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기술 -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
마셀 다네시 지음, 김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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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기술>의 저자 마셀 다네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오이디푸스 왕으로부터 시작해 거짓말과 권력이 결합하는 모습을 최초로 제시한 마키아멜리의 '군주론', 대중을 통제하는 기술과 빅 브라더의 시대를 통찰한 조지 오웰의 '1984' 등의 다양한 문헌과 히틀러, 무솔리니, 트럼프 등 역사 속 거짓말쟁이 군주들을 분석함으로써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거짓말의 기술을 전격 해부한다. "대안 사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허풍, 날조와 조작으로 역사를 호도하는 '작화', 오늘날 온라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짜 뉴스', 타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인식을 왜곡하는 '가스라이팅' 등 저자가 손꼽는 거짓말의 기술들은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혹의 기술이자 설득의 기술이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독한 현혹의 기술이기도 하다. 거짓말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역사를 바꾸는가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결국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자기 통찰의 시간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첫 장을 오디세우스의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오디세우스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 거짓말을 일탈적인 습성보다는 타고난 본성에 가깝지만 오디세우스가 거짓말을 하는 방식은 평범함의 범주를 넘어선다고 이야기한다. 오디세우스는 특별한 종유의 기술을 사용해 언어와 대화를 조작하는 거짓말의 기술을 사용한다.

"옛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중 기발한 거짓말과 속임수와 계략으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 있다. 바로 이타카의 왕이자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다. 수 세기 후에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속이 빈 목마에 그리스군을 숨겨 트로이에 잠입시키는 트로이 목마 작전을 떠올린 인물 역시 오디세우스다. 10년 간의 여정 끝에 왕국으로 귀환한 뒤에도 오디세우스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다. 마치 참을 수 없는 충동에 휘둘리기라도 하듯 주위 사람들을, 심지어 아내 페넬로페까지도 속인다. 오디세우스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곧 '속이는 것'과 같다."

저자는 이 책의 핵심 관심사는 어두운 거짓말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거짓말은 언어가 현실과 맺고 있는 "지시적 연결 고리"를 왜곡하면서도 해당 언어 표현이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이야기한다. 거짓말은 특정 언어 표현이 실제 현실을 가리킨다고 인지하게 하는 환영과고 같으며, 능숙한 거짓말쟁이는 언어적 마술로 상대의 정신을 현혹하는 환영술사나 다름없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정치이론학자 한나 아렌트는 나치즘과 스탈린주의가 동일한 사회 심리학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악의적인 음모론이나 거짓말이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당신이 거짓말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누구도 무엇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고 말한다. 거짓말쟁이 군주는 거짓말에 진심을 담은 척하여 거짓말을 믿을 만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기존 사회질서를 전복하려 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적'이라는 표현은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에서 거짓말쟁이, 사기꾼, 협잡꾼 등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이지만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정치철학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를 원하는 지도자라면 오히려 거짓말과 속임수를 정치적 무기로서 사용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성명서아 다름없는 <군주론>의 18장에서는 거짓말이 어떻게 물리적인 힘이나 군사력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심리적, 정치적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결국 거짓말이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기 때문이다.

