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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 - 사랑의 모든 순간, 당신에게 건네는 그림의 위로
김선현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1월
평점 :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나와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너에게 건네는 따뜻한 그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동안 베스트셀러 <그림의 힘>과 <화해> 등 다수의 저서로 그림이 지닌 변화의 힘을 전파해 온 국내 미술치료 최고 전문가 김선현 교수가 이번에는 ‘사랑이 서툴고 버거워 힘든 마음’을 그림으로 위로하고자 한다.
2019년 <그림 처방전> 출간에 이어 개정판으로 재탄생한 이 책은 연인과 나라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방황하는 내 마음에 집중한 심리 테라피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55점의 그림은 미술치료 현장에서 마음의 상처 회복에 테라피 효과가 있었던 그림들로, 나조차도 어쩌지 못해 답답한 내 마음을 대면하고 깨닫게 하며 치유로 이어지게 돕는다. 트라우마를 해소시키는 심리학 이론을 바탕한 저자의 스토리텔링과 함께 소개하는 매혹적인 그림들을 따라가다 보면, 강력한 위로와 안정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그림의 힘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이기도 한 화가 아서 해커의 <갇혀 버린 봄>을 통해 저자는 누군가를 혹은 간절하게 기다리는 마음을 들여다본다. 이는 누군가와의 만남일 수도, 오랫동안 쏟아 온 노력의 결과일 수도 있다. 저자는 그림 속 여자가 단지 집 안에 몸을 가둔 것만이 아니라 어두운 자신의 마음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창턱에 놓인 유채꽃 화병과 따스하게 들어오는 햇빛으로 보아 긴긴 겨울 끝에 어느새 봄이 도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식탁을 치우던 여자는 손을 멈추고 문득 창문 너머를 바라봅니다. 환하디환한 바깥세상과 동떨어진 채 그저 창 밖 광경을 바라보기만 하는 여자. 완연한 봄기운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하고 창가에 기대어 섰을 따름이네요. 표정을 보니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울음을 가까스로 참는 것 같기도 하고 남몰래 긴 한숨을 내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듯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의 감정 그리고 불안과 마음이 마구 뒤섞에 여자는 이 봄을 조금도 즐길 수가 없습니다. 바깥의 풍경이 아름다울수록 마음은 더더욱 서글퍼질 뿐입니다. 세상의 봄꽃은 활짝 피어나는데, 사랑이라는 나의 꽃은 서서히 시들고 있으니까요. 상실의 아픔이 몰려오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이 어쩌다 봄눈처럼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려는 걸까요?"
저자는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여름밤: 해변가의 잉게>를 통해 당신의 삶이 지금 어디쯤 놓여 있는지 잘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별 후의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지난 사랑으로부터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망각의 바다로 얼른 흘려보내려 하기보다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바닷가에 늘어선 커다란 바위들, 그중 한 바위에 여자가 앉아 있습니다. 여행을 왔다가 산책을 하던 중이었나 봐요.
여자는 모자를 벗어 손에 쥔 채 잠시 걸터앉았습니다. 아주 편안한 복장은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바위 위에 앉아 너른 바다 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어요.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은 과감하고 당찬 모습입니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는 명화들을 통해 사랑, 연애, 이별 등 다채로운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