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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평점 :

<동물들처럼>은 진화생물학을 기반으로 노화 연구를 해온 세계적 석학 스티븐 어스태드 교수의 책으로, 육지, 바다, 하늘에 사는 장수 동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고양이만 한 주머니쥐가 불과 석 달 만에 늙어가는 모습을 관찰한 교수는 '왜 어떤 종은 빨리 늙고, 왜 어떤 종은 늦게 늙는지' 궁극적인 의문을 품는다. 그로부터 40년간 자연에서, 연구실에서, 강의실에서 동물 연구에 매진하면서 알게 된 진실을 풀어놓는다.
무조건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류의 물음 앞에 자연이 보여주는 사실들은 흥미를 넘어 신비에 가깝다. '코끼리와 고래는 왜 암에 걸리지 않는지',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산소가 부족한 땅속에서 어떻게 30년 넘게 살아가는지', '500년을 산 조개가 알츠하이머 치료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동물 노화의 속도와 과정을 꾸준히 관찰하고 꼼꼼한 기록한 이 생물학자의 성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들처럼>은 수명 연장 과학이 축복일지 재앙일지 아직은 선언할 수 없는 100세 시대, '동물의 삶'에서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학자로서의 성실함이 페이지마다 깃들어 있다.
"20세기 동안에 전 세계 경제 선진국에서는 기대수명이 30년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생물학적 노화 속도는 바꾸지 모했다. 그저 나날이 공중보건이 개선되고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900년 이전의 인류를 야생의 쥐와 비슷해서 크게 쇠약해지기 전에 대부분 사고나 감염으로 죽었다. 반명 요즘의 우리는 실험실 생쥐와 비슷해서 이른 나이에 죽는 경우가 드물다. (...) 인간의 수명은 건강수명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 앞에는 사회적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질병을 치료하듯 노화 자체를 치료할 방법을 찾아내지 않는다면 병약해진 노인을 돌봐야 하는 부담으로 공중보건체계가 붕괴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일부 종은 노화를 피해가는 데는 이미 인간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런 종이 노화를 피할 수 있는 과학적 접근법으로 우리를 이끌어줄지도 모른다."

저자는 박쥐와 새가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장수 동물과 중요한 차이점은 속도가 빠른 삶을 살면서도 장수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쥐는 나머지 시간에는 빠른 삶을 살지만 동면하는 동안에는 삶의 속도를 늦춘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요즘 생의학 실험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종은 수명이 짧고 급속히 노화하는 생물종들이며, 이런 종에 계속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장수하는 동물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단순히 존재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함깨 연장하기를 원한다. 장수하는 새와 박쥐들은 장수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체력, 지구력, 기민함을 유지하고, 감각과 인지능력도 예민하게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장수다."
저자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저산소와 고이산화탄소 환경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가장 내성이 뛰어난 포유류에 속한다고 말한다. 저산소와 고이산화탄소에 대한 내성과 암 저항성, 장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저자의 글에 눈길을 끈다.
"나는 저산소와 고이산화탄소에 대한 내성과 암 저항성, 장수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땅굴의 시아한 공기는 세포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우리 몸에는 산소 농도가 낮아지거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켜지는 특화된 유전자 세트가 들어 있다. 세포 수준에서는 항상 미약한 범위에서나마 산소가 고갈되거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운동을 하거나 고산지대를 이동하는 경우다. 하지만 막힌 땅굴에 사는 동물들은 거의 평생에 걸쳐 이보다 훨씬 극단적인 조건을 경험한다. 따라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매커니즘이나 내성을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방어 메커니즘이 DNA와 다른 세포 소기관에 가해지는 손상 같은 정상적인 내적 위험으로부터도 보호해줄지도 모른다. 이런 방어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부적인 내용들을 밝혀내면, 특히 이들이 사람이 이미 갖고 있는 방어 메커니즘보다 더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면 언젠가 사람의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바다, 특히 그중에서도 생명의 요소들이 함께 갖추어져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야말로 외온성, 시원함, 안전한 환경이 거듭거듭해서 한 자리에 모이는 곳이라고 말한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가장 오래 사는 종들이 사실상 모두 바다에 살고 있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저자는 오래 살 때 직면에서 하는 중요한 도전 과제 중 하나는 세포 안에서 정확하게 접힌 단백질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백질이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종이접기 놀이처럼 복잡하고 정확한 접함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백질은 이런 정확한 접힘을 잃게 되고, 이들이 잘못 접히게 되면 더 이상 정상적인 세포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끈적끈적해져서 서로 뭉치게 된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 특징인 신경반과 신경섬유다발은 잘못 접혀 끈적끈적해진 단백질들이 뭉친 덩어리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아크티카의 단백질 유지 장치 안에서 잘못 접힘에 저항하는 정교한 능력을 만들어내는 분자를 추출할 수 있다면 그 지식을 이용해서,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이 단백질 잘못 접힘에 의한 질병과 관련된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는 7년밖에 못사는 조개 종, 그리고 30년을 사는 종, 100년을 사는 종, 그리고 500년을 사는 아크티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개 종의 액상 세포추출물에 의도적으로 단백질 잘못 접힘을 유도하는 몇 가지 방법을 적용해보았다. 그 결과 아무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도 아크티카의 단백질은 잘못 접힘을 유도하려는 시도를 매번 이겨냈다. 그 이유는 아크티카의 단백질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 접힘에 저항성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더 흥미로운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아크티카의 광범위한 단백질 보호 장치 속에는 이 장치를 다른 종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분자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조개 종, 심지어 사람의 단백질이라도 잘못 접힘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알츠하이머병처럼 단백질 잘못 접힘에 의한 질병을 예방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