"군주의 거짓말을 다른 무엇보다도 현 상황을 향한 분노나 반감에 불을 지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로 하여금 들고 일어나 군주를 옹호하게 만든다. 그들은 군주를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고, 군주가 권력을 쥘 수 있게 돕는다. 거짓말은 사람들이 실질적인 명분이든 상상 속의 명분이든 하나의 명분 아래 결속되어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말재간이 뛰어난 거짓말쟁이 군주는 기만적인 언어를 사용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현실을 가리는 안개를 드리우고, 그 대신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어 정치 사회에 도덕적 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주된 방법은 동일한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트럼프는 자신의 담론을 정치적 올바름, 즉 PC(political correctness)에 물든 "엘리트(학작, 진보 정치인, 민주당원 등)"의 담론에 대항하는 해독제로서 제시한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혁명"의 언어인 셈이며, 바로 자신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느끼는 트럼프 진영 사람들은 이에 감정적 공명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일자리, 무역, 이민, 건강보험 문제를 끊임없이 언급함으로써 지지자들에게 '오직' 자신만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거짓 확신을 시켰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거짓말의 기술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사람들이 거짓말쟁이 군주의 속임수에 마음과 정신을 내주는 까닭이라고 말한다. 한 가지 이유는 사람들이 때때로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배제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는 일부 사람들이 주류 사회로부터 멀어질 수 있으며, 군주의 역할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에 윤리적인 수단으로든 비윤리적인 수단으로든 소속감을 회복시키는 일임을 이미 르네상스 시대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오늘날에는 사이버 공간이 사람들의 정신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화면에 나타나는 내용이라면 고민과 비판을 거치지 않고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저자는 그 덕분에 트럼프의 끊임없는 말 뒤집기나 시치미 떼기를 외면하기도, 트럼프의 허풍을 수사적 전술로 받아들이기도 훨씬 쉬워졌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치적 활동은 말뿐인 구호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추론을 거쳐 심사숙고한 끝에 나오는 현실 세계 속 행동으로 나타나야만 한다. 저자는 명확한 행동 없이는 거짓말쟁이 군주의 권모술수를 당해내지 못한 채 분노와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따르면 수사법의 부정적인 영향을 막는 방법에는 크게 진실과 논리라는 두 가지가 있고, 진실과 논리만이 거짓말의 기술을 파훼할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조지 오웰이 1949년에 출간한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용어인 신어는 암울한 전체주의 사회 "오세아니아"에서 의심과 불안을 유발하기 위해 사용하는 우회적인 언어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신어의 핵심 특징은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는 모호성이다. 신어의 언어 표현은 현실 세계와는 연결을 끊은 채 "대안 현실"을 불러내는 것이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특정한 언어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최악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객관적인 현실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오웰의 정의에 따르면 신어는 애매모호함을 전략 삼아 기존 어웨와 문법을 재구성한 언어라고 말한다. 권력을 쥔 자들은 신어를 사용해 사람들의 정신 속에 뿌연 안개를 드리우며, 그 결과 사람들은 명료하게 사고하지 못하고 국가에 저항한다는 생각조차 갖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진실"은 언어라는 집을 빼앗긴 채 진실부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오웰의 소설에서는 빅 브라더라고 불리는 관리 집단이 각각의 단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떤 메시지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통제한다. 빅 브라더는 시민들의 말 하나하나를 감시하면서 신어의 규칙을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그리하여 소요나 반항의 조짐이 보이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저자는 1900년대 초반에 러시아의 공산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레닌은 프로파간다가 성과를 거두는 이유가 복잡한 사상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대중에게 교묘한 거짓말과 슬로건이 잘 먹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중을 바라보는 레닌의 시선은 히틀러와 유사하고, 1922년 무솔리니 역시 동일한 기술을 사용해 "정말 그런 것처럼 말"함으로써 이탈리아에 파시스트 독재 정권을 확립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1920년대 후반에 소련을 이끈 스탈린은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모든 반대를 묵살했고, 1933년 히틀러는 연성을 통해 인종차별적인 프로파간다를 퍼뜨림으로써 사람들의 편견에 불을 지폈고, 결국 독일에 나치 독재 정권을 세웠다고 말한다.

저자는 작화는 개인적 차원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특정 사회나 문화가 공유하는 인식 속에서도 쉽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 경우 과거에 관한 이야기는 완전히 날조된 허구이거나, 거짓말쟁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진실을 조각조각 짜집기한 모습이다. 저자는 교활한 거짓말쟁이 군주는 이와 같은 작화를 통해 사람들이 과거를 인식하는 방법을 조작하고, 그들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거짓 역사는 사람들을 선동해 허울뿐인 이상을 좇도록 만들거나 거짓말쟁이 군주를 지지하게 만든다. 바로 이 거짓 이야기를 가리키기 위해 이 장에서는 '작화'라는 표현을 사용하 것이다. 요컨대 거짓말쟁이 군주는 단어의 마술사일 뿐만 아니라 숙련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슬기로운 원로" 자리를 차지할 사람으로 내세우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신뢰하게 만들고, 자신이 이야기하는 역사만이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작화는 특정 집단 구성원의 정신을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며, 오래 묵은 증오나 뒤틀린 신념을 정당화하는 경우 그 위력은 한층 강해진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히틀러가 퍼뜨린 아리아인 신화는 작화가 특정 집단의 사고를 얼마나 손쉽게 주무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라고 이야기한다.

