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는 고아, 무적자, 입양아, 아동 학대 피해자로 살아오면서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던 작가 전안나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읽었던 책으로 희망을 전하는 독서 에세이다. 전안나는 40년간 숨겨야만 했던, 두려움에 가슴이 뛰어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이 책에서 고백한다. 그녀는 숨이 쉬어지기에 살았으나 사실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하며, 아동 학대를 경험한 이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본인 잘못 같았기에 '태어나서 죄송한' 마음으로 살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에게 도피처 삼아 읽기 시작한 책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삶을 구원해 준 동아줄이 되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에서 전안나는 자신에게 큰 영향과 깨달음, 위로를 준 서른 권을 골라 암흑 같았던 삶을 따뜻한 양지로 끌어내 준 책과 함께 눈물, 슬픔, 기쁨, 행복 그리고 희망이 담긴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인 전안나는 자신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태어났는지 모르는 고아였고, 입양되어서도 여섯 살 때까지 양부모의 호적에 오르지 못한 무적자였으며, 20여 년간 가정 폭력을 당한 아동 학대 피해자였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김애란의 <칼자국> 속 '나'가 "아버지의 장점은 궁지에 몰린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양아버지가 자신을 학대하진 않았지만 양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을 때 자신을 보호해 준 기억이 없고, 방관자였던 양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김애란의 <칼자국> 속 딸은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라는 문장처럼 양아머니에게 학대받고 억압받으며 사는 동안 양아버지 역시 자신의 몸에 '무수한 칼자국'을 남겨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였고, 피해자가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살려면 새로운 자세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읽으며 자신을 치유해 나갔고, 심리학, 상담, 미술 치료, 비폭력 대화법, 자기 인식 교육, 심리 검사에 이어 대학원을 두 번이나 다니며 무언가를 찾아다녔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양어머니의 말처럼 죽어도 싼 존재가 아니라고,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죽어 버리지 않고 반드시 잘 살아남아 복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더 이상 자신의 삶을 분리시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찾고 싶었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궁금했다. 내가 태어나서 죄송하지 않은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다녔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찾기 위해 계속 나를 찾는 공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했다."

저자는 정혜신 작가의 책 <당신의 옳다>에서 "누군가에게 공감자가 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의 상처도 공감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감하는 일의 전제는 공감받는 일이다"라는 문장을 전하며 양부모로부터 공감받아 보지 않았기에 공감하는 일이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자신이 역설적이게도 그 누구보다 '자기애'가 강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고 이야기한다. 혹독한 자아비판의 옷을 버리고, 자기 합리화의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한다는 것, 자신에게 가장 필요랬던 말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한다.

저자는 중국 작가 위화의 <인생>에서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 내는 데서 나온다."는 문장을 소개하며 사회 복지사로 19년간 일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저자는 세상을 공평하지 않기에 한번 살아 볼 만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원치 않았지만 생긴 양부모님, 자신이 원했지만 가지지 못한 친부모님과의 삶, 자신이 원했지만 옆에 머물러 주지 않은 사람들, 반면에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반려자가 된 남편, 평생 로또나 경품에 당첨되어 보지 못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삶을 살게 된 자신이라는 모든 것이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태어나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김승섭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라며 아름다운 사회에 대한 정의를 하는 문장을 소개한다. 저자는 그동안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려고만 했지만 자신을 스스로 치유할 수 없을 때, 공동체가 함께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사회 복지사가 된 것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아동, 청소년기에 대한 애도라는 자기만족으로, 남을 돕기 위한 이타심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은 가정 폭력 전문 상담원으로서 상담원 교육을 받았을 때, 자신이 경험한 폭력의 수위가 1부터 10단계 중 가장 상위에 속하는 9단계라는 것을 알고 위로를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심리 검사 전문 강사지만, 아직도 자신에 대해 잘 모르며, 양어머니를 이해하고 싶어서 상담과 심리 검사를 공부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양어머니의 욕망으로 겹겁이 쌓인 자신을 벗겨 내고 싶어서 미술 치료, MBTI, 에니어그램, 선택 이론과 현실 요법을 배우며 자신의 욕망을 찾아 갔다고 이야기한다. 양어머니의 바람이 녹아든 소망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고 싶어서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간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이 엄마가 된 것은, 두려움을 극복했다기보다는 온전한 가족을 경험하지 못해서 '가족'에 대한 결핍을 더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라는 글에 공감한다.

자신의 삶의 목표는 '책으로, 강연으로 사람들을 돕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사회 복지사 전안나'라는 저자가 자신의 역사를 수용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결정에 따라 살아가는 삶, 이번 생이 망하게 둘 수 없다는 저자는 이제 태어나서, 참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이 책의 글을 마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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