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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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은 여덟 살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고, 오랜시간 ADHD,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감각처리장애와 함께 살아온 여성 과학자 카밀라 팡이 생물화학, 물리학, 통꼐학 등 과학을 기반으로 한 지식을 통해 인간 심리와 행동에 관해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행성을 잘못 찾아온 것 같다'고 생각하던 고립된 다섯 살 여자아이가 어엿한 과학자로 자라, 과학을 통해 공감, 이해, 신뢰와 같은 불가사의한 감정에 가닿는 이야기다. 그리고 저자는 '내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며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타인과 연결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평생 스스로의 삶을 실험실 삼아 실패한 실험들을 쌓아온 감동적인 이야기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과착책으로, 스티븐 호킹, 빌 브라이슨 등 수십 년간 뛰어난 수상자를 배출한 영국왕립학회에서 2020 최고의 과학책 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과학은 우리에게 복잡한 현실을 수용하라고 가르치고, 얽히고 설킨 것들이 사라지길 바라며 현실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조화를 이루지 않는 대상을 탐색하고 질문하고 수용한 뒤, 이해하고 결정할 뿐이다. 저자는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더 과학적으로 하고 싶다면, 패턴을 감지하고 결론을 끌어내기를 바라기 전에 무질서를 수용해야 하며, 즉 나무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나무처럼 생각하기는 우리 주변의 복잡성을 반영하며 동시에 우리가 회복하도록 돕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자와 달리 나무는 인간처럼 계속 진화한다. 또한 나무의 수많은 가지는 상자의 몇 안 되는 모서리와 비교할 때 더 많은 결과를 상상하게 하며, 이는 다양한 선택으로 이어진다. 결정적으로, 나무는 확장성을 갖추고 있어서 우리의 의사 결정을 이상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나무는 프랙털 구조로 멀리서 전체를 볼 때와 가까이서 부분을 볼 때 모습이 유사하기 때문에 문제가 아무리 크고 복잡해도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구름, 솔방울, 로마네스코 브로콜리처럼, 프랙털은 규모나 관점에 상관없이 같은 구조를 유지한다. 상자가 형태 때문에 매우 일시적인 연관성으로 한계가 분명한 반면, 나무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기억에서 저 기억으로, 이 결정에서 저 결정으로 가지를 뻗을 수 있다. 나무는 서로 다른 맥락과 주장을 넘나들며 제 역할을 한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할 수도 있고, 삶의 전체 줄거리를 파악하려 할 수도 있다. 의사 결저에서 나무는 핵심이 되는 형태를 계속 간직하면서도 당신의 믿음직한 동맹으로 남을 것이다."

저자는 단백질을 예로 들어 인간으로서 우리가 종종 우리의 잠재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두 가지 영역을 강조한다. 첫째는 진화, 둘째는 차이의 효용이다. 저자는 만약 단백질 분자처럼 발전하고 삶을 바꾸는 우리의 능력을 더 믿는다면, 그리고 우리의 성격과 관점의 특수성을 더 신뢰한다면, 우리는 개인으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가정과 직장을 집단으로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억압과 오해를 차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매우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더 자신감을 가지고, 남의 시선을 조금 덜 의식하며, 서로 다른 타인의 역할을 더 수용하라는 것이 단백질이 주는 교훈이다. 무리에 속하려는 기본적인 인간의 충동을 억제하고, 우리의 기묘한 면을 찬양하며, 이것이 사회 결속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차이는 우리가 함께 일하도록 도우며 개성은 효율적인 팀워크의 핵심이라고 단백질은 말한다.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분자가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교훈이다. 이제, 서로를 더 자세히 관찰해야 할 시간이다."

저자는 열역학적으로 선호되는 방식으로 산다는 것은 올바른 타협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 자신만의 질서 감각을 이해해야 하며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뒤에 거기서 기꺼이 벗어나야 한다. 타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공감해야 하며, 당신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지 않은 채 타협해야 한다. 또한 무질서를 수용해야 하며, 이는 무질서에 항복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완벽함이 얼마나 불리한지 깨달아야 한다. 내 말을 한번 믿어보라. 융통성 없이 구는 것은 가장 진이 빠지는 일 중 하나다. 이와 반대로, 당신이 정해진 날이나 주에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이에 관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가장 힘이 되는 일 중 하나다. 무질서를 수용하고 즐기는 것이 곧 살아있음의 정의다. 그렇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삶을 지루하고 침체할 것이며, 에너지 측면에서도 인간의 진화에 불리할 것이다. 무질서가 없다면 당신은 무생물처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의자처럼 말이다."

저자는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을 약점처럼 부끄럽게 생각하는 대신,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과 친구에게 우리의 가장 뿌리 깊은 공포를 주저 없이 말하고, 공포를 드러내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프리즘과 같은 사고방식을 개발하려면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에 대해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공포를 억누르려는 충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렌즈를 통해 공초를 바라볼 준비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정신 상자 속에 두려움을 가두고 숨기려 한다면 우리는 모든 장점을 잃은 채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저자는 두려움을 수용하고 정신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조수 간만으로 얻는 전기를 활용하는 것처럼 두려움도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자산으로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필터가 거의 없든 여러 개를 가졌든 간에, 내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믿는 필터가 하나 있다. 바로 두려움에 대한 프리즘의 관점이다. 두려움을 우리를 압도하는 무언가에서 우리가 통제하고 온전히 수용할 힘으로 바꾸려면 프리즘의 분산 효과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단순히 우리의 삶에서 몰아내기보다는 통제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두려움이 필요하며, 두려움은 영감을 얻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겁에 질렸을 때, 우리는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대상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떠올린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때는 내 생에서 절대 단 하루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 덕분에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다는 사실도 안다. 두려움은 '빛을 비추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 자체가 빛이며, 우리에게 함께 사는 더 나은 방법을 알려주고 심지어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이것이 내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심어준 공포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눈먼 특권으로 보는 이유다."

