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0.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샘터 11월호에서 내일을 여는 사람 코너 '어느 평범한 성우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성우 유튜버 김보민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인정한 후부터 삶에 대한 감사함이 커졌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목소리는 절대 바꿀 수 없잖아요. 그걸 인정하고 나니까 제 목소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오히려 어떤 색깔로든 쉽게 칠할 수 있는 백지 같은 목소리란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최대한 다채로운 소리를 내려고 했어요. 길을 가다가도 할아버지, 할머니나 아이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면서 그들의 감정을 제 목소리에 담아보려고 애썼죠."

샘터 11월호에서 '느린 여행자의 휴식' 코너의 푸른 배추의 소리 없는 위로라는 제목의 번역가 박여진의 글이 위안을 전한다. 박여진은 살면서 크고 작은 흔적들을 남기는 실패들을 평평하게 다져주는 건 시간이였다고 말한다.박여진은 시간이 흔적을 다지고 키워낸 배추밭에서 살아있는 위로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린 그해 겪은 조금 쓰린 실패를 다독였다. 점점 숨이 차올랐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비인지 안개인지 모를 흰 습기가 우리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산책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 끝에 전망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전망대에 도달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구름에 휩싸인 배추밭을 계속 걷고 싶었다. 우리가 걷는 동안에도 배추들은 소리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대단한 위로의 말도, 뜨거운 포옹도 없이 그저 저희들끼리 익어갈 뿐이었지만 그곳에 배추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 배추들이 푸르게 익어간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위로가 되었다. 그 생경한 위로가 자꾸만 마음을 어루만졌고, 자꾸만 걸음을 내딛게 했다. 전망대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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