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시간들 - 돌봄에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
권범철 외 지음,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기획 / 모시는사람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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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들>은 누구나 돌봐야 하는 사람, 동물, 사물이 있거나, 머지않은 장래에 나에게도 돌봄이 필요핟고 예감하며 살아가는 돌봄의 시대에, 돌봄의 다양한 얼굴을 가시화하며, 편중이나 불평등을 해소하고, 생명력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접근법을 담고 있다. 정동의 관점으로 이해함으로써, 누구나 돌봄의 주체가 되고 또 동시에 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돌봄에 대한 편향적, 편파적인 시각을 걷어내고, 번아웃이나 감정 파산을 야기하는 독박 돌봄을 방지하며, 국가나 사회적 돌봄이 미치지 못하는 돌봄 소외지대 해소를 기획한다. 절대돌봄(유년기)-자기돌봄(청년기)-서로돌봄(커플기)-배치돌봄(장년기)-절대돌봄(노년기)의 생애 전 과정에 걸쳐 사랑과 돌봄과 연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방안, 나아가 인류문명이 야기한 기후위기나 생명위기까지를 돌볼 근거와 방법을 모색한다. 돌봄의 현장성, 구체성, 다양성을 도외시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미학화, 사회화하고 지속가능성과 확장가능성을 열어낸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돌봄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돌봄력'이 충만한 사회-세계를 기약하고 전망한다.



이 책은 많은 초로기 치매 당사자들이 사회적 관계가 위축되고 고립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이때 일은 곧 고립을 해소하고 사회적 관계에 해복되며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무엇이다.

"치매가 시작된 당사자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주변 사람들은 낯설어진 당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서서히 거리를 둔다. 갈 곳도 마땅치 않다. 돌봄 기관들은 대부분 신체가 노쇠한 노년의 치매 당사자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인지 기능이 저하됐을 뿐, 아직 팔다리에 힘이 넘치고 활동적으로 무언가 하고 싶은 초로기 치매 당사자에겐 맞지 않는다. 어떨 땐 어르신들이 '젊은데 왜 이런 곳에 오냐'며 타박하는 경우도 있으니, 초로기 치매 당사자는 몸도, 마음도 오갈 곳이 없다."

이 책은 픔을 부정하는 사회는 반대로 건강한 몸을 표준으로 삼는 사회이며, 이런 사회에서 아픈 것은 자기 관리의 실패이자 개인적인 일탈로 낙인찍힌다고 말한다. 건강은 선이고 질병은 악이라는 이분법이 강화되며, 아프다는 것이 곧 실패한 삶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아픈 몸 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간과 노동의 속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말한다. 기존의 경쟁구도와 성과 중심의 구조가 변화해야 하고, 각자 몸의 속도에 맞게 노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치료와 돌봄, 노동을 병행하는 하루 일과를 상정하고 면접, 업부 매치, 협상 전반에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픈 몸을 표준으로 노동을 다시 사유하 때, 모두에게 필요하고 적용할 수 있는 노동과 노동 조건을 만들 수 있다. 더불어 다양하게 이분화된 노동의 위계와도 연동될 수 있다.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과 남성, 노인과 젊은이 등 후자의 노동에 비해 전자의 노동이 평가절하되거나 차별받는 상황 자체와 연동될 수도 있다. 표준과 정상을 규정하는 권력을 뒤흔든다는 건 바로 이런 의미다."

이 책은 인간은 돌봄 없이는 어떠한 존재로 제대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생명, 사물, 자연, 기계를 일으켜 세우는 기본적인 행위 양식이자 존재력을 북돋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 책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기본적인 행위임에도 돌봄의 사회적 가치가 저평가되는 이유는 돌봄의 작동원리가 재귀적인 반복, 제자리고 돌아오는 원점회귀성, 비가시성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돌봄은 자본주의가 보기에는 성과로서의 실물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수행되는 희생이나 젠더불평등을 특징으로 한다고 말한다.

"먼저 재귀적인 반복은 아침식사 다음에는 점심, 저녁이 행렬을 이루어 반복되는 양상이거나, 빨래를 걷고 개고 나서 다시 새 빨래는 내거는 등의 행위가 반복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재귀적인 반복의 양상은 순환적이지만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 나는 반복이기 때문에, 살림이나 돌봄에는 얼마간의 화음과 리듬이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원점회귀성은 돌봄에서 가장 기본적인 양상으로, 어제 놓여 있던 곳에 다시 놓아야 하기 때문에 전혀 변한 것이 없거나 성과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외부에 나가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살림이 전혀 변한 것 없는 그대로이고 아무런 노력도 가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마지막으로 비가시성에 있어서 돌봄은 그림자노동으로 불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동이기 때문에 가치가 저평가되거나 아예 가치가 누락된다."

