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지털 세상을 잇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9
주형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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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미디어란 생활의 필수재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드는 순간까지 우리의 일상 속 곳곳에 미디어가 스며들어 있다. 미디어는 모든 정보의 원천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셜미디어 중독, 사이버 불링, 가짜 뉴스 등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다.

출판사 한국문화사의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제9권 <미디어, 디지털 세상을 잇다>는 역사 속 미디어의 궤적부터 최첨단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현상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디지털 원주민에서 필수적인 역량으로 자리 잡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은 미디어 관련 진로를 앞두고 있는 청소년, 보다 능동적인 미디어 생비자로 살고자 하는 디지털 시민들에게 진정한 미디어 리터러시로 나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은 '1장 디지털 시대를 사는 힘, 미디어 리터러시, 2장 격동의 역사 속에 미디어가 있었다, 3장 영화가 보여주는 미디어의 겉과 속, 4장 디지털 혁명, 인류를 초연결 사회로 만들다, 5장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미디어 효과의 모든 것, 6장 기호를 알면 미디어가 보인다, 7장 차이와 갈등을 넘어 소통하는 미디어'라는 7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미디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가장 기본적인 미디어인 우리의 몸에서부터 오늘날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디지털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를 이용해 우리는 상호작용하며,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삶을 영위해간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미디어를 이해하고 이용할 줄 아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는 인간의 사회적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리터러시(literacy)는 문해력을 뜻하는데,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 더 나아가 문장을 이해하고 글을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그리고 저자는 최첨단 디지털 환경하에서 건강한 시민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필수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시민들은 미디어 콘텐츠를 활동을 감시하는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비평하고 미디어 활동을 감시하는 능동적 이용자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 정보를 찾고 평가하며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는 코딩 기술에서 시작해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에 이르기까지 21세기 사회를 살아가는 디지털 원주민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다."

"디지털 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디지털 원주민 세대는 미디어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디어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할 것이다. 그들은 미디어를 통해 관계를 만들고 역사를 만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 능력'을 넘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창조적 능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디어의 발명과 발전은 단순히 기술과 지식이 축적된 결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하고 진화하는 과정에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이 끊임없이 개입하고, 사회적, 문화적 요구와 필요성이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을 부추긴다. 동시에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속성은 사화외 문화가 형성되고 유지, 발전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근대의 정신은 인쇄술의 발명을 촉진해고, 인쇄 미디어는 근대의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저자는 과거의 미디어에 비해 새로운 미디어가 더 우수한 것은 아니며, 새로운 미디어가 과거의 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종이책은 전자책과 공존하고, 편지는 이메일과 공존하며, 오프라인 영화관은 OTT와 공존한다.

"새로운 미디어의 확산은 과거의 미디어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전 미디어가 가지고 있었던 기능과 역할을 변경한다. 책은 말을 좀 더 놀리정연하게 만들었고, 텔레비전은 영화를 좀 더 화려하고 거대한 스펙터클로 탈바꿈시켰다. 텔레비전에 맞서기 위해 영화 스크린은 대형화되었고, 소리와 음향 기술은 더 생생하고 현장감을 주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미디어의 역사는 사회의 역사와 맞물리며 전개된다. 미디어는 인간의 몸과 정신을 확장하면서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을 압축한다. 사람과 세상을 매개하는 미디어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시간과 공간을 더 빠르고 더 가깝게 경험하며 한다."

저자는 사방에 편재하는 디지털 미디어는 사람들을 항시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참여'는 디지털 시대의 특징적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디지털 미디어는 사용자가 엄청난 양의 정보에 쉽게 접근하 수 있도록 해주면서 동시에 정보를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의 단편들을 모아 자신의 방식으로 고치고 수정하고 조합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든다. 저자는 브족사회의 특징적 활동인 '브리콜라주'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활동은 디지털 시대의 특징적인 문화현상으로 장착되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파급력이 큰 분쟁에 대해 텔레비전은 획일적이고 규범적인 내용을 보도하지만, 1인 미디어 채널들은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의결들을 표출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1인 미디어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기억한다. 저자는 동일한 사건에 대한 수많은 다른 기억이 공존하고, 다른 사건에 대한 다른 경험이 각각의 '작은 마을'안에서만 공유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 세계의 지구촌이 해체되고 사람들이 다양한 속성과 가치관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부족화'가 나타났다. 저자는 디지털 미디어가 만들어낸 수많은 부족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지양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고 이야기한다.

