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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 - 정답이 없는 시대 지성을 구하는 독학자를 위한 공부 철학
야마노 히로키 지음, 전선영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3년 2월
평점 :
<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은 도쿄대에서 철학을 연구하는 저자 야마노 히로키가 정답이 없는 시대 지성을 구하는 독학자를 위한 공부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공부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곧바로 답이 나오는 문제를 다루는 '성취를 위한 공부'와 곧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다루는 '탐구를 위한 공부'가 그것이다. 전자가 시험 합격이나 자격증 취득 같은 목표가 명확한 실리적 공부라면, 후자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추상적 공부다.
저자는 지금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에는 스스로 사고하고 답을 찾아가는 힘을 키우는 '탐구를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어진 답에 만족하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사고를 발전시키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아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 저자는 탐구를 위한 공부에서 절대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철학'이라 말한다. 철학적 사고방식은 상식 속에 묻힌 질문을 찾아내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여 독창적 사고에 이르는 자기 공부를 위한 최고의 도구다.
이 책은 생존의 지혜를 구하는 현대인에게 단편적인 정보나 지식을 취하는 '성취를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탐구를 위한 공부'에 매진하라고 독려한다. '탐구를 위한 공부'의 토대가 되는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는 다섯 가지 사고법과 생산적 사고로 이어지는 세 가지 대화법을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생각하기는 달리기와 같다'라는 비유를 실마리로 독서와 사색의 차이, 깊이 읽기와 논리 잡기, 균형 잡힌 시각과 정연한 논리 전개, 나아가 철학 대화와 호의적 해석까지 철학적 사고방식을 일상에 접목하는 법을 알려준다. 시대와 세상을 꿰뚫어 보는 혜안은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를 때 비로소 열린다는 진리를 담담히 웅변해주는 책이다.
"정답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하여 지성을 구하는 우리 앞에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풀리지 않는 문제에 진심을 다하여 부단히 도전한다면 누구나 빛나는 지성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마음을 다하여 풀리지 않는 문제와 씨름하고 싶은 사람, 탁월한 사고력을 얻어 새로운 삶을 찾고 싶은 사람을 응원하는 도구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이 새로운 사고법, 곧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한다면 저자로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1장 질문을 끌어내는 힘, 2장 분절하는 힘, 3장 요약하는 힘, 4장 논증하는 힘, 5장 이야기하는 힘, 6장 질의하는 법, 7장 논의하는 법, 8장 설명하고 공감하는 법'이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대학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바보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며 캠퍼스를 오가던 어느 날, 학교 도서관 서가에서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이라는 책을 운명처럼 만났다고 말한다. "독서는 타인의 생각을 가져오는 일이다. 책을 읽는 우리는 타인이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더듬어갈 뿐이다. 이는 습자를 연습하는 학생이 선생이 쓴 연필 선을 따라 글자를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독서를 할 때는 생각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 하루 중 대부분을 다독으로 보내는 부지런한 사람은 차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간다."라며 독서법을 언급한 쇼펜하우어의 글을 통해 저자는 독서는 타인의 사색 흔적을 추적하는 일임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저자는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한다면 타인의 사고를 강요당하는 예속적인 상태에 머무를 뿐이며, 결과적으로 사고력과 통찰력을 잃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자신이 직접 달릴 경로를 선택하고, 그 경로와 자신의 자세를 돌아보며 끊임없이 반성하는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타인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는 사고 형태는 지극히 종송적인 성격을 띠며, 지식에 사고가 지배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생각하기에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지적 체력'이 필요하므로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단련되는 사고력을 '걷기'가 아닌 '달리기'에 비유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지식을 수집하는 과정과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은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 지성을 단련하는 과정에서 가장 본질적인 행위는 지식의 수집이 아니라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색을 자발적으로 거듭하는 일이다. 이처럼 저자는 지식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고, 지식을 사고를 규정하며, 사고의 본질은 사색을 전개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질문을 끌어내는 힘, 분절하는 힘, 요약하는 힘, 논증하는 힘, 이야기하는 힘이라는 다섯 가지 기술이 하나로 결합될 때 사고력이 향상되고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가는 힘, 곧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사고법의 기초가 완성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고의 출발점은 재론의 여지 없이 질문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사고의 출발점이 되는 아홉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이는 주장의 근거, 논리의 비약, 사물의 본질 찾기라는 보편성을 둘러싼 질문과 상상하는 장면, 단어의 의미, 이해의 차이 밝히기라는 구체성을 둘러싼 질문, 그리고 공감의 이유, 공존의 길 모색하기라는 가치관을 둘러싼 질문이 있다.
저자는 책 내용을 문절하는 목적은 정보를 하나로 정리하기, 정보의 관계성을 따져보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밝혀내기라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분절은 단순히 나누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방식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책의 긍정적 주장과 부정적 주장을 찾아 각기 다른 색으로 분절하는 방법은 저자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해야 사용하수 있다고 말한다. 색으로 구분하면서 하는 다채로운 독서는 아무것도 표시하지 않는 새하얀 독서와 비교하여 독서에 따라는 긴장감이 다르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첫 번째 목적은 '정보를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한 가지 사실에 관한 사례를 장황하게 늘어놓을 때가 있다. 그런 부분은 저자가 특히 신경 쓰는 점이 반영되었겠지만, '분절'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로 정리해도 된다. 성질이 같은 정보는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분절의 첫 번째 목적이다.