영 케어러는 만성적인 질병이나 장애, 정신적인 문제나 알콜, 약물의존을 가진 가족 등을 돌보는 '18세 미만의 아동' 또는 '젊은 사람'(영 어덜트 케어러)를 가리킨다. 좁게는 가족 중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가사, 간병, 감정 노동 등을 수행하는 '18세 미만의 아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영 케어러 자체가 한국사회에서 돌봄을 가족 내에서 해결한다는 방증인 동시에 영 케어러들의 형제자매 의존은 또 다른 영 케어러를 여러 명이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돌봄을 사적 영역에 내맡기고 개인의 의지에 따라 돌봄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고유한 삶의 영위를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청년 담론에 휩쓸려 영 케어러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봄 관점에서 청년 돌봄과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이 문제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정보와 참여 경로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 책의 글귀에 공감한다. 정부 주도에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주체가 되어 영 케어러의 기본권과 시민권을 확보해야 한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아동, 청소년이 시간이 지나면서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으로 성장한다. 이는 단순히 시점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 청소년이 청년이 될 때까지도 돌봄을 수행한다는 것은 돌봄이 장기화된다는 뜻이며, 유년기에 돌봄 역할을 수행하는 경험은 이후 청년기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첫째는 영 케어러의 세대적 특성이다. 90년대생 영 케어러의 형제자매는 더 이상 전통사회와 같은 대가족 내에서 돌봄을 수행하지 않는다. 개인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더욱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베이비부모 세대만큼 형제자매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의 지원이 아니더라도 미래에 부모 돌봄을 수행하는 데 오롯이 혼자서 감당할 몫이 상당히 증가한 것이다. 둘째, 가족 내에서 돌봄을 수행하면 여전히 가족의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 잘 드러난다. 아픈 가족이 발생하는 가족 위기가 닥치면 제도 등 외부에 의존하기보다 우선적으로 다른 가족의 노동력에 의존하게 된다."

이 책은 지난 20여 년 동안 노인돌봄에 대한 인식과 가족 내 주돌봄자의 역할이 상당히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돌봄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혀졌다는 점이다. 전통사회의 노인돌봄만 하더라도 여성, 주로 그 집안의 장남이나 아들의 배우자인 며느리가 맡아서 수행했으나, 친자녀 돌봄 규범이 확산되었다. 또 노인들이 돌봄을 가족에게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사회 서비스와 제도를 이용하고 있으며, 비혈연 관계자에게서도 돌봄을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은 이는 새로운 돌봄 형태의 등장, 돌봄 유형의 다양화를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돌봄의 정책이나 제도는 진행형 위주라고 말한다. 현재 돌봄 중인 이들이 돌봄을 '잘'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돌봄이 종료된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사회적 관심은 진행형보다 적다고 이야기한다. 돌봄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의 근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나다. 이 책은 이들이 돌봄을 '잘'하기 위한 지원보다 돌봄제공자가 어떤 경우든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고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최근 돌봄 관련 소설들은 공통적으로 가부장,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자본, 국가 등 그동안 이 세계 시스템의 기초가 되어 온 축들을 복잡하게 환기시켰다고 말한다. 여전히 가족 내 돌봄은 여성이 전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더구나 가족 내 돌봄이 외주화된 양상, 즉 돌봄 서비스 사용자와 제공자 사이의 갈등도 현저하다. 이 책은 이제까지 서사화되지 않아 왔던 영역, 즉 돌봄 시장 안에서 돌봄노동을 둘러싼 여성들끼리의 갈등과 신경전도 생생하게 전개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산후조리원, 요양병원 같은 기관과 그 안에서의 계층, 계급 배치도 및 개인의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어떻게 자본주의적 가치가 가로지르는지 신랄하게 폭로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에 따라, 소설들에거 일별할 수 있는 돌봄 현장은 다음과 같은 식이었고 말한다.

"우선 돌봄의 책임은 여전히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그와 관련하여 돌봄 수행의 여성 젠더 편향성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셋째, 돌봄의 외주화는 자연스러워졌다. 각종 도움 서비스는 이미 커다란 시장, 산업의 영역 속에 놓이게 되어 버렸다. 이때 돌봄은 저렴한 노동력 상품으로 통용되며 그 행위 자체가 폄하되는 악순한 속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돌봄을 수행하는 일은 여전히 기피되거나 폄하되는 일을 벗어나지 못한다. 넷째,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돌봄이 그것을 수행하는 측의 입장 위주로 사유되다 보니, 돌봄의 또다른 주체인 돌봄 받는 측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돌봄이 관계적이며 정동적인 활동이라는 점도 망각된다."

이 책은 여성의 일이자 사적인 활동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돌봄을 이제는 성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돌봄의 사회적인 가치를 회복하고 상호역하로 작동되는 제대로 된 돌봄의 시작이라는 이 책의 글귀가 눈길을 끈다.

