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블레이크, 마음을 말하면 세상이 나에게 온다 - 윌리엄 블레이크 시와 아포리즘 마음으로 읽는 클래식 시리즈 1
윌리엄 블레이크 지음, 김천봉 편역 / 아이콤마(주)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윌리엄 블레이크, 마음을 말하면 세상이 나에게 온다>는 영국 최고의 시인 중 하나로 꼽히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대표적인 저작과 습작 시들을 엄선한 후 충실하게 옮긴 작품집이다. 아쉽게도 그의 시와 사상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도 어려운 해석과 더불어 문학 작품, 성경 구절 등의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탓에 접근이 어려웠다면 이 책은 원전을 바탕으로 더 직관적인 구성으로 새롭게 편집했고, 원문에 가장 충실한 번역과 상세한 해설을 덧붙였다. 이 책은 오랜 세월 전 세계 독자들과 호흡하며 위대한 예술가, 사업가, 과학자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어 준 그의 핵심 철학들을 시를 통해 오롯이 즐기고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이 될 것이다.



영국의 시인, 화가이자 판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런던의 소호에서 양말을 파는 가난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겨우 읽고 쓰는 법을 터득한 블레이크는 어려서부터 환영을 보고 미래를 예언하는 비상한 아이로, 열 살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즈음부터 미술 공부를 시작한 블레이크는 열네 살에 한 판화가의 도제로 들어가 7년간의 수련 끝에 전문 판화가로 성장하였고, 스물한 살에 왕립미술원에 입학하여 미켈란젤로나 라파엘 풍의 고전적인 정밀성을 추구하며 그만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양식을 발전시켰다.

결혼 후에 블레이크는 도제 생활을 함께했던 동료와 판화 가게를 열었으나 얼마 못 가서 실패하고, 그 후부터 다른 저자들의 책이나 잡지의 삽화를 제작하며 궁핍하게 살았다. 이 시기에 블레이크가 제작한 밀턴의 <실낙원>, 성서의 <욥기>, 단테의 <신곡>(미완성) 삽화들은 섬세하고 우아한 선과 장식, 특유의 환상성과 장식성이 돋보인다. 블레이크 자신이 쓴 <순수의 노래>, <천국과 지옥의 결혼>, <순수와 경험의 노래>, <밀턴>, <예루살렘> 등의 시화집 역시 대부분 동판에 글자와 그림을 하나하나 새겨 넣고 채색한 판들을 번갈아 가며 여러 번 겹쳐 찍는 방식으로 제작한 매우 진귀한 예술품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억제와 질서가 미덕으로 여겨졌던 이성의 시대였던 만큼, 독특한 상상의 세계를 자유분방하게 표현했던 블레이크의 그림과 시는 당대에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훗날 19세기 후반의 라파엘전파 화가들과 시인들이 블레이크의 천재성에 처음으로 주목하고, 20세기 비평가들이 그의 시를 재평가하면서, 윌리엄 블레이크는 초기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화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책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웃는 노래'라는 제목의 시가 인상적이다. 자연을 인간처럼 감정을 지닌 존재로 표현하며, 태초의 자연과 어우러진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노래하는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가 돋보인다.

"푸른 숲이 기쁜 목소리로 웃고

잔물결 이는 냇물이 웃으며 흘러갈 때

하늘이 우리의 명랑한 재치에 웃고

푸른 언덕이 저만의 소시로 웃을 때

초원이 싱그러운 녹색으로 웃음 짓고

여치가 그 즐거운 정경에서 웃을 때

메리와 수잔과 에밀리가

예쁜 둥근 입슬로 하, 하, 히 노래할 때!"

이 책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라는 제목의 시가 눈길을 끈다. "모래 한 말에서 세상을 보고 /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보려면, /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 한 시간 속에 영원을 담아라./"는 시구를 시작으로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시어들이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기쁨과 슬픔은 섬세하게 짜여있는 / 신성한 영혼의 옷과 같다. / 모든 고통과 갈망 속에 / 기쁨이 비단처럼 누벼져 있다."라는 시구는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어 깊은여운을 전한다.

"작은 굴뚝새에게 상처를 주는 자는

절대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다.

황소를 흥분시켜 성나게 만든 자는

절대로 여자의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다.

파리를 죽이는 개구쟁이 소년은

거미의 적개심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풍뎅이의 영혼을 괴롭히는 자는

끝없는 밤에 은신처를 짓는다."

이 책에서 순수한 자연과 목가적인 조화로움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적 세계관이 잘 표현되어 있으면서도 일견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쉬운 현실의 위험성을 미묘하게 드러내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가 인상적이다. 특히 '어린 흑인 소년'이라는 제목의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는 검은 피부를 지닌 어린 흑인 소년의 이야기를 표현하여 눈길을 끈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그리고 우리는 대지에 잠시 머룰 뿐이기에 / 그 사랑의 광선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단다. / 그러면 이 까만 몸과 이 볕에-탄 얼굴도 / 구름 같고, 그늘진 숲 같은 것에 부로가하단다."라는 시구로 어린 흑인 소년에게 엄마의 말을 건네는 글이 섬세하게 독자의 감정을 건드린다.

"우리 엄마가 남쪽의 야생에서 나를 낳았어.

그래서 난 까매. 하지만 오, 나의 영혼은 하얘.

영국 아이는 천사처럼 하얗지

하지만 나는 마치 빛을 잃어버린 듯이 까맣지.

우리 엄마가 나무 아래서 나를 가르쳤어.

한낮의 무더위를 앞에 두고 앉아

엄마가 나를 자기 무릎에 앉히고 나에게 키스했지

그리고 동쪽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어.

"떠오르는 해를 보렴. 저곳에서 하나님이 살면서

그분의 빛을 주시고, 그분의 열기를 보내주신단다.

그래서 꽃과 나무와 짐승들과 사람들이

아침에 위로받고 한낮에 기쁨을 누린단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