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2023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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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의 저자 황승희는 텃밭농사를 하면서 땅에 기대어 사는 뭇 생명들과의 공존을 생각하고, 흙에 감사하는 마음과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이 생겼다. 하루하루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며 그간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층층시하 농사꾼 집안으로 시집와 평생 대가족의 밥상을 차려야 했던 엄마를 안쓰러워한다. '엄마와 딸은 서로가 친정'이라며 엄마에게 퍼즐놀이를 가르쳐주고, 다음 생에서는 엄마의 딸로 태어나 갚아 주겠다고 다짐한다. 부모님이 걸어온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 선택한 1인 가족의 삶은 고독하고 자유롭다. 아파서 누워있는 시간이 많지만, 그에겐 그때마다 꺼내 먹는 어린 시절의 온기 가득한 '4인 가족 알약'의 추억이 있다.

'친구란 내가 선택한 가족'이라며 조심스럽게 새 친구를 만들고, 스스로의 생일을 챙기며, 또 다른 가족인 고양이와 동거한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자신을 아끼고 위하면서 살다 보면, 삶이 사랑스러워지는 마법의 순간이 온다고 믿으며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인지를 고민하고 성찰한다. 작가의 말처럼 '인생은 꽃이 아닌 때가 없다. 또 다른 꽃을 피우자' 하면서. 독거 가정이 늘고 있는 이 시대에 작가의 통찰이 때로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진지해서 마음에 쏙쏙 들어온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은 인공물의 도움을 받아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누가 누굴 온전히 케어할 만큼 건강한 사람은 없지만 함께 밭농사를 하면서 흙과 땅의 정직함과 귀중함을 느끼고 있음에 대해 이야기하여 눈길을 끈다.

"우리 가족은 사이보그 인간이다. 생물과 기계 장치의 결합체. '사이보그(cyborg)'는 'cybernetic'과 'organism'의 합성서이다. 인공물의 도움을 받아 일상을 유지하는 인조인간. 엄마는 귀에는 보청기가, 발목에는 철이 박여있다.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아빠의 틀니. 나는 임플란트를 해서 구강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꼭 터미네이터처럼 나사가 살벌하게 보인다.

우리 셋은 또 어쩌다 모두 디스크 관련 수술을 했는데, 몸이란 게 생물의 물성 때문인지 각자 고유하게 살아내는 일상이 다른지라 증상과 회복 결과가 자기 방식대로인 것 같다. 풀 뽑기 자세가 다 다른 이유인 게다."

저자는 오빠들과는 다르게 부엌일까지 주어졌던 이중의 노동 때문에 어릴 적부터 농사가 싫어서 자연과는 먼 도시 생활을 언제가 꿈꿨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부모와 텃밭 농사를 하게 되면서 일 시키는 직장 상사도 없고 지긋지긋한 야근도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이야기한다. 땅은 땀 흘린 만큼의 먹거리를 내어주고 솔직하고 정직하며, 부모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과 같은 일상을 자신의 모든 행복으로 삼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텃밭 농사를 하며 좋았던 것은 아빠를 전에 없이 자주 보다 보니 아빠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많은 부분에서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남자, 책임감 강한 가장이 되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산 남자를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어디서도 나름 생활력 강한 편에, 타인 의존적이라기 보다는 혼자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자신의 독립적인 성향이 아빠한테서 왔음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외로울 때도 있지만, 자신을 아끼고 위하면서 밝게 살다 보니 자신의 삶이 무척 사랑스러워지는 마법의 순간이 금방 찾아왔다고 말한다. 저자는 오래된 친구들, 취미 몇 개, 고양이들,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 아빠와 같이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꼭 해봐야 하는 것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혼자 살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라는 의미는 독수공방의 의미가 아니라, 자신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며 완전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일부러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혼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말하는 자유와 혼자 살아가는 사람의 자유에는, 인간 언어체계의 모순마저 느낄 정도로 굉장한 간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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