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지음, 조동섭 옮김 / 세계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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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첫 소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할리우드에서 가장 화려했던 이름들이 몰락하고, 히피, 반문화, 로큰롤과 함께 샛별들이 떠오르는 시기, 황금기 할리우드의 그 찬란한 빛바램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답게, 맛있고, 재미있고, 잔인하게 담아냈다.



1969년 할리우드에는 꿈을 찾아 텍사스에서 히치하이크로 LA에 온 금발 미녀, 할리우드 영화를 '작품으로 끌어올린 키 작은 폴란드인 영화감독, 밤새 술을 마시고도 다음날 멀쩡히 촬영하던 '프로 술꾼' 배우들, 그리고 변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된 배우와 스턴트맨이 함께 있었다. 소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한물간 왕년의 스타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가 히피들과 로큰롤이 지배하는, 빠르게 변해버린 할리우드에서 커리어의 몰락과 새로운 길 사이에서 헤매는 가운데, 캘리포니아를 충격에 빠뜨린 살인사건의 배후, 히피들의 교주 찰스 맨슨과 그의 패밀리, 섹시 아이콘 샤론 테이트, 서부극의 대스타 스티브 맥퀸과 이소룡 같은 실존 인물들과 주인공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독자를 몰입의 세계로 데려간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한물간 스타 릭 달튼이 시그니처인 올백 스타일의 번덜거리는 머리를 하고 걸어 들어와 할리우드 원로 매니저 마빈을 만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마빈은 릭에게 텔레비전 시리즈로 와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젊은 배우는 릭이 처음도 아니며, 그에게 겸손하게 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빈이 자신의 배우 경력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동안 릭의 눈 안쪽에서 눈물이 차오른다. 그 욱신거리고 따가운 자극이 느껴진다."

릭의 스턴트맨 클리프는 릭의 좋은 친구이자, 좋은 스턴트맨이자 제2차 세계대전 최고의 전쟁 영웅이었다. 전쟁에서 인간을 죽인 경험을 한 클리프에게 릭이 어떤 느낌인가에 대한 질문하자, 클리프가 답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제 돼지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피를 쏟아내. 그리고 너한테 덤벼들어. 그래도 너는 한 손으로는 돼지를 꽉 껴안고, 한 손으로는 계속 칼을 꽂고 있어야 해. 그 상태가 영원히 계속될 거 같아도 어느 순간 네 품에서 돼지가 죽은 게 느껴져. 바로 그 순간이야. 죽음을 진짜로 느끼는 순간. 네 품에서 피 흘리고 비명을 지르고 격하게 몸부림치는 돼지가 삶이야. 그리고 네가 안고 있는, 움직이지 않는 무거운 고깃덩어리가 죽음이야."

이 책에서 데브라 조가 클리프에게 "스턴트맨들은 달라요. 빌딩에서 뛰어내리잖아요. 몸에 불을 지르고, 두려움을 껴안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데브라 조는 베트남에서 매일 사람이 죽어가던 비극적 역사가 존재하는 것을 이야기하며, 두려움을 껴안아서 자기 자신을 이긴다면 무엇에도 정복되지 않는 사람이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릭이 제임스에게 "자네는 정말 확실히 주인공을 맡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내 말은 그냥. 나도 자네 같았다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에 공감을 느꼈다. 릭은 제임스에게 지금이 바로 자신을 위한 시간이며, 이 순간을 고맙게 여기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되돌아보며 릭이 배우로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웨스턴 TV쇼 스타 '릭 달튼'과 그의 친구이자 오랜 대역 배우인 '클리프 부스'가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내어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서 자니로 분한 트루디가 릭에게 전하는 말은 배우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내용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배우 릭 달튼 캐릭터를 통해 영화계에 공헌한 배우들을 위한 헌사를 바친다. 이처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1969년 할리우드의 모습을 쿠엔틴 타란티노의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로 인상적이다.

"두 배우 사이에 침묵이 잠시 흐른다. 그리고 더 젊은 배우가 말한다. "와, 배우라는 직업은 굉장하지 않아요?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아요. 그렇죠?"

10년 만에 처음으로 릭은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깨닫는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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