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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못한 말들 - 너무 늦게 깨달은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이림 지음 / 심플라이프 / 2022년 2월
평점 :

책 <만나지 못한 말들>은 17세에 엄마를, 38세에 아빠마저 떠나보내고 남겨진 딸이 미처 몰랐던 부모의 시간, 상처 받은 내면을 더듬어가며 써내려간 투명하고 진솔한 에세이다. 이 책은 너무 일찍 떠난 부모의 시간을 더듬으며 써내려간 남겨진 딸의 치유와 성장의 기록을 담아낸다.
이 책은 '1부 가끔, 떠오릅니다, 2부 때론, 슬퍼집니다, 3부 자주, 후회합니다, 4부 이젠, 이해하려 합니다, 5부 문득, 묻고 싶습니다'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림은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미워했던 어린 시절, 암 판정을 받고 6개월 만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고등학생 시절, 워킹맘으로 지내며 아버지를 돌보던 보호자로서 경험, 아버지마저 떠난 이후의 일상과 변화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그래서 원튼 원치 않든 끊임없이 연결되지만 수시로 어긋났던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의미와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제는 아홉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저자는 부모를 그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가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저자는 부모를 인간으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을 성찰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의 감정을 되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삶을 뒤흔들어놓았던 부모의 죽음 이후 자신의 삶의 끝은 좀 더 평화롭고 따스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부모님이 떠나고 남은 나는 마치 가죽 같았다. 피도 살도 뼈도 없이, 껍데기만 남은 그런 가죽. 실컷 울어서인지 몸 속에 물 한방울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바스락거리는 가죽이 되어 덩그러니 침대에 올려져 있는 듯한, 그런 밤을 멍하니 보냈다."
저자는 자신의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에 대해 성찰한다. 부모님과 생기 있는 얼굴로 마주 앉을 수 있다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따뜻한 손을 만져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저자의 글이 뭉클함을 더한다.
"사춘기(思春期). 봄을 생각한다는 글자 뜻대로라면 나는 아마도, 남이 가진 것을 봄이라 여기고 내 주변을 겨울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봄은 언제 오나, 나도 봄을 누리고 싶다…. 겨울잠을 자는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바깥만 바라봤다. 남에 대한 부러움이 커지던 딱 그만큼씩 부모님에 대한 부끄러움도 커졌다.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너무 커서, 스스로의 자리가 어디인지 늘 헷갈렸다."
저자는 부모에게 상처받는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 있다면, 내가 던진 말 한 마디가 폭탄처럼 되돌아와 문신처럼 몸과 마음에 새겨진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부모는 효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들 한다. 내 주제에 효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한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을 그토록 상처 입혔음이 뼛속 깊이 후회됐다. 해서는 안 될 말들을 너무 쉽게 뱉어버렸다. 내가 상처를 받으며 자랐기에 되돌려주는 것이라 여겼지만, 그 공격들이 내게도 고스란히 상처가 됐음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됐다. 가시 돋친 말은 상대를 찌름과 동시에 나를 찌른다. 내가 뭐라고, 아버지를 단죄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봤을까."
저자는 부모님을 어제에 남겨놓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빈자리가 그렇듯 후회라는 감정도 세월을 품으며 무게를 더하며, 그 모두를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 여기에 남겨진 자신의 역할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다음’이 있다고, ‘내일’이 있다고 당연하게 믿은 날들이었다. 설마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라고 막연히 믿고 그렇게 미루다가 결국 못 건넨 것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만 내일로 넘어와 있었다. 못 드린 꽃도 카레도 다 어제에 남고, 받을 사람들의 자리는 비어 있다."
저자는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아이를 바라보며 세상을 떠난 부모님이 무엇을 좋아하셨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고 말한다. 저자는 부모가 돼보고 난 뒤에야 부모라는 존재의 생각과 취향도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는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모가 돼보니 조금 알 것 같다. 부모라는 존재도, 세월이 가면서 생각과 취향과 그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자녀 입장에서 ‘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어쩌면 부모도 자식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옛날 어느 시기의 단편적인 기억뿐인데, 서로를 대충 짐작해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