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 대한민국 클래식 입문자&애호가들이 가장 사랑한 불멸의 명곡 28
최지환 지음 / 북라이프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은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세상에 거리를 두며 한 번쯤 음악의 속삭임에 마음을 열어보라고 지친 영혼을 안내하는 책이다. 욕망은 쉬지 않고 휘둘러야 하는 양날의 칼이다. 잘못하면 자기 손을 베기도 한다. 자꾸만 불안하고 조급해지는 이 시대에 더욱 클래식 같은 고전적인 영혼의 양식이 필요해지는 이유다. 지금이야말로 '음악의 힘'이 가장 필요한 때이다.

이 책은 클래식 음반 칼럼니스트 최지환이 클래식 입문자와 애호가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28곡을 엄선해서 담아냈다. 클래식 음반 컬렉터이기도 한 최지환의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선별한 명연주들로 구성하였기에 기대해도 좋다. 클래식 입문자라도, 혹은 애호가라도 그 매력에 충분히 빠져들 만한 보물 같은 곡들이다.

클래식이란 게 완전히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알게 되면 마침내 사랑하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이 책은 클래식에 진심이거나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음악과 교감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충만한 만족감이 들 것이다.

이 책은 '1장 클래식을 온몸으로 느끼다, 2장 클래식을 그림처럼 보다, 3장 클래식을 이야기로 읽다'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쉽게 음악을 이해하는 방법은 음악 듣기를 일종의 소통으로 생각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분야를 통해 접근하는 겁니다. 미술, 건축, 문학, 영화 같은 예술 분야도 좋지만 철학이나 여행, 요리, 스포츠 등도 괜찮습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나만의 창을 통해 음악을 접하면 클래식 음악 역시 보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음악이 전하는 이야기가 들리고 감성의 깊이가 더해지면서 음악에 대한 통찰력이 한층 성장하게 될 겁니다."



저자는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오디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의 파장을 온몸으로 다 느껴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물론이고 피부에 있는 털들까지 음악의 파장 에너지를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가급적 모든 감각 기관들을 동원해 음악과 교감하려 한다면 같은 음악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게 들릴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결국 음악강상이라는 것은 우주 에너지와 소우주라 불리는 우리 신체와의 교감이라고 이야기한다.

"음악을 단순히 귀에 들어오는 소리로만 듣는다는 것은 음악을 너무 한정적으로 만나는 일입니다. 음악은 파장의 에너지죠. 이 파장 에너지를 귀에 바로 보내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브람스 교향곡 1번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표출하는 음악은 오디오의 볼륨을 높여서 에너지의 양을 극대화해 온몸으로 들어야만 곡이 가진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와인과 음식에만 마리아주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음악 역시 시나 소설과 좋은 마리아주를 형성하며, 그 상호작용은 음악의 감정을 더 선명하게 하고 글귀의 표현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 속 글귀와 생상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3악장 렌토는 삶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감정이 보인다고 말한다. 저자는 생상스의 클라리넷 소나타는 그가 여든여섯 살의 나이로 타계하던 1821년에 오보에, 바순 소나타와 같이 작곡된 곡으로, 노년의 대가가 바라보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그 감정이 더욱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 '꽃 피는 해안선'의 마지막 구절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라는 자연의 법칙에 대한 다소 무심한 언급은 마지막까지 생상스 소나타와 동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목력꽃이 피고 지는 봄날이 오면 자연스레 레지날드 켈의 생상스 음반을 들으면서 마리아주를 느꼈던 그날의 감동을 되새깁니다. 음악의 마리아주는 문학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과 가능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늘 가까이하며 지내다 보면 여러분도 이렇듯 우연히 음악의 마리아주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저자는 클라라 하스킬은 화려하진 않지만 깨끗하면서도 조금은 조심스럽게 들리도록 터치한다고 말한다. 연주의 해석 방향은 철저한 고전을 고수하고 있으나 조심스럽고도 섬세하게 울리는 하스킬의 피아노 소리에는 그녀의 모진 인생이 같이 흐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클라라 하스킬의 연주는 밝은 선율에서는 어둠이 들리고 어두운 선율에서는 밝은 희망이 들리는 묘한 매력으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뒤흔든다고 이야기한다.

"불안 가운데서 새롭게 균형을 찾으려는 그녀의 태도는 어쩌면 굴곡진 삶을 겪어내고 이겨낸 그녀의 인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름다움 가운데 슬픔이 보이고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을 하스킬만큼 정확히 드러낼 수 있는 연주가는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모차르트는 이 세상의 희로애락을 초월한 그 너머의 초연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저자는 균형과 구조가 뛰어났던 베토벤 음악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던 당시에는 구조가 약하고 선율이 반복되어 진행이 산만하게 느껴지는 슈베르트의 곡들은 관심을 받기가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낭만의 시대가 무르익자 구조로 꽉 차 있는 음악보다 느슨하게 보이던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오히려 편하게 숨 쉴 수 있음을 알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슈베르트의 음악은 감상자를 한순간에 이상향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삶의 힘듦이 너만의 것이 아니라며, 자신의 고통을 내보이고 같이 울어주며 위로한다고 이야기한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에는 앞서 말했듯이 아름다움과 동시에 슬픔과 고통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휘자가 포커스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음악의 해석이 달라집니다. 이런 관점으로 연주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곡이 지닌 아름다움이라는 속성에 집중한 연주입니다. 달콤한 선율로 우리의 감각계를 마비시키고, 우리를 천상으로 데리고 가서 순간의 현실을 잊게 하는 연주라 하겠습니다. 이 해석의 대표적인 연주는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의 빈 필하모닉 연주입니다. 클라이버의 지휘가 '감정적이지 않고 서정이 부족하다'라는 평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감상자가 아름다운 선율에 집중하도록 일부러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요. 음악에서 감정을 덜어내며 연주한다는 것은 감정을 넣는 행위보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슈베르트의 좌절과 슬픔에 집중한 연주입니다. 끊임없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성공은 찾아오지 않았죠. 소심한 슈베르트가 느꼈던 슬픔의 심연을 카를 뵘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이 오롯이 집중해서 들려줍니다. 이 연주를 통해 보여지는 슈베르트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세 번째로 한스 크나퍼츠부슈 지휘의 바이에른 국립관현악단 연주는 슈베르트가 아름다운 선율 속에 숨겨놓은 삶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고통은 슈베르트만의 것이 아니며 청자의 몫도 됩니다. 한스 크나퍼츠부슈는 이 곡을 통해 삶이란 고행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모두 그 길을 묵묵히 걷고 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