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인생 수업
에디 제이쿠 지음, 홍현숙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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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은 19살이던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약 7년 동안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폴란드에 있는 여러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수십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에디 제이쿠의 회고록이다. 이 책의 저자인 에디 제이쿠는 1920년생으로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참혹한 일을 겪은 사람답지 않게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이 책은 그가 100세 되던 해인 2020년에 출간된 후 호주 아마존 1위에 올랐고, 미국, 영국 등에서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면서 전 세계 37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2021 올해의 자서전상, 2021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는 올해 2021년 10월 시드니에서 세상과 작별했다.

"나는 한 세기를 살았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얼굴에 깃든 사악함이 뭔지 잘 압니다. 나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의 가장 사악하고 추악한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나치와 나와 모든 유대인을 말살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길고 긴 세월을 살면서 내가 알게 된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하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칠흑같이 어둡고 참혹한 비애가 깃든, 슬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결말은 행복하기 그지없습니다. 행복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저자인 에디 제이쿠가 부모를 가스실에서 잃고, 수용소 안에서 나치 간수가 되어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나고,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후 민가에서 도움을 청하다 오히려 다리에 총을 맞고, 친구와 동료가 날마다 죽어나가고, 부모를 학살한 자들을 위해서 중노동을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면서 날마다 모멸감을 느꼈던 하루하루가 이 책 안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도대체 우리가 왜 이곳에 끌려와 있는지 알수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었다. 직업이 있고, 가족과 조국을 사랑하며, 반려동물을 기르고,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독일인, 아니 훌륭한 시민들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고, 하루 세 번의 식사에 와인과 맥주를 즐기며 살았던 사람들일 뿐이었다."

저자는 수용소에서 172388이라는 번호가 자신이라는 사람을 규정하는 유일한 정체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수용소에서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거대한 살인 기계에서 서서히 돌아가는 부속품에 불과했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공포가 난무하던 생지옥이었던 아우슈비츠에서 친구 덕분에 불가능한 생존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나약함과 두려움이 도덕성을 압도했던 나치 체제의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여 눈길을 끈다. 도덕성을 버리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내가 나치에 대해 배운 것 중 하나는 이것이다. 나치 체제에서 독일은 나약했고 쉽게 조종당한 것이지 즉시 사악한 인간으로 전락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나약한 자들은 서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모든 도덕성을 잃어갔다. 그리고 곧 인간성마저 잃어버렸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고문하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갔다."

저자는 기억하는 것조차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 많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생존자인 자신의 이야기가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끔찍했던 고통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저자는 이제 새로운 세대, 젊은이들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희망을 불태워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마음속에서 이런 의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잔혹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나는 왜 아직도 살아 있는 걸까? 처음에는 하느님이나 다른 어떤 초월적 존재가 사람을 잘못 골랐다고, 나도 죽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리기 위해, 증오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죽는 것보다 더 참혹한 고통을 겼었지만, 나는 나치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보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증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이 세상에 보여 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글은 내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인생은 훨씬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저자 에디 제이쿠는 한 세기를 살아오며, 행복은 바로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 아닐까?

"내가 찾은 유일한 답은 '증오'라는 병입니다. 증오는 암 같은 질병의 시작입니다. 증오는 적을 죽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도 파괴합니다.

불운이 닥쳤을 때, 남을 탓하지 마세요. 사는 게 쉽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만약 불운이 온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사랑해보세요. 그러면 아주 조금은 수월해집니다. 자기 인생을 증오하면, 도무지 살 수가 없게 됩니다. 내가 친절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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