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라, 숨 쉬며 그리고 웃으며 - 틱낫한, 그가 남기고 간 참된 깨달음의 노래
틱낫한 지음, 라샤니 레아 그림, 이현주 옮김 / 담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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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 있는 부처', '영적 스승'으로 불리는 동시에 선불교의 위대한 스승, 세계적인 평화운동가로 꼽혔다. 갈등과 대립, 분열이 점점 극으로 치닫는 작금의 시대 상황을 생각할 때 올 1월에 전해진 그의 입적 소식은 적지 않은 이들의 가슴에 더욱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천천히 가라, 숨 쉬며 그리고 웃으며>는 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린 틱낫한 스님의 사랑과 지혜의 메시지, 그리고 그의 가르침에 깊은 영감을 받아 이를 콜라주 방식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시킨 아티스트 라샤니 레아의 그림을 함께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한 편의 시 혹은 한 곡의 노래 같은 틱낫한 스님의 메시지와 이를 특별한 감각과 개성적인 컬러로 표현한 라샤니 레아의 콜라주를 함께 접함으로써 한층 다양하게 열린 감각으로 참된 깨달음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만물이 어떤 다양한 조건과 원인들에 의존하여 생겨나는지를 이야기하며 그러므로 세상에 동떨어진 존재란 있을 수 없음을 시적으로 서술했다. 틱낫한 스님은 "비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비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했다. 우리에게는 동떨어진 자아가 비어 있고, 동떨어진 정체가 없기 때문에 신비롭게도 모든 것으로 채워져 있다. 오히려 풍부하게 서로 얽히고 침투되어 있는 충만함이다. 이 깨달음을 몸으로 구현하는 것이 곧 만물과 더불어 친밀하게 사는 것이다. 우주가 자신의 참 자아인 것을 알고, 이 "참된 비어 있음"에서 어떻게 아무 노력없이 자연 발생으로 자비가 실현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책에서 틱낫한 스님이 한 인터뷰에서 "나는 붓다께서 진작부터 여기 계신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충분하게 마음을 챙기면 모든 것 안에, 특히 승가 안에 있는 붓다를 볼 수 있다. 20세기는 개인주의 세기였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원치 않는다. 지금 우리는 하나인 공동체에서 살고자 노력한다. 물방울이 아니라 강처럼 흐르고 싶다. 강물은 틀림없이 바다에 이르겠지만 물방울은 중간에 증발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계시는 붓다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우리가 마음을 챙겨서 하는 모든 발걸음, 모든 호흡, 모든 말들 그대로가 붓다의 나타나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곳에서 붓다를 찾지 마라. 당신 인생의 모든 순간에 마음 챙겨 살아가는 방식, 그 안에 그분이 있다."라고 이야기한 글이 깊은 깨달음을 준다.

틱낫한 스님은 "명상은 우리 몸, 우리 느낌, 우리 마음 그리고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앉아 있을 때 우리는 눈앞에서 전개되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볼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아티스트 랴사니 레아가 피워낸 콜라주들, 그 모든 이미지들이 정확한 모양과 색깔로 지혜의 보석을 담고 있는 것은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과 현존이 우리 안에 있는 예술가를 어떻게 살려 내는지, 또한 어떻게 예술이 우리를 바꿔 놓고 치유하는지를 보여 주는 훌륭한 증거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라샤니 레아는 "아무리 깨친 사람들이라 해도, 트라우마나 육신의 아픔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다행이 그것은 모든 중생에 생기를 불어넣는 가없는 빛의 바다를 가로막지 않는다. 태이의 활력은 육체적인 활력이 아니다. 더 깊은 근원, 광채와 은혜와 박애의 장소에서 우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붓다처럼, 고통의 원인을 이해하고 자비로써 그것과 친구 되는 평화로운 투명성과 힘을 지니고 있다. 태이는 아픔을 시로, 고통을 주권으로, 원치 않는 사건들을 깨어남으로 바꿀 수 있는 복 받은 사람이다. (...) 콜라주들 대부분이 1980년대 후반 나의 치유 과정의 한 부분으로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어쩌면 이것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같은 다르마 예술을 창조할 수 있도록 여러분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우리의 다양성과 인터빙을 기리고 살아 있음의 특권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이라고 전하여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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