"작화에 통제당한 사람들은 아리아인 신화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과 아리아 민족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역사적 숙명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강력한 증오를 품었다.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저들"을 박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치 사이에서 힘을 얻었고, 결국 인종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참상을 낳고 말았다. 출처도 근거도 불분명한 이야기일지라도 일단 본인을 서사 속에 집어넣고 나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계속 전개되는 이야기 속의 용맹한 주인공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야기에 강렬한 감정적 애착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시점부터는 이야기의 타당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일단 작화에 빠지고 나면 자신이 작화에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작화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사기꾼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뜯긴 사람들이 딱 이런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사기꾼을 믿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는 진실을 마주하는 대신 애써 현실을 부정한다. 진실이 매일의 의식 속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방어기제를 발동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미셸 푸코는 특정 사회가 패권 구도를 유지하는 주된 전략 중 하나가 "타자성"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보았다고 말한다. 즉 사회의 인종적, 민족적 특성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동질성이나 주류 집단의 패권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존재를 공격하는 것이다. 저자는 독일의 아리아인 신화부터 시작해 오늘날 특정 인종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는 소셜미디어의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작화의 목표는 늘 타자성을 공격하는 것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작화가 수많은 거짓말의 기술 중에서도 유독 효과적인 기술임을 강조한다. 작화는 사람들의 분노를 부추기며, 복잡한 사회문제에 단순한 해결책을 약속한다. 트럼프는 이민자와 소수자를 희생양 삼아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 구원 서사를 꾸며냄으로써, 진보 정권과 지식인에게 밀려났다고 느끼는 미국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이렇듯 작화된 역사는 감정적으로 억눌린 신념을 건드리도록 설계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작화는 거짓말쟁이 군주의 정체를 꼭꼭 숨겨주는 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실이 왜곡되고 진실이 공격받을 때 감정적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짜 뉴스 증후군이 우리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는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많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뉴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실상 매순간 가짜 뉴스 증후군이 초래하는 악영향 아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진실부뿐만 아니라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허위 정보를 퍼뜨릴 수 있는 시대가 오고 만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알고리즘 하나만 건너면 누구나 거짓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진짜와 가짜, 사실과 대안 사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