"돌봄에 대한 첫 번재 오해는 돌봄이 여성적인 일이며 나약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라는 관습적인 인식과 태도이다. 오래된 가부장제 관습에서 돌봄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의 집안일이 되어 여성의 성역할로 강요되었다. 여성의 역할이 된 돌봄은 사회활동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인 일이면서 공동체도 정부도 관여하지 말아야 할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치부된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지금까지도 아이를 키우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 전통적으로 여성이 도맡아 온 생명살림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여성들은 중요한 살림을 외면할 수도 혼자서 감당할 수도 없는, 이중으로 구속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능력 있고 건강한 인간은 돌봄이 필요없으며, 돌봄은 취약계층이나 건강상의 도움이 필요하고 독립 능력이 없는 나약한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관습적인 인식과 태도를 비판한다. 이 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상과 비정상, 우성과 열성으로 분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배경으로 하는 돌봄의 오해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돌봄 받는 것을 나약하게 보고 독립적인 생활을 강조하는 것은 생명활동의 순환성, 다양성, 영성을 알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전체화, 획일화, 개체화된 사고에 묶여 상호취약성과 상호 연결성으로 살아가는 생명활동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서로가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은 자립은 거짓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는 이 책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돌봄을 받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무능력함을 드러내는 수치스러운 일이면서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과 손가락질을 받는 대상이 됨을 뜻한다는 인식이다. 이렇게 돌봄은 사회에서 외면당한다. 이 생각이 아직까지 돌봄을 노인이나 아이와 같은 특정 세대, 그리고 소득과 부의 편차에 따른 계층을 분리하여 시혜적 돌봄을 받는 대상과 비 대상을 나누는 선별적 복지의 대상이 된다."

이 책은 자기돌봄에서 상대돌봄으로 이어지는 돌봄을 외부적인 상대돌봄으로만 제한하는 관습적 인식과 태도에 대해 비판한다. 자기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는 건강하게 상대를 돌볼 수는 없다. 이 책은 때에 따라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적절한 휴식과 운동으로 몸을 살피는 내부적 자기돌봄이 있어야 상대를 기쁘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기돌봄 없이 사회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상대를 돌보는 일은 자신을 소진하고 어느 순간 스스로를 돌봄 생활에서 이탈하게 만든다. 일방적인 희생은 결코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다. 외부로 연결되어 상대를 돌보는 일이 횡적이라면 자기돌봄은 종적인 돌봄이다. 이 둘의 관계는 격자무늬처럼 짜여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 종적인 자가돌봄 없이 횡적인 상대돌봄이 계속될 수 없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자아'와 '취향'이란 이름으로 자신에게 감사하면서 자기를 돌보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은 일이 표준이 된 삶, 아무도 일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느끼는, 심지어는 근명을 칭송하는 기이한 사회라고 말한다. 일에 소진된 우리는 다른 무언가를 할 여력이 없다. 이 책은 그럴 때 우리는 자신만을, 가족만을 돌본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 공동의 역량은 우리가 아니아 시스템에 봉사하는 비인격적인 구조를 재생한다.

"겉으로 보이는 일에 대한 집착은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강박에 불과하다. 불안한 사회에서 안정에 대한 욕망이 (정기적으로 임금을 주는) 일에 대한 갈망으로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건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 안정적인 삶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토록 일에 매달리는 것은 일 자체가 큰 의미가 있어서라기보다 많은 경우 그 반대다. 다른 삶의 토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이 본분으로 주어지는 것은, 그것이 도덕적 명령으로도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일-임금을 받는 일-을 해야 진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에 따라 결국 우리는-어떻게든-일을 하고 삶을 포기한다. 하루 종일 일에 매인 삶을 우리는 얼마나 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삶의 노동으로의 종속이 낳는 효과는 결국 문제의 "비인격적인 구조"의 재생산이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노동을 거부하거나 문제화하지 않는 한 그 구조를 만드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이 책은 위기를 맞이한 사회는 돌봄 노동자를 극한으로 몰고 가며, 사회의 특정 부문을 희생시켜 겨우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것은 그 자체로 부정의할 뿐 아니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리고 이야기한다.

""미덕은 그 자체가 보상"이라는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돌봄 노동은 보람 있는 노동을 한다는 이유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한다. 그들은 '좋은 일'을 하는 '의로운' 사람들이므로 돈 따위에 연연해서는 안 되며, 열악한 노동 조건은 꿋꿋이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힘들어도 이겨내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들이 바라고 강요하는 상이며 또한 오늘날 의지하고 있는 상이다."

이 책은 돌봄은 우리가 서로의 안녕을 보살피기 위해 형성하는 관계이자 활동이며 그 영역은 인간 자연뿐 아니라 비인간 자연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돌봄은 '우리'를 만드는 일이며, 따라서 커먼즈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의 사회는 우리에게 돌봄이 아니라 일을 강제하는 사회이며, 이 사회는 서로를 돌보기보다 밀어내기를 요구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돌봄은 자신의 장애물인 그 질서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저 타인을 받들고 섬기는 봉사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돌봄을 삶의 중심에 두려면 우리는 더 적게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더 많은 일을 부과하는 것을, 노동 강제를 근간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이렇게 오래 일하는 것의 효과는 일에 매몰된 인간, 따라서 자신(과 가족)을 돌보는데 지쳐 타자에 무관심한 인간의 생산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노동 시간 단축은 그 자체로 생태 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가 생산에 시간을 덜 쓸수록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은 202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국이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2025년까지 연간 1억 2700만 톤의 온실 가츠 배출의 21.3%에 해당하고, 스위스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렇든 기후 비상사태 상황에서 노동 시간 단축은 필수적이다."

이처럼 <돌봄의 시간들>은 돌봄의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을 통해 돌봄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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