저자는 타인과 파동의 위상이 일치한다는 말은 당신과 그 사람의 진폭이 완벽하게 똑같다는 뜻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조약돌이 수면 위를 춤추며 가로지르듯이, 아름다운 것을 함께 만들어내기 위해 두 물체, 혹은 두 사람이 특별히 비슷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각자의 파동 패턴이 여정을 충분히 공유하는 한편, 서로를 보완하 개성과 능력을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인간은 변화를 위한 도전과 잠재력이 필요하며, 이것을 줄 수 있는 것은 자신과 대비되는 파동(인간)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두 사람이 서로의 대조적인 진동수에 적응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혼란을 이겨낼 수 있으며, 서로의 다름에 압도되기보다는 차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만 한다.

"음악 비유를 확장하자면, 우리의 삶은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것과 살짝 닮았다. 우리는 모두 자기 악기를 연주하면서 주변에서 함께 화음을 이룰 상대를 찾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만의 음을 연주하면서 종종 불협화음을 낸다. 모두의 연주를 하나로 이끌어줄 지휘자가 없으므로, 나와 화음을 이룰 상대가 있는지, 내가 아무리 애쓰더라도 항상 충돌하게 마련인 사람은 아닌지 잘 들어야 한다. 특히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것은 공명이다. 공진주파수가 일치하는 사람과 작업환경, 사는 곳은 당연히 우리를 붇돋운다.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을 바쳐 공명을 찾아다니고, 본질적인 평화와 성취감, 행복을 안겨줄 친구, 반려자, 직업, 가정을 찾아다닌다. 이 탐색은 반드시 자신의 파장을 이해하고 타인의 파장에 공감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삶의 추 위에서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리듬과 그에 맞춰 내가 춤추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군중을 분석하려고 시도한 것은 수많은 사람에게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는 일 이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도 타인과 연결되어 독특한 것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진실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평균에서 벗어나 누구도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고 아무도 가지 않았던 곳을 탐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생기를 되찾고 전반적인 합의에 도전해 그것을 확장할 아웃라이어가 없다면 주류는 시들어버릴 것이다. 누구에게나, 심지어 '힙스터'에게조차 맡은 역할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을 가장 두려워했다. 엄마는 나를 데리고 외출하는 일이 서커스 공연 같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무서워하는 접촉, 소리, 소음과 냄새를 피하려고 몸을 뒤틀었기 때문이다. 군중은 여전히 나를 불안하고 겁먹게 하지만, 그래도 군중을 연구한 것은 내게 가장 중요하고 유익한 실험이었다. 그 실험 덕분에 개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동시에 부정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며 내 개성을 지키는 동시에 내가 기여하고 혜택받을 수 있는 더 넓은 세상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집단에 참여하는 일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을 막지 않으며, 실제로는 내 존재와 경험, 내가 제공해야 할 것을 최대한 활용하게 한다. 약간의 순응은 내 개성을 훼손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깊이를 만들어주었다."

저자는 다양한 관계는 우리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양육한다고 말한다. 공유결합은 한결같이 지지해주는 관계로 우리를 편안하고 안도하게 하고, 이온결합은 신나고 열정적인 관계로 종종 사랑을 발견하게 한다. 공유결합은 우리의 삶에서 한결같이 흐르는 강과 같아서, 밀려갔다고 밀려오고 방향을 바꾸기도 하지만 절대 마르지 않고, 이혼결합은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놀이와 같아서, 에너지와 가능성으로 우리를 열광하게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각기 다른 이유로 두 가지 결합이 필요하며, 우리의 존재와 삶에 적절한 비율로 언제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파트너나 단짝과 헤어지면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은 자신을 탓하는 것이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르게 행동해야 했는지 의아할 것이다. 결합은 우리가 더 균형 잡힌 관점에 이르게 한다. 어떤 관계도 버텨낼 수 없는 진화도 있고, 지금까지 당신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어도 그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관계도 있다. 아마 관계가 무너졌다고 해서 우리도 무너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것이 가장 가치 있을지도 모른다. 화학에서의 정의에 따르면 결합이나 원자 정체성의 변화는 상태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상태의 시작이며, 새로운 결합 가능성을 위한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도 똑같다. 관계가 부서지면 따뜻한 우유 한 잔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위안받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결합이 부서지더라도 우리는 항상 가장 인간적인 능력을 간직할 것이다. 새롭게 관계를 맺고, 새 친구를 찾고, 다시 사랑할 것이다. 우리의 바깥 껍질은 다음 전자를 주거나 공유할 준비를 마쳤다."

"사람 몸을 구성하는 원자처럼, 우리도 계속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소속감과 안정감이라는 근본적인 인간적 욕구를 추구한다. 이런 관계 중 일부는 덧없이 사라지고 일부는 지속될 것이다. 어떤 관계는 우리를 창조하고, 어떤 관계를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때 자신이 완벽하게 냉정하고 객관적이며 감히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화학은 인간을 정의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깨뜨리고 때로 재형성하 때 확신을 주는 새로운 인생관과 신선한 관점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의 저자 카밀라 팡은 무슨 일이든 잘 풀리기 전에 한 번은 잘못될 것이며, 상황이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수도 있지만 괜찮다고 말한다. 사실 그 과정이 필요하다. 실패하는 실험을 즐기고, 혼자서 해내는 과정을 누리며,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이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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