"브리콜라주는 프랑스 말로 여러 가지 도구와 재료를 이용해 필요한 것을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부족사회 사람들은 당장 손에 잡히는 잡다한 물건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기능을 가진 물건으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로 전환된 아날로그 콘텐츠와 새로 제작되는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멈추지 않고 콘텐츠를 수정, 해체, 혼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일상적 활동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다수의 송신자와 다수의 수신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사실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미디어를 소유하고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세계의 모든 사람을 향해 송신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1인 미디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 소수에 의해 독점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압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은 오히려 분열되고 해체된다."

저자는 영화는 발명된 이후로 지금까지 현시과 관련해 두 가지의 상반된 태도를 보여왔다고 말한다. 에드슨이나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초기의 영화들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일종의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그 뒤 상상의 세계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픽션 영화가 영화산업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영화는 한편에서는 인간의 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현실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미디어의 역할을 요청받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고 상상하는 꿈의 세계를 만들어 보여주는 미디어의 역할도 부여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가 어떤 것이든 간에 그 안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 부분이 담겨 있다. 영화는 실재하는 현실로부터 나온 영상일 뿐만 아니라 현실처럼 보여야 하는 것에 대한 영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미디어의 세계는 '미디어의 현실' 그 자체일 수는 없지만 동시에 '미디어의 가능한 현실'이기도 하다. 영화는 궁극적으로 허구의 세계를 재현하지만, 그 허구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이다."

저자는 시청자들은 자기 집 거실 소파에 앉아 타인의 비극, 곤경, 치부, 고통을 안전하게 시청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텔레비전 방송사는 시청자의 욕망에 편승해 선정적으로 자극적인 영상을 방송하면서 시청률을 올리고 수익을 극대화한다. 저자는 카메라 영상의 속성, 시청자의 욕망, 방송사의 영리 추구가 한데 모여 뉴스가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한 콘텐츠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최근에는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을 이용한 1인 미디어가 지배적인 미디어로 부상하면서 상업적 목적을 위해 선정적, 폭력적 영상을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돈벌이를 위해 조작하고 연출해서 만든 가짜 뉴스까지 활개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시각적 자극만을 즐기는 구경꾼이자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는 한 우리의 은밀한 욕망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높은 조회수를 유도하고 많은 구독자 수를 확보해 소득의 안정성을 얻고자 하는 1인 미디어 창작자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해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게다가 직업의 불안정성이 주는 심리적 스트레스 때문에 무모하고 충돌적인 행동, 불안과 우울,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공적인 언론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것도 1인 미디어 콘텐츠의 선정성과 반사회성이 확산되는 배경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소셜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사용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범죄나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문제들의 발생 빈도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한편에서는 개인 정보 유출을 조심하고 프라이버시에 대해 염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발적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사생활을 공개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라고 부르며, 사람들은 개인 정보 유출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작은 금전적 보상에 쉽게 해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집 거실에서 가족 모임을 하며 촬영한 사진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공개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온라인 활동은 오프라인보다 더 편하고 자유롭고 간편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쉽게 감시되고 측정되고 추적될 위험성이 공존한다. 온라인에서는 누군가가 언제 어디서든 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평판을 관리할 필요를 느낄 때 비로소 온라인 활동을 제어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즉,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필요와 제약이 온라인 활동을 제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1세대 SNS로는 싸이월드, 블로그와 같은 제한된 네트워크가 있다고 말한다. 오프라인 인맥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개인 콘텐츠가 주를 이루었다. 저자는 그다음 2004년부터 등장한 2세대 SNS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이 있는데, 관계가 불특정 다수로 확대되면서 선호 콘텐츠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강화된 특징을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후 2010년경부터 대세오 떠오른 3세대 SNS에는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링크드인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시각이나 영상을 중심으로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큐레이션이 핵심이며, 관심사에 따라 작은 단위의 소셜 플랫폼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자가 알고리즘이 필터링한 특정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하며, 선택적 노출이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필터 버블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신념이나 태도와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선택적 노출을 구조적으로 조장하는 디지털 미디어 안에서 나와 같은 목소리만을 들으며 안주하기보다는 불편하더라도 필터 버블을 깨뜨리고 더 넓은 세상의 다양한 의견들을 경험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나 훨씬 건강한 일일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1인 미디어 채널, 소셜미디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생각과 태도가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사람들의 확증 편향이 더욱 강화된다. 그 결과 충분한 토론 없이 쉽게 결정을 내리고, 한번 결정된 것은 바꾸려 하지 않는 경직된 '집단하고', 그리고 집단의 의사결정이 구성원 개개인의 평균치보다 극단으로 치우치는 '집단 극화' 현상이 나타난아. 실제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선택적 노출은 정치적인 양극화를 조장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거꾸로 자신들의 인식의 틀을 편협하게 만드는 미디어의 벽에 스스로 갇히는 셈이다."

