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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평점 :
이동연 작가는 KBS 해피FM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에 다년간 출연하며 ‘예술가와 뮤즈’를 다루었고, 그때 고흐를 방송한 인연으로 고흐 일대기인 책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를 내놓게 되었다. 이 책은 총 7개 장([해바라기가 피었습니다], [둥지], [노란 집을 빌리다], [고흐와 고갱, 가까이하기엔…], [스스로 택한 고독의 길], [별이 빛나는 밤에], [들판과 밀밭과 까마귀와 뿌리])으로 나눠 고흐의 일생을 연대순으로 도판 자료 170여 점과 함께 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저자는 고흐가 그리려는 대상은 영웅, 위인, 화려함, 미인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황량한 대자인과 그곳에서 살기 위해 움직여야만 하는 바로 그 존재들이다. 고흐는 어떤 것이든 미화하는 것을 싫어했고, 삶의 실체적 진실로만 화폭을 채워 나갔다.
저자는 고흐가 드가라르에서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던 우체부 조셉 롤랑을 만난 이야기를 전한다. 고흐의 <우체국 조셉 롤랑의 초상>은 아를역에서 우편물을 분류하는 일을 하는 롤랭이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담았다. 저자는 롤랭이 수시로 고흐를 카페로 불러 함께 술잔을 기울였고, 자신의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 인연으로 롤랭 가족의 초상화를 자주 그렸다고 이야기한다.
"롤랭은 넉살 좋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는 종교나 학식이나 돈으로 유불리 등을 따지지 않고 누구든 만나면 이해해주고 가식 없이 교제를 나누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내심 고흐가 바라던 인간상이 롤랭을 통해 표현돼 있다."
저자는 해바라기는 고흐에게 삶의 환희를 상징하는 태양이었다고 말한다. 별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밤이라고 태양은 반드시 떠오르며, 고흐는 그러한 자신의 인생 철학을 해바라기 그림에 담았다. 고흐의 <병에 담긴 15송이의 해바라기>는 해바라기, 꽃병, 배경까지 모두 노랗다. 고흐는 초인적 집중력으로 해바라기 한 송이 한 송이를 그렸으며, 대담하고 힘 있는 붓 터치로 볼룸감을 살렸다. 세상 누구라도 이 그림을 물끄러미 바락보고 있으면 15송이의 해바라기가 저마다 어떤 사연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고흐의 <나무 뿌리와 기둥>은 고흐가 숙소에서 나와 오솔길을 걷다가 왼쪽 경사진 언덕에 나무 뿌리의 일부가 드러낫 것을 그린 것이라고 말한다. 화가들이 나무를 그린 그림은 많지만 고흐처럼 뿌리를 그리는 경우는 드물다. 저자는 고흐가 이 그림을 그리다가 '내가 벌거벗은 뿌리는 아닌가' 하는 상념에 젖고, 그림을 그리다가 미완성 상태로 들고 숙소로 돌아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총소리 한 방이 들리고 고흐는 새하얘진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고 하숙집 계단을 올라갔다. 총상으로 인한 감염이 심해졌고 고흐는 연락을 받고 온 동생 테오의 손을 꼭 잡은 채 환히 웃는 얼굴로 이틀 만에 숨을 거두었다.
"고흐가 남긴 물건을 정리하는 가운데 주머니에서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이 나왔다.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림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다채로운 고흐의 그림들과 함께 고흐의 예술과 삶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