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붓꽃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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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의 여섯 번째 시집 <야생 붓꽃>은 1992년에 출판되었으며, 시인에게 퓰리처상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협회상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20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의 시집으로 인상적이다. 또한 이 책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미 시를 가르치는 정은귀 교수가 번역 작업을 맡아 글릭의 시를 생생한 감성이 살아있는 한국어로 완성했다. 이처럼 시인 루이즈 글릭과 옮긴이가 치열하게, 오랫동안 소통한 끝에 한국 독자들도 글릭의 시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유일한 한국어 정본이 완성되었다.

<야생 붓꽃>에는 여러 층위의 화자가 등장하는데, 시인 루이즈 글릭이 서정시를 쓰는 예술가로서 얼마나 선구적인 작품 세계를 갖추었는지 확실하게 증명한다. 이 작품은 몽환적이면서도 인간 존재에 관한 예리한 관찰이 담겨있다.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추하는 그녀의 시적 화법은 '개인사'라는 한정된 틀을 벗어나 보편적 울림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정원을 배경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 가지 목소리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첫 번째는 정원사(시인)에게 말하는 꽃이고, 두 번째는 화자(시인)의 목소리이며, 세 번째는 전지전능한 신으로서의 목소리다. 사연, 신화, 민담, 개성을 담은 꽃을 등장시켜 인간의 감성과 특징을 함축한다. <야생 붓꽃>은 이러한 의인화의 시에서 얼마나 큰 힘과 울림을 갖는지를 보여준다.

<야생 붓꽃>은 삶과 희망, 존재의 영원한 순환에 대한 감각을 깨운다. 정원에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1년, 일시적이면서도 순환적이고, 그래서 영원한 생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작가와 독자가 서로를 연대하게 만드는 이 시집은 살아갈 용기, 깊은 희망, 존재로서의 정당함을 일깨운다. 생명의 영원한 본질인 '존재함을 누군가가 알아차려주는' 행위가 이 시집에서 이뤄진다.

여기에 시인 나희덕, 김소연, 문학평론가 신형철 교수가 한국 출간을 축하하며 각각의 책에 작품 해설을 수록했다. 세 문인의 글은 글릭의 시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시인 루이즈 글릭은 '광대수염꽃'이라는 시에서 "살아 있는 것들이 모두 똑같은 정도로 / 빛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우리 중 일부는 / 우리 자신의 빛을 만들어요: 아무도 다닐 수 없는 / 좁은 길 같은 은빛 이파리, 어둠 속 / 커다란 단풍나무들 아래 얕은 은빛 호수./ 하지만 당신은 이미 이걸 알지요. / 진리를 위해 산다고 생각하는, 나아가, / 차가운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당신과 그이들은."이라고 말한다. '당신 심장이 차가울 때 당신이 사는 법'이라며, '태양은 나를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는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서정 시인 루이즈 글릭의 언어는 온전히 꽃의 목소리를 구사한다.

시인 루이즈 글릭은 '눈풀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살아남을 줄 몰랐어요. / 대지가 나를 짓눌렀거든요. 내가 다시 깨어날 거라 / 예상하지 못했어요, 축축한 땅 속에서 / 다시 반응하는 내 몸을 느끼게 될 거라곤, / 그토록 긴 시간 흐른 후에 / 가장 이른 봄 / 차가운 빛 속에서 / 다시 나를 여는 법을 기억해 내리라고는-"이라고 말한다. 시 '눈풀꽃'은 고통과 비극 속에서도 희망의 이야기를 잃지 않은 시인 루이즈 글릭의 시를 만나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시인 루이즈 글릭은 '물러가는 바람'이라는 시에서 "나 너희에게 모든 선물 다 주었지, / 봄날 아침의 푸르름, / 너희가 사용법을 몰랐던 시간을- / 너희는 더 원했지, 다른 창조물을 위해 / 아껴 두었던 그 하나의 선물까지. / 너희가 뭘 바랐든, /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 사이에 / 너희의 자리는 없을 거야. / 너희들 삶은 식물들 삶처럼 순환하는 게 아니니:"라고 말한다. 이 시는 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사랑으로 만들었지만 식물들처럼 자연의 본능대로 순환하지 않고 순수한 영혼을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다.

시인 루이즈 글릭은 '입구'라는 시에서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고 / 이 유약함을 물리칠 준비를 하는 / 임박한 힘을 믿는 아이의 / 열렬한 확신과 함께, 때는 바로 / 꽃 피기 전, 그 통달의 시대 / 그 선물 나타나기 전, / 소유 이전."이라고 말한다. 이 시에서 먼저 가는 이들을 지켜보며 입구에서 서성이는 아이처럼 꽃 피기 전의 세계에 머물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는 루이즈 글릭의 시어가 인상적이다.

시인 루이즈 글릭은 '한여름'이라는 시에서 "너희들을 하나뿐인 독특한 존재로 / 만들려 한 건 아니었어. 너희들은 / 나의 화신이었지, 모든 다양함이었지 / 들판 너머로 밝은 하늘을 찾다가 / 너희들이 본다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 우연히 태어난 너희 영혼은 / 너희들을 확장한 어떤 것에 / 망원경처럼 고정되어 있어- / 내가 만약 그 상승하는 징표, / 별, 불, 분노에다 / 나 자신을 가두고자 한다면 / 내가 너희들을 왜 만들겠는가?"라고 말한다. 이 시에서 루이즈 글릭이 말하는 인간의 절망을 바라보는 신의 목소리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햇빛과 그늘, 습한 어둠, 메마른 열기를 원하는 인간, 서로 다투고 있는 인간이 천 가지 목소리들로 뒤얽힌 한 여름의 대기 속에서 외치는 필요의 목소리를 바라보는 신의 목소리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야생 붓꽃>은 시인 루이즈 글릭이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시집으로, 삶과 희망을 깨닫게 해주는 그녀의 생생한 언어를 만나볼 수 있는 시집으로 인상적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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