1960년대에 미국의 커뮤니케이션학자 조지 거브너는 오랜 기간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들은 그들이 소비하는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계의 모습을 현실의 모습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미디어의 '문화계발 효과'라고 불렀다. 대중이 현실세계에 대해 가진 이미지는 실제 현실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미디어가 전달하고 보여주는 세계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거브너는 당신의 지배적인 미디어였던 텔레비전을 예로 들면서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란이 많을수록 사회 현실이 텔레비전에 묘사된 섹례의 모습과 일치한다고 믿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거브러는 텔레비전과 같은 매스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상의 모습은 비슷하기 때문에 매스 미디어의 콘텐츠를 과다하고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 누구나 세상에 대한 비슷한 미미디를 갖게 된다고 생각했는데, 거브너는 이를 '주류화 현상'이라고 불렀다고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의견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계속 같은 세상을 보여주는 매스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결국 같은 세상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매스 미디어가 세계에 대한 지배적인 주류의 생각과 의견을 만들어 유통하기 때문에 매스 미디어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주류 의견에 동조하면서 주류화된다고 말한다. 게다가 매스 미디어에서 보던 것과 유사한 사건을 현실세계에서도 경험하게 되면, 사람들은 매스 미디어의 세계를 더욱더 현실이라고 믿게 된다. 저자는 거브너는 이를 '공명 현상'이라고 물렀고, 매스 미디어가 제공하는 사건과 현실의 사건이 일치하면서 사건에 대한 현실감이 증폭되는 현상이 바로 공명리가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살다 보면 사소한 폭력 사건에 휘말려 피해를 입거나 폭력을 목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매스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폭력적인 장면을 보게 되면, 현실에서 경험한 사건을 머릿속으로 지속적으로 재생하게 되고, 결국 현실세계를 실재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게 된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포스트모더니즘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딥페이크 기술은 사람의 눈으로는 현실인지 거짓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종교한 가짜 영상을 만들어낸다. 메타버스에서의 나의 정체성은 굳이 현실세계의 정체성과 같아야 할 필요가 없다. 디지털 미디어는 현실과 가상, 진실과 거짓을 구별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멀티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모두가 갖고 있는 비판적 이성의 능력을 이용해 현실의 문제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가 만든 정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며 그들이 믿는 진실에 확신을 강화한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진실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격렬한 반목과 투쟁과 갈등이 일어난며, 이러한 갈등의 상당 부분은 디지털 미디어가 조장한 측면이 있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누구나 쉽게 익명으로 분노를 표출할 수 있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폐쇄적 모임을 만들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집단사고와 확증 편향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탈진실 시대에 자신이 믿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다. 수많은 1인 미디어 채널들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만의 진실을 표출한다. 빅데이터 기반의 AI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신념과 감정에 어울리는 콘텐트를 추천하면서 사용자만의 진실로 가득 찬 세계를 만든다. 서로 다른 진실을 믿는 사람들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은 이제 하나의 진실이 공유되는 유니버스가 아니라 수많은 진실이 각자의 세계를 구성하는 멀티버스이다."

저자는 탈진실 시대에 모두가 각자의 진실을 가진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탈진실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윤리적 태도는 공감애를 갖고 타인의 진실을 '번역'하면서 이해하려는 태도라고 강조한다. 이때 메시지는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을 포함하며,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얻는 것은 궁극적으로 타인과 함께 이 세상을 산다는 느낌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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