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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TED가 가장 사랑한 미래학자'로 불리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후안 엔리케스가 세계적 화두인 '옳고 그름'의 문제를 꺼내들었다. <무엇이 옳은가>는 기술의 발달과 사유의 변화를 통해 인류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올 미래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온갖 윤리적 딜레마들을 섭렵하며 다양한 논쟁들을 잔뜩 풀어놓는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스스로 확실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한 태도와 덜 비난하는 자세, 그리고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행위를 놓고 야만적으로 여기기란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이 책은 '1장 인간을 다시 설계하는 것은 옳은가, 2장 기술이 윤리를 바꾸는 것은 옳은가, 3장 어제의 세계는 지금도 옳은가, 4장 SNS 속 무제한 자유는 옳은가, 5장 지금의 사회구조 시스템은 옳은가, 6장 당신의 '옳음'은 모두 틀렸다, 7장 그래서... 결혼은?, 남은 이야기 이제 '누가' 판도를 바꿀 것인가?'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들여야 하는 돈과 그 돈을 들이지 않을 때 미래에 발생하는 결과를 따지는 비용의 문제이자 동기부여의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널리 퍼져 있는 새로운 윤리적 규범이 채택되는 티핑 포인트는 언제나 그렇듯, 단지 문제를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생활방식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고서도 윤리적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저렴한, 또 적용 가능한 대안을 가지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비용곡선이 보다 빠르게 내려갈수록, 또 새로운 대안이 보다 명확하고 쉬워질수록 믿음과 세대교체는 더 빨리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첫째,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또 성실하게 일하면 나중에 잘살게 될 거라 믿을 수 있어야 하며, 둘째, 부모는 자녀 및 손자 손녀가 자신들보다 더 여유롭게 잘상ㄹ 것이라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인공지능, 자동화, 로봇, 세계화 등이 노동 시장을 새롭게 구축하고, 일-정체성의 연관성이 중요해짐에 따라 윤리적 공유에 대한 질문은 더 긴급한 것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러 미디어업체와 정치인은 사회를 공포로 뒤흔드는 것이 자신들의 일인 양 열심히 해대지만 거짓말의 시대를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고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 모두 안다고 말한다. 진실의 가면을 쓴 거짓은 사회를 해치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와 결합을 파괴한다. 저자는 토론의 권리, 진실을 발견할 권리는 때로 인정사정없는 잔혹한 비판과 풍자를 통해 제거되곤 하는데, 이런 일은 우리 모두를 쪼그다들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핵심 질문은 '상식적인 진실과 타당성이 사라진 이 진공 상태를 무엇이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의미를 찾고, 의미를 원한다. 인간은 아주 작은 원자에 불과하고, 우주는 광대하고 텅 비어 있으며 목적이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지금의 세상은 새로운 근본주의의 주요 파도들이 밀어닥치기에 적합하다. 모든 사람이 온갖 관계망 속에서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다. 올바른 내용의 메시지에 불이 붙고 이 메시지가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속도로 퍼져나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저자는 노예제도의 역사는 사회에서 합법적인 것으로 용인되는 윤리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극단적 예라고 말한다. 저자는 새롭게 등장한 기술들은 우리에게 여러 선택권을 주고, 그에 따라 우리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 혹은 '우리와 비슷하지 않은 사람'이라 여겨온 이들을 한층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포용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깨우침의 아침은 서서히 밝아온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토록 많은 이가 그 끔찍한 관행에 동참하고 그것을 보호하며 또 널리 퍼트렸던 방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훗날 후손들이 완전히 비도덕적인 관행이라 비난할 일들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묵인하고 있다는 걸 모를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여러 윤리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절대주의를 버리고 하나의 개념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좌파 아니면 우파라는 정치적 이분법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 또 세대와 세대 사이, 인종과 인종 사이, 종교와 종교 사이에서 우리가 벌이고 있는 문화전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겸손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아무런 의심과 굽힘도 없이 도덕적 기준이 확고했던 베네딕토 전임 교황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수주의자들에게 공포를 안겨준다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는 '절대적 진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심지어 신자들에게도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 진리는 관계성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는 내면으로부터, 그리고 자기가 놓인 환경과 문화와 삶의 처지에 따라서 진리를 받아들이고 또 표현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한때 수녀였던 종교학자 캐런 암스트롱의 "모든 종교와 윤리, 영적 전통의 중심에는 연민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들로부터 대접받기를 원하는 그 방식 그대로 항상 다른 이를 대접하라는 것이다."라는 글을 미래의 윤리를 위한 로드맵으로 삼으면 좋을 원칙이라고 전하여 눈길을 끈다.
저자는 우리 각자가 하는 모든 행동과 생각 하나하나가 모든 이에게 공개될 뿐 아니라 그들이 분석하고 판단할 대상이 되는 시대, 이 극단적 투명성의 새로운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을 우리는 아직 잘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좋아요'와 리트윗 그리고 팔로워 수가 많은 이들을 부러워하며 살아야 하는 이 시대에 우리를 정말 불안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1분 단위로 남의 눈에 노출된다는 사실이 아닌, 즉각적인 피드백과 관심과 만족을 받거나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한다.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은 장차 우리의 삶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윤리적 행동과 비윤리적 행동을 가르는 기준에 대한 우리의 발상을 바꿀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따라서 미래 세대는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을 분석하고 판담함으로써 우리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준을 설정할 것이다.
저자는 한때 플라스틱은 미래의 상징이었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비윤리적인 것의 상징이 되었다고 말한다. 어떤 물건을 딱 한 번만 쓰고 버리는 것은 낭비임을, 특히나 그렇게 버린 쓰레기가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쌓일때는 더욱 그러하다는 점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얼마나 싸고 간편한지, 우리는 주유소에서 나눠주는 생수 페트병에 손을 내미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비닐봉지를 받아들고 또 플라스틱 포크가 빨대를 사용한다. 저자는 우리는 우리가 지금 하는 짓이 잘못된 것임을 아주 예전부터 분명히 알고 있지만, 여전히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싸고 편한 것은 때때로 윤리를 짓밟으며, 지구를 온갖 오물들로 뒤덮어 괴롭힌 무지한 과거 세대를 미래 세대가 원망하고 욕할 것이라는 저자의 글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옳은가>는 우리가 윤리에 다시 한 번 더 관심을 갖기를, 친구들과 적들을 상대로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램이 들어간 책이다. 저자는 독자가 '옳음 대 그름'을 둘러싼 온갖 본질적 질문들을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더 많이 의심하고 더 많이 묻고 더 많은 것을 듣는다면 정말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독자에게 수수함, 관대함, 공감, 공손함, 겸손함, 연민, 예의 바름, 진실함 등의 여러 핵심 원리들은 우리가 윤리적이기 위해, 즉 조금이나라 더 '올바르기' 위해 궁극적으로 발견해야 하는 덕목임과 동시에 우리의 인간성과 시민사회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가치들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옳음과 그름'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영원불변하게 존재한다는 발상에서 자유롭게 해방된 상태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무언가를 촉구하기도 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인도하는 일이 지금보다 쉬워지게 만들고 싶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