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서랍 - 김헌수 필사 팬드로잉 시화집

마음의 서랍 - 필사 펜드로잉 시화집
김헌수 지음 / 다시다(다詩다) / 2022년 10월

살아오면서 마음속에 저장하고 싶은 이야기와 인연이 담아있다. 내 안에 들어있는 무수한 당신과 한 시절을 공유했던 풍경을 그리면서, 시절을 복기하는 일. 아프고 힘든 시기에 곁에 있어 힘이 되어줬던 사람, 가족, 친구, 잊지 못할 사랑과 다양한 계절의 변화가 펼쳐진다.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지의 추억, 애정하는 장소와 사물들, 퍼붓는 빗물과 밤하늘의 별과 날리는 눈발, 삶의 프레임에 들어와 앉은 사소한 일상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마음의 서랍>은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기분을 전환하고 재충전하는 기회를 주고, 풍부한 상상력과 놀라운 창의력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필사 그리고 펜드로잉 시화집이다. 이 책은 시인 김헌수가 직접 쓴 시와 그림을 보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시와 그림을 감상하면서 언어 감각을 기르고, 따라 쓰고 색칠하기를 하면서 예술적 정서를 습득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내면의 힘을 키워주고, 그대로 옮겨 써도 좋고,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넣어서 마무리해도 좋다. 글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면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기에 좋다. 손 글씨로 눌러 쓰는 펜의 사각대는 느낌과 채색하면서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서랍에서 네 번째 서랍까지 이어지는 49편의 시와 그림, 서랍 속에 저장하고 싶은 사연과 꺼내서 읽어보고 싶은 사연,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보고 그려보면서 위로와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 좋다.

시인 김헌수는 '겨울은 늘 그렇게'라는 시에서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겨울의 모습을 담아내어 눈길을 끈다. "지천에 쌓인 눈을 끌어안아요 / 조각달이 쓰다듬기 전에 / 햇살이 돌아오기 전에 / 흰 눈이 바람과 달려들어 / 겨울을 갉이 먹고 있어요"라는 시인 김헌수의 시구는 겨울이라는 계절의 이미지를 유려한 언어로 표현한다. 이 시는 겨울의 시간을 가만히 상상하며 온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

시인 김헌수는 '그는'이라는 시에서 맑고 다정한 심성을 지닌 사람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낸다. "빗소리를 즐겨 듣는 사람 / 흰참꽃나무 잎이 시들 무렵 불쑥 들어온 사람 / 민낯으로 살기 좋은 사람 / 함부로 말을 옮기지 않는 사람 / 순두부찌개에 들어간 바지락 살을 발라주는 사람 / 왼쪽 어깨가 단단한 사람 / 조금은 느긋한 사람 / 생생한 감정의 물결대로 흘러가는 사람 / 나의 행간을 읽어내는 사람 / 풍경의 언저리늘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글귀는 인간과 자연을 대하는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 관한 장면들을 포착한 시어들로 가득하여 인생적이다.

시인 김헌수는 '서랍'이라는 시에서 "서랍 속에 쟁여진 마음을 꺼내본다 / 꿈결에 흐르는 마음자리 / 다정하게 휘도는 창고 /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날이 많아졌다 / 내 오랜 친구와 하얀 밤을 견디며 / 수면 갈래 실핏줄로 휘도는 그대를 / 알면서도 모른 척 / 가난한 우리가, 발끝부터 올라오는 / 슬픔을 쟁여놓았다"라는 글귀를 통해 서랍을 마음에 비유하여 이야기한다. "그대와 서랍 속에 빠진 적이 있었는지 / 자주 열었다 닫았다 확인하고 / 우리의 사랑이 깊어지는 것처럼 / 특별한 일을 꺼내 쓰고 싶다"는 시인 김헌수의 글은 사랑이라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을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하는 모습들을 그려낸다.

이처럼 <마음의 서랍>은 시인 김헌수의 아름다운 시를 필사해보며, 상상력이 가득한 시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시인 김헌수가 직접 그린 감성적인 그림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