행 등의 사건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각자의 '목록'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일상화된 불평등의 원인을 사회의 제도적, 구조적 시스템에서 찾는다. 그 누구보다 평등을 지향해야 할 교육, 경찰, 사법, 정치, 언론이 어떤 식으로 여자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그들의 입을 막고 좌절하게 하는지 들여다본다. <목록>은 여자로 살아가며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의 기록인 동시에 더 잇아 그것이 개인의 일상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선언이다.



저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상의 차별과 폭력에 대한 수치심을 경험하는 일에 대한 자신만의 목록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억누르고, 받아들이고, 참고, 수용하고, 감내하라고 배우기 때문에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신만의 목록을 만들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 목록들을 우리의 역사, 우리의 유산, 우리의 일부로 간주하기 시작하면 그것의 어마어마하고 방대한 영향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목록에 제일 먼저 적어 넣는 것은 명백한 사건들, 즉 금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또는 두드러지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더 많은 것이 떠오르고 의문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작은 일들. 정말 쓰라렸지만 과민하게 굴지 말자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던 일들.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유난 떨지 말라고, 오해하지 말라고 했던 일들. 사소한 일들. 상대방에게 악의가 없었음을 당신도 아는 일들. 자신 있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일들."

저자는 폭력적인 행위와 초점을 개인에게 맞추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에서는 아이가 그와 똑같은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나기 쉽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는 한편으로는 괴롭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보고 본능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성은 평생 자신의 도전과 실수와 실패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배워왔고, 동시에 성차별과 괴롭힘의 경험을 무시하고 축소하고 일축하게끔 길들여져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는 모든 게 우리 탓이라는 말을 듣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무조건 자기 탓부터 하지 시작하거나 아예 우리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가부장제'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쥐어온 사람들, 즉 부유한 백인 비장애인 남자들이 그들 자신을 위해 만든 유구한 제도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종차별적, 계급 차별적, 이성애 규범적, 장애인 차별적인 제도다. 백인우월주의인 동시에 남성 지배다. 정부 및 정치구조에서부터 직장, 직업, 교욱, 사회규범, 복지 및 의료 체계에 이르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든 제도의 근간에 자리한 위계질서다. 이성애 규범적, 인종차별적, 계급 차별적, 장애인 차별적인 경험들이 가부장제의 영향하에 있다면 직업에서부터 가정생활에 이르는 여러 결과와 현실 또한 가부장제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대중매체에서 여성을 묘사하는 경향은 성차별적 태도를 반영하는 동시에 악화시키기도 한다고 말한다. 여자들이 장식으로 사용되고, 성적 대상화되고, 어린애 취급을 당하는 예는 언론이 특정 신체 부위를 '과시'하거나 '뽐내'거나 갖고 있다며 여성들을 지속적으로 조롱하는 수많은 헤드라인에서부터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무기로 여성 정치인을 공격하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많은 방식으로 대중매체는 우리 일상에 배경을 제공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은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여성상 확립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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