저자는 "가짜 뉴스"란 주류 언론 매체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전파되는, 고의로 지어낸 허위 정보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고의"라는 표현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을 해석하거나 제시하는 과정에서 실수는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러한 실수에서 나온 허위 정보는 고의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허위 정보를 계획적으로 꾸며내는 언론은 황색 언론이라고 이야기한다. 설령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드러나거나 그로 인해 문제 제기를 받아도 황색 언론은 결코 정보를 바로 잡지 않으며, 오히려 거짓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설령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일지라도 가짜 뉴스의 양 자체가 폭발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가 어렵고, 정보량 자체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눈앞에 있는 정보에 어떤 함의가 담겨 있는지 판단할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 에라스뮈스는 "인간의 정신은 진실보다는 거짓에 훨씬 취약"하다고 말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가 거짓말쟁이 군주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는 우리의 인식에 혼란, 착각,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에 공포, 증오, 분노를 일깨우는 언어를 사용해 정신을 통제하여 신뢰, 지원, 옹호를 얻어낼 줄 아는 능수능란한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적 성분이 우리 무의식에 닿으면 마치 화학반응이 일어나듯 명료한 사고 능력과 비판적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교활하고 기만적인 거짓말쟁이가 초래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 중 하나는 현실을 의심하거나 거짓을 진실인 양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정신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흔히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는 기술로 은유적인 언어나 위선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거짓말쟁이의 목표는 독창적인 언어적 술책으로 사람들의 현실 인식을 통제하여 자신이 보도록 허락하는 것만 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누가 거짓말에 문제를 제기하면 부인과 비난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거짓말을 보강하여 반대 증거를 무마시켜 결과적으로 의심과 혼란은 가중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가스라이팅이란 의도를 영악하게 돌리거나 교활하게 비꼬아 말함으로써 사람들이 거짓을 진실로 믿게 만드는 이중 언어 술책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대신 도그휘슬(개 호루라기 소리는 개만 알아듣는 것처럼, 자기 집단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 극단적인 입장을 숨기는 정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가스라이팅의 핵심 전략이다. 거짓말쟁이가 사용하는 기술이 대부분 그렇지만 도그휘슬 역시 V에 대해 말함으로써 A를 떠올리게 만드는 일종의 이중 언어에 해당한다. 예커대 트럼프의 장벽 비유는 피상적인 차원에서는 국경 치안(B)을 염두에 둔 표현 같지만, 심층적인 차원에서는 외국인 혐오(A)를 부추기는 표현이다. 이와 같은 이중적인 표현 때문에 트럼프는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고도 책임을 회피할 수 잇다. 습관적으로 A 이야기를 하다가도 나중에 누가 문제를 삼으면 도리어 화를 내면서 자신은 B 이야기를 한 것뿐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가스라이팅의 주된 전략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상이나 주제를 직접 지칭하는 대신 돌려서 말하거나 빈정거리듯 말하는 것이다. 거짓말쟁이는 이와 같은 이중 언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가리키는 대상을 서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뒤섞어 사람들의 현실 인식을 통제한다.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밖에 못 하기 때문에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그에게 온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강조하듯 거짓말쟁이 군주가 사용하는 핵심 술책은 자신의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짓말쟁이 군주는 겉으로는 늘 사자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늘 여우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잘못을 부인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전략을 통해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과장의 시대에는 자신이 이룬 업적을 전부 "부풀려" 말하는 트럼프가 영웅적인 인물로 떠오른다고 말한다. 따라서 팬들은 트럼프의 허풍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미국의 정수를 담은 화법으로 인식한다.

"마키아벨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인보다는 결과만 바라본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역시 자신이 미국 사회를 바로잡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약속을 지켰음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저스트 두 잇"이라는 나이키 슬로건에 관한 마티 노이마이어의 고백은 바넘식 화법이 그처럼 효과적인지 명확이 드러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노이바이어의 고백에서 드러나듯, 진실된 과장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일종의 약속을 제기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추상적인 정보를 전시하는 대신 잠재적 구매자에게 직접 다가가 말을 건넨다는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은 화법을 일상 대화에서 접하면 우리는 스스로가 중요한 존재이며 "거창한 계획"의 일부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저자는 트럼프를 비롯한 거짓말쟁이 군주들이 흔히 사용하는 과장된 수식 어구에는 "너무 많이", "위대한", "매우", "어마어마한" 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주말에만 겨우 운동하는 나오서는 내가 선천적으로 게으른 건 아닐까 하는 의심과 나에게 실천력이 거의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은 가졌어도, 딱히 내 신발 때문에 고민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이티케어 "그냥 해봐(Just do it)"이라고 말하는 순간 무언가가 내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만약 저들이 나를 그렇게 잘 이해한다면 신발도 잘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꺼이 나이키에 합류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저자는 인간이라면 거의 누구나 살짝 이득을 얻기 위해서, 또는 원치 않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지만 거짓말 장인은 흔치 않다고 말한다. 거짓말 장인은 다른 사람의 정신을 파고들어 그 정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조종할 줄 안다. 저자는 거짓말 장인은 언어가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짓말의 "기술자"라고 부를만 하다고 이야기한다.

<거짓말의 기술>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진실만이 거짓과 혐오 발언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해독제라고 말한다. 진실만이 우리의 정신을 플라톤의 동굴에서 데리고 나와 자유롭게 만들어준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거짓말쟁이에게 반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이 아무리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더라도, 그가 악랄한 거짓말쟁이라고 당당히 외치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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