두 번째 목적은 '정보의 관계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무언가는 논증하는 책은 대개 'A와 B라는 두 개가 있는데, A(혹은 B) 쪽이 뛰어나다'라는 주장의 형식을 취한다. 개중에는 복수의 선택지를 제시한 뒤 '이 중 O번째 것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이라고 논하는 책도 있다. 어느 방향이든 무언가를 논증하는 책은 선택지 중 뛰어난 것에 '우수'라는 가치를 확실히 매긴다. 저자가 중시하는 관점과 그 근거가 되는 주장을 찾는 것이 분절이 두 번째 목적이다.
세 번째 목적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밝혀내는 것'이다.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해를 가로막는 것은 대개 잘 모르는 단어와 표현, 흐름이 이상한 접속하다.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반대로 너무 구체적이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ㅇ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느 대목에 걸려 이해하지 못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일이다. 바꾸어 말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 분절의 세 번째 목적이다."
저자는 분절력이 문자의 바닷속에서 정보 덩어리를 정리하고 수집하는 힘이라면 요약력은 그렇게 수집된 정보 덩어리로 로직을 재구성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레고 블록에 비유한다면 모아들인 부품을 조립하여 거실, 욕실 등의 기능적인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단계로, 아직 핵심인 건축물을 세우는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요약을 하려면 사전에 분절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좋은 분절 없이 좋은 요약은 없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요약이란 저자의 주장이 담긴 주요 골자를 대담하게 짚어내는 작업이므로 매번 정밀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워 누락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요약할 때는 항상 '구성'을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요약은 매우 섬세한 지적 작업이다. 저자의 주장을 구성하는 단어나 어구를 모두 수집하여 그대로 이어 붙인다면 원래 문장이 될 뿐이다. 그것은 요약이 아니라 단순한 '동어 반복'으로, 상대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설명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저자의 문장을 모두 빼고 자기만의 언어로 그의 주장을 표현한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것은 요약이 아니라 '창작'으로,, 상대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상태다. 요약이란 어디까지나 저자의 주장을 구성하는 주요 골자를 짚어낸 뒤 거기서 전개되는 로직을 가장 간결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지적 작업을 말한다."
저자는 논증력은 구성된 로직을 연결하여 논거를 만드는 힘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타자의 의견을 요약하는 것만으로는 독창적인 논의를 전개할 수 없으므로 자신만의 추론을 통하여 도출한 판단을 곳곳에 끼워 넣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저자는 논거를 짤 때 중요한 것은 독선적인 논거로 전락하기 않기 위한 타자 관점에서 뽑아낸 요약과 자기 관점에서 뽑아낸 추론을 균형 있게 조합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지한 논의를 전개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심각한 질문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사안의 핵심을 담은 본질적인 질문을 가리는 표면적인 질문을 걷어내고 진실로 물어야 할 질문을 꾸준히 탐구하는 자세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저자는 체계적으로 로직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질문과 답변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질문과 답변의 순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심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한다. 여기서 문제의 쟁점을 잘못 받아들이거나 문제를 축소한다면 사고의 출발점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셈이다.
해결되어야 하는데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대개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런 딜레마를 간파하여 종래의 해결책을 가로막는 문제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꿰뚫어보아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이 문제의 진짜 어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자칫 먼 길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질문을 끌어내는 힘'이 없으면 논거를 짜는 행위, 곧 논증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저자는 '질문을 끌어내는 힘'이 달리기의 출발점을 정하는 기술이고, '분절하는 힘'과 '요약하는 힘', '논증하는 힘'이 출발점에서 실제로 달리기 시작하는 기술이라면 '이야기화하는 힘'은 달린 경로의 풍경을 매력적인 영상으로 재현하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야기하는 힘'의 단계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아무리 치밀하게 사고를 하더라도 그것을 남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추상적인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면서 사고하는 기술의 한 가지 방법은 추상적인 개념을 사람에 빗대어 표현하는 '의인화'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야기화하는 힘은 '자기 반성적인' 측면과 '타자 지향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추상적인 개념을 의인화하여 정리하는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은 의미가 모호한 개념이 맡은 '일'이나 '역할'을 정리함으로써 사고의 '중복'과 '누락'을 막고, 마치 이야기하듯 술술 추상적인 개념의 관계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생산적이고 원활한 방식으로 대화하는 데 필요한 사고방식을 '대화적 사고'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대화적 사고를 익히고 타자와 대화하는 것은 '탐구를 위한 공부'의 힘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타자와의 대화는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이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사고에 빠지는 사태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화적 사고를 익히고 실천하는 단계로 '타자에게 적합한 이미지 사용하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은유'와 '유추'라는 사고 기술이 필요하다. 저자는 은유는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고, 유추는 '상대의 감정을 자기 일처럼 공감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두 가지 기술의 공통점은 짧은 말로 구체적인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다. 특히 저자는 은유는 '사고력은 특별한 훈련을 거듭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갈고닦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은유는 상대에게 사물의 정보를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양자간 괴리가 큰 상황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은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 '괴리'란 서로의 사고 방식이나 감정은 물론 과거의 환경이나 현재의 환경에 큰 차이가 있는 경우를 일컫는다. 괴리가 큰 타자와의 대화는 곧란하기 짝이 없다. 서로를 오해하는 상태에서 대화가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의 저자 야마노 히로키는 살면서 만나는 근본적인 문제와 마주하는 기술을 전해주기에 '탐구를 위한 공부'의 힘은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답이 없는 시대에 곧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과 씨름하는 '탐구를 위한 공부'의 힘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풍요로운 삶을 일구는 데 밑거름이 되는 지적 자산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