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의 재능 - 내향인에 대한 고찰을 담은 에세이

낯가림의 재능 - 내향인에 대하여
김상민 지음 / 왼쪽주머니 / 2022년 11월

<낯가림의 재능>은 외향인이 돋보이는 세상에서 내향인으로 살아가는 고충을 조심스럽게 펼쳐놓는 저자 김상민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은 <아무튼, 달리기>를 썼으며 낮에는 마케팅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저자 이상민의 내향인으로서의 삶의 태도와 내향인들을 동지로 대하는 공감대를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는 이렇게 혼자 떨어져 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힘을 불어넣는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장점이, 기쁨이 그리고 각자의 고유한 무기가 있다는 희망을 말한다. 이 책은 내향인으로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돌파구를 동시에 선물한다.

"낯선 얼굴 앞에서 호기심보다 두려움을 먼저 떠올리는 천성 반대편에는 경험으로 축척된 신중함이 자리해 있다.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 말주변은 자연스레 단어와 문장을 빚는 훈련으로 이어진다. 밤마다 쏟아지는 생각의 괴로움은 더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사람과 세상을 향한 낯가림은 우리를 힘겹게 하는 빌런이자 끝내 자기다움을 완성시키는 조력자다. 낯가림의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는 분명 그들만이 구축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한다. 여러분이 손에 쥔 이 책 또한 낯가림의 재능으로 그려나간 마음의 도면이자 삶의 궤적이다."

저자는 내향인은 책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텍스트를 사랑하는 듯 보인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활자로 그득한 세계 앞에서 지루함보다 호기심을 먼저 떠올리는 내향인의 모습을 표현한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내게 책은 어릴 때부터 이어온 취향이자 성향이다. 동시에 내향인으로서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나는 텍스트 애호가적 면면이 내향인의 교집합 중 하나라 믿는다. '내향인'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가 호로 골똘히 책 읽는 모습이란 점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한자리에서 무언가를 읽는다는 건 내향인에게 아주 익숙하면서 편안한 상태이며 생각으로 가득한 내향인의 머리에 윤활유를 칠하는 정비의 시간이다."

저자는 내향인에게 생각은 곧 나만의 국어사전을 써 내려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전적 정의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대상에, 하나의 현상에, 하나의 문제에 나만의 답을 정의해가는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생각을 줄이기보다는 생각과 생각 사이에 크게 호흡하고 여운을 곱씹을 공백이 존재하는 쉼표와 마침표가 많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내향인에게 생각은 하는 게 아니라 나는 것이다. 떠올리는 게 아니라 날아드는 것이다. 들숨처럼 생각이 들어오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 날숨으로 뱉어낸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현상과 사건이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문장처럼 보인다. 습관적으로 하나하나에 생각을 덧입힌다.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의 자막을 단다. 우리에게만 보이는 빈칸을 채워 넣는다. 그제야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내향인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이유는 예측할 수 없는 바깥세상보다 내가 정한 질서 속에 머물고 싶을 뿐이고, 타인의 규범에 얽매여 이리저리 치이는 것보다 나만의 문법과 언어, 취향으로 가득한 익숙함에 몸을 기대고 싶을 뿐이며, 숱한 사회적인 가면 대신 가장 나다운 맨얼굴로 편히 머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내향인들이 집을 사랑하되 문 바깥에도 비슷한 온도의 볕이 있음을 망각하지 않으려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내향적인 아이들은 자신의 답안지와 어른들이 제멋대로 만든 답안지를 번갈아 확인하며 내색 한번 못 한 채 불안에 떤다고 말한다. 저자는 외향인을 기준 삼아 그어져 있는 거대한 테두리 속에서 자라온 내향적인 아이들이 어른들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가기 보다 타고난 모습대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100명의 아이가 하나의 정답 대신 각자 품는 100개의 답을 좇길 바란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밀려 쓴 답안지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말수 적고 조용한 아이도, 바깥세상보다 활자 세계에 더 심취한 아이도 그 모습 그대로 사랑받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저자는 내가 아닌 주변의 반짝임에만 정신이 팔린 20대에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무리에 섞일 자신도, 어이데도 섞이지 못한 채 둥둥 떠나니는 나를 볼 자신도 없을 때 한심함과 적개심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외로움이 등을 쓰다듬을 때 무해한 외로움을 끌어안고 최선을 다하는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외로움을 다루는 방식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조금씩 그 감정과 대면해갔다. 사람과 어울리는 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진하는 나를 옳고 그름의 시선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가 손에 쥐고 태어난 자연의 상태로 바라보려 노력했다. 온갖 의미 없는 이야기로 사람 사이의 여백을 채우던 강박도 떨쳐내기로 했다. 대신 그 자리에 외로움을 앉히고 정적만이 존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는 유리 멘탈과 인내심의 조합은 내향인으로서의 정체섬을 또렷하게 했고, 자신을 더 조심스러운 사람으로, 궁극적으로 과묵한 사람으로 몰아갔다고 말한다. 저자는 내향인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인 과묵함은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신중함, 특히 말을 적확하게 하려는 바람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뱉은 모든 말에 단 한 올의 오해도 없길 바라고, 자연스레 듣는 이의 기분과 상황, 평소 성격과 지금 나누는 대화의 맥락, 우리 둘 사이의 지난 서사까지 고려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내향인의 묵과하지 않는 마음에는 과묵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 많은 내향인이 우주고 나아가, 과묵히 풍파를 이겨내고 묵과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우주를 구축하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내향인이 과묵한 건 말을 움츠리기 때문이다. 말에 돋힌 가시를 더 민감하게 감지하기에 모든 언어에 신중을 기한다. 내 말이 가져다줄 미래에 대해 두 수 세 수 앞서 생각하고, 무심히 날아든 한마디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 위에 온갖 해석을 덧붙인다. 누군가 별 생각 없이 던진 문장조차 내향인의 머리를 거치면 무겁고 뚱뚱해진다. 비대해진 문장을 움켜쥔 채 내향인들은 쓸데없는 걱정에 휩싸인다. 가끔은 혼자 극단적인 상상을 하며 불안에 떤다. 결국 다음 날이 되면 그들은 어제보다 조금 더 과묵해져 있다. 그렇게 수천수만의 다음 날을 거쳐 다들 오늘에 이르렀다."

"내향인은 과묵하다. 그러나 묵과하진 않는다. 자신의 선에 예민하고 침범한 선에 과민한다. 말을 아낀다하여 생각을 아끼는 게 아니며, 선 넘는 것에 아무 말 하지 않는다 하여 관계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게 아니다. 인내든, 일단 지켜보는 결정의 유예든, 내가 그은 선을 의심하고 더 낙낙하게 새로 긋는 결정이든, 내향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어쩌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관계의 결말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이 책의 저자인 김상민은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매일이 난제인 내향인의 삶이라지만 그 어려움을 인정하며 담담하고 꿋꿋하게, 동시에 무심히 펜을 들어 차근히 풀어보는 태도를 권하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낯가림의 재능>은 내향인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고, 내향인이 아닌 분들에게는 내향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 내향인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내향인은 유별난 이들이 아니다. 그만큼 유달리 불행하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얼굴로 묵묵히 매일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언뜻 자조처럼 보여도 나는 이 특별하지 않음에서 안도한다. 그렇기에 고개 들어야 한다거나 더 큰 목소리의 당위성을 찾지 않는다. 인생은 고개 높이 들기 게임도, 데시벨 경쟁도 아니기에, 특별할 것 없는 우리는 그저 무심히 각자의 삶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내면 그만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