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비트겐슈타인, 나_라는 세계의 발견
나카무라 노보루 지음, 박제이 옮김 / 독개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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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트겐슈타인, 나_라는 세계의 발견>은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쉽고 간결하게 해설한 책이다. 비트겐슈타인이 철학자들의 언어유희를 비판했듯이 철학입문자도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서와 해설서를 읽으며 좌절한 사람도 용기를 내어 책을 펼치면 배경지식이 없더라고 읽으면 읽을수록 철학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의 말을 함께 음미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그는 쓸데없는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진정한 철학적 질문에 맨손으로 맞선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실은 그 자신이 서양철학 세계에서는 아마추어였다. 비트센슈타인은 원래 수학과 논리학을 공부한 인물로, 전반적인 철학 교육은 전혀 받지 않았다. 철학의 지식이나 소양과는 무관한 인물인 셈이다.

그렇기에 사전 지식 없이 철학을 진심으로 이해햐려는 사람에게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곧 중고등학생과 마찬가지 지점에 있는 철학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지식으로 대충 얼버무리려고 하지 않는 더없이 진지한 철학자라 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젊은 시절에 쓴 <논리 철학 논고>에서 "세계가 어떤지가 신비한 것이 아니다. 세계가 있다는 것이 신비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 감각이 철학자가 될 수 있고 없고를 가르는 갈림길이라고 말한다. 철학에 눈뜨는 감각은 알 수 없는 일투성이인 이상한 게계가 애초에 '있다'는 것에 있다. 저자는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왜 이렇게 되어 있는가? 이 지점에서 깊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고 이야기한다. 왜 이 세계가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저야 한다. 이 절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높은 벽에 부딪혀 쓰러져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이 세계의 존재' 그 자체에 압도당한다는 감각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꼼짝할 수 없는 감각이다. 단 한 걸음도 떼지 못할 정도로 절망적이고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세계 내부의 게임과는 전혀 다른 절대적인 감각이다. 세계라는 게임 그 자체가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세계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이 감각을 경험하고 나면 삶의 의미가 엄청난 수수께끼로 둔갑한다. 이 세계 안에서 목표를 지니고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이 왠지 먼 풍경처럼 보인다. 이 세계 안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일까. 참 별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돈을 벌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TV나 인터넷을 보며 웃고, 학교에 가고...... 이런 모든 것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한다. 바로 이것이 철학의 첫걸음이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은 윤리의 본질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윤리는 상대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이며 상황이나 시대, 사람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윤리'란 인간이 다양한 논의를 통해 결론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절대 알 수 없는, 인간을 뛰어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공동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든가, 거짓말을 하면 인간관계가 삐거덕거리기 때문이라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으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된다는 말이다.

"세계의 존재, 혹은 어떤 것이든 좋지만 '존재'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다. 존재 그 자체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다. 누구에게도, 어떤 생물에도 '세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손을 쓸 수가 없다. 그저 '세계의 존재'에 크게 경악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렇게 놀라는 자기 자신도 그 세계의 일부이며 '자신이라는 존재' 그 자체다.

그 어떤 설명도 할 수 없는 깊이 모를 신비에 그저 아연할 뿐이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이러한 압도적인 경험이야말로 '절대적'인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절대적인 경험은 '윤리'라고 불리는 것의 경험과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쁘다'고 말할 때의 '나쁘다'는 이러한 '절대'의 장소에 있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나=세계라는 입장에서 무척 명과하고 날카로운 '죽음'에 관한 생각을 제시했다. 비트겐슈타인은 <논리 철학 논고>에서 "죽음은 인생의 사건이 아니다. 인간은 죽음을 경험할 수 없다. 영원이란 끝없이 시간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시간이라고 이해한다면, 현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영원히 살아 있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시야에 경계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끝이 없다."라고 말했다.

"나와 세계는 같으므로, 나의 죽음은 세계의 끝이다. 세계 자체의 틀이 사라져서 없어지는 것이므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다. 단적으로 무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그 무를 확인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세계가 없으므로, 그렇게 되면 세계의 끝, 곧 나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확인하는 사람 혹은 존재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완전히 무인 것이다."

"우리의 시야에는 끝이 없다. 곧 우리의 시야를 외부에서 틀로 가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세계의 중심(나=세계)이므로, 나의 시야를 파악하는 다른 나의 시야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눈을 볼 수는 없다.

이것과 완전히 같은 의미에서 지금에는 틀이 없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지금이며 무시간의 틀을 이룬다. 지금은 절대 흐르지 않는다. 다르게 표현하면 언제나 지금이며 지금이 아닌 때는 어디에도 없다. 곧 삶은 지금이라는 틀 속에 있는 한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원한 지금으로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이 단언하듯, 이러한 자신의 내적 체험을 드러내는 표현은 결국은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언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언어가 아닌 것이다.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라면,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내는 시점에서 이미 아무런 의미도 없다. 자신만 알면 된다면 이미 말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쪽 사정을 나타낸다 하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바깥쪽 언어를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곧 안쪽의 것은 안쪽인 채로는 대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것도 아닌 '바깥쪽 언어'로 반드시 변해 버리기에, 아니, 처음부터 '바깥쪽 언어'만이 등장한다.

"한편 누군가가 자신의 내적 체험을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 등을) 자신만을 위해 기록하거나 말할 수 있는 언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을까? 그런 것이라면 우리의 보통의 언어로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언어의 낱말은 말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람의 직접적이고 사적인 감각을 지시하는 것이다.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다." - <철학적 탐구>

"우리는 무난하게 "잘 지내"라든가 "조금 힘들어" 같은 (자신의 복잡한 상태에 비하면) 거의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는 말을 내뱉고는 그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다. 평소에 쓰는 말의 주고받음으로 우리는 언제나 상황을 모면할 뿐이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 대부분은 이러한 표면적이고 의식적인 주고받음으로 관철되어 있다고 해도 좋다. 이 의식적인 주고받음은 한없이 인사에 가깝다고 하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우리의 '사적인 것'은 결코 언어화될 수 없다. 만약 언어화되었다면 그것은 이니 '사적인, 자신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이것이 '모두의 것이기도 하고 누구의 것도 아닌' 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것의 옳고 그름은 별개로 하고 말이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문법적인 오류'에 대해 소개하며, 말의 사정에 따라 우리가 속아 넘어간다고 말한다. 말은 우리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그것만으로 성립하므로, 아무리 애써도 우리는 휘둘리기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는 날마다 '문법'이 파놓은 함정에 직면하며, 그 함정을 일일이 지적하는 것이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철학'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초등학교 때 '절친'이라는 말이 무척 싫었다. 누가 '절친'이고 어떤 친구를 '절친'이라고 부르는지 혼자서 몰래 고민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인데 그때는 '절친'이라는 말에 휘둘린 것이다. '절친'이라는 말이 있으므로 그런 친구가 존재한다고 강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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