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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미술관 - 잃어버린 감각과 숨결이 살아나는 예술 여행
강정모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한낮의 미술관>은 VIATOR가 선정한 세계 10대 가이드이자 예술 여행 전문 기획자인 저자 강정모와 떠나는 한낮의 미술관 기행을 담았다. 이 책은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곳곳의 아름다운 도시와 그곳에 서린 예술가들의 지난 삶의 자취를 따라간다. <한낮의 미술관>은 유명 작품 앞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바쁘게 돌아서는 여행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의 언저리를 채운 열망과 사랑, 삶에 대한 애틋함과 같이 복잡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따라 걷는 여행을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숨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산책하듯 잃어버린 감각을 깨우는 청량함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미술 여행의 새로운 지도이기도 하고, 새로운 미술 여행 입문서이기도 한 만큼 다양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보는 신선한 관점,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 목표인 여행을 제안한다. 기존에 미술 여행 공식 코스를 이미 경험했던 사람은 물론 다시 여행이 시작되는 지금, 미술 여행을 앞둔 사람도 두루 읽을 수 있도록 쉽고 흥미로운 미술 테마 여행만을 담아보았다.
프루스트가 말한 것처럼, 사람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미술은 모든 예술 중에서도 가장 자유롭다. 또, 미술은 시공을 초월한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마술적 경험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미술 여행은 '여행 속의 여행'이다. 누구든 이 책을 통해 여행과 예술이 주는 다층적 경험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비로소, 이 책을 들고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저자는 극단적인 명암을 부각하며 사실을 표현하는 카라바조 화풍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르네상스 때부터 사용되어온 명암을 강조한 키아로스쿠로 기법에서 더 나아가 배경을 어둡게 만들고 인물만 부각해 극적인 효과를 자아냈다. 이처럼 극적 효과를 강조한 기법을 '테네브리즘'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양한 논란 속에서 카라바조는 그의 나이 서른아홉에 토스카나의 한 해변에서 고열로 쓰러져 사망한다. 저자는 그가 평생 빛과 어둠을 그린 것처럼, 그의 삶도 빛과 어둠의 연속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을 사용한 극명한 대비로 기쁨, 슬픔, 분노, 고통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두각을 나타냈다. 이제 사람들은 균형 잡힌 르네상스의 작품에 열광하지 않았다. 카라바조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드라마가 스며 있었고, 사람들은 그 강렬함에 중독되어갔다. 훗날 그의 기법을 추종한 이들이 우리가 익히 아는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 같은 화가다. 그들은 카라바지스티라고 불린다. 그렇게 17세기 위대한 회화의 시대가 포문을 열었다."
"르네상스 시절 신성하고 아름답게 묘사되었던 성서 속 인물들은 카라바조에 의해 우리 삶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웃이 되어 지상으로 내려왔다. 카라바조가 살아 있는 모델을 선택한 것은 어둠을 강조하면서 빛을 드러낸 작품 세계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밑바닥에서 삶의 본질을 마주하고 그것을 작품 안에 담았다."
<한낮의 미술관>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도 하니고, 상세한 미술 작품 해석만 가득 담긴 전문 미술서도 아니다. 이 책은 예쑬가들의 작품과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며 무엇이 아름답고 어떠한 삶이 가치 있는지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여행의 지도와 다름없다.
이 책은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의 다양한 미술관들과 예술작품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이자 대영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자리자>에서 실질적인 탐방을 멈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이야기하며, <모나리자> 관람 이후의 작품들에 대해 교감하는 여행을 알려준다.
"루브르는 늘 프랑스 역사의 중심이었다. 이곳은 원래 요세로, 12세기 바이킹의 침략으로부터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그 후 요새를 개조해 궁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왕의 거처가 베르사유 궁전으로 옮겨지며, 왕실의 수집품을 보관하는 장소가 되었다.
왕의 거쳐였던 이곳이 파리 시민들의 장소가 된 것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다. 당시 시민 대표로 구성된 국민의회가 루브르를 '국립중앙미술관'으로 선포한 것이다. 그 후 역사의 중심이 왕실에서 시민으로 옮겨가고, 예쑬을 누리는 계층 또한 특권층에서 일반 시민으로 넓혀졌다."
"<등불 아래 참회하는 막달레나>는 트루가 즐겨 그리던 주제가 잘 드러난 그림이다. 그는 이 주제로 네 작품을 남겼다. 그중 오늘 소개하는 작품 속의 막달라 마리아는 어깨가 다 드러난 옷을 입고 왼손으로는 턱을 괸 채 조용히 등불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해골을 만진다. 여기서 해골은 무상한 인간사, 촛불은 자신을 희생해 세상을 밝히는 구원자 예수를 의미한다. 그녀가 촛불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난 참된 자기 자신이다. 당시 프랑스는 반종교 개혁의 움직임 속에 회개와 금욕에 대한 그림이 많이 그려지던 시기였다. 이 작품 또한 그런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피카소 미술관에서 러시아 태생의 화가 니콜라 드 스탈이 자살하기 몇 시간 전까지 작업한 작품 <콘서트>가 관람객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저자는 우리는 곧잘 추한 것, 고통스러운 것을 외면하고 아름답고 즐거운 것만 눈에 담으려 하지만 스탈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관람객의 눈길을 고정시킨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인산의 모든 감정을 보여주지만 때로는 그 고통을 견뎌내지 못해 스탈처럼 삶에서 급히 퇴장해버리기도 하여, 안타까운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콘서트> 앞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작품이 뿜어내는 격정적인 감정 때문이다. 무엇을 묘사하는지 알 수 없는 추상적인 그림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사진도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물감과 색채, 붓의 방향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오직 그림에서만 가능하다."
"피카소는 이곳에서 행복의 감정을 화폭에 담았고, 스탈은 죽음과 삶 사이에서 고뇌하는 격정을 표현했다. 이 대조되는 두 감정을 남김없이 느끼고 미술관을 나와 다시 지중해와 바다와 반짝이는 햇살과 마주해본다.
어쩌면 이 투명한 햇살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앙티브에서 기쁨, 행복, 슬픔, 고통 등 삶의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느끼고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