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쓸모 - 개츠비에서 히스클리프까지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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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쓸모>는 우리가 알던 세계문학 작품을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해부한 책이다. 사랑이 시작되는 '끌림과 유혹'에서 사랑이 깊어지며 동반되는 '질투와 집착'의 감정을 지나 연인 사이에서의 동서고금의 숙제인 '오해와 섹스'를 거쳐 사랑의 완성이라 여기지만 실상 사랑의 무덤일지도 모를 '결혼과 불륜'까지 17개의 고전 소설을 통해 그 찬란하고도 어둡던 '사랑의 시절'에 우리를 관통하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예술인문학자인 이동섭은 예민하게 살핀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는 행복한 이야기와, 장애물에 굴복하고 마는 슬픈 이야기 등 시대화 문화는 달라도 소설의 뼈대와 전개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비슷한 이야기를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왔음은, 인간은 사랑으로 웃고 우는 존재임을 환기시킨다. 하지만 그것의 웃음과 울음을 우리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늘 쩔쩔맸다. 이런 어긋남을 이해하고자 나는, 사랑을 소재로 쓴 위대한 문학 작품들을 탐독했다."



저자는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통해 '와 나는 하필이면 너를 사랑할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연애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내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연인은 내 욕망을 발견하게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왜 나는 하필이면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출발한다고 전한다. '첫사랑'의 소년 블라디미르는 사랑과 행복은 독을 품고 있음을 배운 후에 사춘기가 끝난다.

"선망은 내가 갖고 싶으나 갖지 못한 특질을 소유한 상대에게 끌리는 마음이다. 가장 강렬하게 체감하는 선망은 사랑, 그 가운데 첫 사랑일 것이다."

저자는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통해 '옛 애인에게 집착하는 뜻밖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헤어지고 나서도 유난히 잊히지 않는 연인이 있는 것은 사랑을 통해 얻고 싶은 무엇을 경험하게 만들어서 우리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브람스 음악회는 폴과 로제의 관계가 단단해지는 시작점이자, 폴이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였고, 로제를 향한 사랑이 흔들리는 촉발점이었다고 전한다. 또한 저자는 폴이 로제에게만 느낀 편안함은 오랜 기간 그에게 맞추며 적응된 익숙함이라고 이야기한다. 폴은 로제를 버려야 진정한 자아와 정체성을 만들고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관계의 주도권을 쥔 로제는 폴과 더불어 행복하다. 하지만 폴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는 행복하고 싶어서다. 지금보다 행복하려 연애하고, 연애보다 행복하려 결혼하고, 결혼이 행복하지 않아 이혼한다. 행복하려면 우선 스스로에게 행복을 허락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달아야 한다. 자아니 정체성이니 하는 것도 다 행복을 찾으려는 한 과정임을 고려한다면, 로제는 폴의 편안한 불행일 뿐이다. 어쩌면 그것을 폴은 외로움으로 착각하는 것 아닐까?"

저자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통해 '우리가 섹스에 집착하는 의외의 이유'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상실의 시대'는 자살한 가즈키의 상실이 아니라, 그 사건으로 자신을 잃은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가즈키는 죽어서 자신을 지켰고, 나오코와 와타나베에게는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함께 그리고 각자 찾으려 애썼고, 마침내 그들 안에 있는 가즈키의 시선을 죽여야 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에 실패한 나오코는 기즈키를 뒤따랐다. 저자는 와타나베에게 레이코는 기즈키와 나오코의 시선을 끊어내는 마침표이고, 레이코에게 와타나베는 정신병원을 나와서 현실로 복귀하는 시작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보다 연민, 애정보다 우정이 느껴지는 이들의 섹스는 일종의 부활의식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작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이혼은 행복의 의지다'라는 제목의 글을 써내려갔다. 저자는 주인공 안나는 당대의 도덕 기준에 어긋남을 알면서도 행복을 선택핬다고 말한다. 부도덕의 오욕을 감수하며 그 길을 선택한 안나의 삶이 지금의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이유다.

"도덕심을 갖되 도덕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도덕적인 삶을 살려면 판단의 기준을 잘 살펴봐야 한다. 과거의 기준만을 고수하면 도덕은 인습으로 우리를 억압한다. 도덕 판단의 기준은 변하기 때문이다. 19세기 러시아와 21세기 한국의 기준은 다르다. 오래된 생각이라고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우리는 도덕의 허울을 쓴 인습에 억놀려 신음하는 안나를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도덕은 배워 행하는 것이고, 행복은 경험하며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행복과 깨달음이 자주 붙어 다니는 이유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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