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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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는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 코프 연구소(RKI)의 전염병 연구원이자,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생물학 연구소의 교수인 이르크 브로크만이 복잡계 과학의 관점으로 사고하여 다양한 위기들을 해결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복잡계 과학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자연현상과 사회현상 사이의 분명한 연관성과 공통점을 찾고 그 관계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형 산불과 전염병의 연관성또는 야생동물의 먹이 찾기와 포퓰리즘 사이의 연관성 등을 통해 우리가 도출해낼 수 있는 원리를 배울 수 있다. 저자는 현재의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유지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인 '협력'을 강조하며, 생태계를 모방해야 된다고 말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현존하는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 재앙에 더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것을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 어떤 요소가 본질적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것을 무시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을 키우려면 근본적인 메커니즘과 패턴, 규칙성을 찾아야 한다. 메커니즘과 패턴, 규칙성은 단순히 어떤 현상의 성질을 묘사하는 요소가 아니다. 물론 이것들은 현상이나 시스템을 묘사하는 데 아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요소이지만, 그보다는 외부적인 조건이 변했을 때 현상이나 시스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태까지의 과학적 접근법에 복잡계 과학의 접근법을 더하면 그 효과가 훨씬 커진다."



저자는 복잡한 현상이 어떻게 성립하고 그것이 어떤 숨겨진 법칙을 따르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과학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생물학이든 물리학이든 공동체든 정치든 생태학이든 경제학이든, 분야를 막록하고 그 안의 복잡한 시스템 사시에서는 연관성이 관찰되며 그것이 대부분 비슷한 근본 원칙에 따라 발생한다. 저자는 이런 '수평적' 연결을 깨닫고 그로부터 새로운 견해와 지식을 도출하는 것이 복잡계 과학이라는 존재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복잡계 과학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상을 바라보는 쪽으로 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등지고 한 가지 학문이나 규율만을 따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복잡계 과학자들이 과학 분야의 노마드(유목민)인 이유는 복잡계 과학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보다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그래서 꼭 탐구하고 싶은 지식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어떤 시스템이 티핑 포인트에 가까워지면 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변화가 급격해진다고 말한다. 자연의 모든 시스템은 항상 본의 아니게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주변의 영향 때문에 균형 상태에서 살짝 벗어나면 시스템이 스스로 다시 균형 상태로 돌아간다. 그리고 티핑 포인트에 가까워질수록 '임계 감속' 현상이 나타난다.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기 전에는 골짜기가 거의 완전하게 평평해진 상태이므로 구슬이 움직이는 속도가 느리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금융시장은 원칙상 이미 시스템 위기를 약간 품고 있는 구조이며, 지속적인 성장과 같은 점진적 변화에도 언제든 티핑 포인트에 도달해 붕괴되고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연한 외부적 영향 때문에 구슬은 균형 상태에서 벗어나 굴러가기 시작한다. 티핑 포인트에 가까워지면 내부에 시스템이 존재하는 견고한 골짜기가 점점 평평해진다. 그러면 구슬을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작은 방해 요소가 깊고 좁은 골짜기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시스템이 스스로 다시 견고한 균형 상태로 되돌아가기는 매우 어렵다."

"생태학적 연결망은 오로지 성장만을 지향하지 않고 계속해서 균형을 추구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을 영속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수억 년 동안 성공적으로 구조를 유지해 온 생태계를 모방해야 한다. 그러면 심각한 위기를 막고 막대한 비용을 아끼고 경제적 그리고 개인적인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여러 유기체가 결합해 하나의 생명체를 이룬 결과물인 이끼에 대해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생명체가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존재했으며 생명체를 견고하게 만든 요소인 협력, 연결망, 전생명체, 공생, 상리공생 등에 대한 미생물학 분야의 지식은 우리에게 대안적인 관점과 사고방식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미생물학 분야의 지식은 신다윈주의, 경쟁, 싸움, 개인주의 등의 근본 원칙과 상관없이 태초부터 존재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지표면 중 대략 5%가 이끼로 뒤덮여 있다. 이끼는 어디서나 자라지만 성장이 아주 느려서 1년에 약 1밀리미터 정도 자란다. 이끼는 굉장히 오래 살 수 있다. 어떤 이끼는 4,500살에서 8,500살 정도다. 이끼는 대부분 버섯과 조류, 그리고 다른 남세균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류와 남세균이 결합체에 광합성 에너지를 전달한다. 식물에 속하지 않는 버섯은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없다. 대신 버섯은 조류를 보호하고 결합체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전형적인 상리공생이다. 흥미롭게도, 이 결합체의 일원들은 혼자서도 살 수 있다. 즉, 이끼를 이루지 않고도 살 수 있는데, 다만 형태는 완전히 다르다. 이끼는 말하자면 선택적인 유기체다. 표현형, 모양, 구조, 형태학 등은 어떤 버섯종과 어떤 조류종이 결합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끼는 표현형으로 총체적인 유기체를 구성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생명체다. 변이의 진화 메커니즘과 선택이 개별적으로 관여한 버섯이나 조류 종 뿐만 아니라 전체 결합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도 특이하다."

"지난 100년 동안 신다윈주의와 사외다윈주의가 서로를 의심하며 치명적인 삶의 구상과 경제 계획을 내놓았다. 바로 고삐 풀린 성장, 독점 대기업, 획일화, 다양성 상실이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자연의 가장 성공적인 전략에서부터 배워서 그것을 우리의 사회 구조에 적용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자연의 가장 성공적인 전략이란 협력이다."

저자는 이 책이 비극적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고 위기에서 규칙을 발견하고 다른 관점을 취하고 모든 것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우리를 도울 도구 상자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는 복잡계 과학의 도움으로 규율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고 필수적인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세세한 것들만 따지다가 길을 잃지 않고 여러 현상 사이의 연결을 인식한 다음 그 공통점에서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통점만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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