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노우 엔젤>은 2012년 <데드맨>으로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지 미스터리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 가와이 간지의 소설로 흥미롭다. 이 책은 의존성은 강하나 인체에는 해가 없다는 세계 최초의 가장 완전한 의존 약물 '스노우 엔젤'을 암암리에 유통하여 전 세계로부터 막대한 부를 빨아들이고 권력을 거머쥐려는 의문의 조직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범죄든 마자하지 않는 자들 간의 암투를 그린 범죄소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그곳에서 마치 천사와도 같은 은총을 내려준다는 합성 약물 '스노우 엔젤'을 손에 얻기 위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한 약물연구소가 평생을 바친 끝에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완전한 약물은 결국 세상 밖으로 풀려나고, 그로부터 몇 년 후 도쿄 도내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중 하나는 한 남자가 차를 타고 보도로 돌진, 하차 후 흉기로 사람들을 살해하며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한 사건이다. 마치 허공에서 천사라도 본 듯 "천사님"을 외치다가 추락하여 사망한 그의 옆에는 눈 위의 천사가 표면에 새겨진 약물이 떨어져 있다.

마약 단속반인 미즈키 쇼코는 이 스노우 엔젤을 도쿄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의 원인으로 짐작하고, 복수에 눈이 멀어 5명을 살해한 후 실종 처리되어 사회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살아가는 진자이 아키라에게 수사에 협조할 것을 권한다. 미즈키 쇼코가 원하는 것은 스노우 엔젤을 유통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하쿠류 노보루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 진자이 아키라는 말단 판매상과 접촉, 스스로 마약상이 되어 하루하루 고독한 싸움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신임을 얻어가던 중, 드디어 하쿠류 노보루를 만날 기회가 찾아온다.

"종교의 정의로는, 범죄자는 악인이 아니에요. '잘못을 저지르는 가여운 사람'입니다. 그러니 회개하고 올바른 길을 따르라고는 해도, 범죄자를 엄하게 벌주겠다는 생각이 없어요. 벌을 주는 건 신의 역할이고, 인간은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죄가 많은 존재, 그리고 모든 죄는 언젠가 신이 용서해준다, 이게 종교니까요."

"히와라 쇼코 씨는 행복했을 거야."

"왜냐면, 좋아하는 사람을 구하고, 좋아하는 사람 품에서 눈을 감았으니까. 그보다 행복한 죽음이 또 있을까. 게다가 살아있는 쪽이 반드시 행복하다고 볼 순 없으니까."

"생물에게는 원래 살아갈 이유 따윈 없어. 하지만 살아서 자손을 남겨야 하지. 그래서 살아갈 목적이 주어졌어. 살아 있으면 포상이 주어지도록 만들어진 거야. 그 포상이 '쾌락'이야. 이 쾌락이라는 포상을 바라고 생물은 필사적으로 삶을 이어나가는 거야. 쾌락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고."

이 책에서 형사라는 신분을 버리고, 사회와의 관계를 끊고, 실종선고로 호적이 말소되고, 가명을 쓰고, 날품팔이로 살아가며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살아가던 진자이 아키라는 다섯 명을 살해한 죄에 대한 가책으로 괴로워하며 사랑하는 여자 쇼코를 죽게 만든 자신을 책망하기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 단속반 미즈키 쇼코의 제안에 수락하며 마약상 이사와 접촉하여 마약상이 되어 스노우 엔젤이 세상이 나오지 못하도록 하쿠로 노보루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들이 눈길을 끈다.

이 책 끝부분에 예상을 뒤엎는 반전으로 미즈키 쇼코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들이 흥미롭다. 미즈키 쇼코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마음먹은 대로 조종하기 위해 스노우 엔젤을 활용할 계획이었음을 진자이에게 이야기했다. 미즈키 쇼코는 자신도 모르게 사랑하게 된 진자이 아키라를 제거하지 못했고 그에게 죽음을 당하게 된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눈 위를 걸어가던 상처입은 12살 소녀였던 미즈키 쇼코는 자신을 거두어들인 마슈를 천사라고 믿으며 맹목적인 어둠의 길을 걸어갔다. 죽어가던 순간 진자이 아키라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범죄자인 마슈의 이름을 부르던 미즈키 쇼코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마슈가 없으면 이 세상에 없는 인간이니까, 시키는 대로 그렇게 했다. 마슈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것, 그것만이 내 행복이었다. 나는 약물과 가장 가까운 현장, 후생노동성의 마약 단속관을 목표로 삼았고,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진자이를 계속 속여왔다는 죄의식 때문일까?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진자이에게 내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일가? 진자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마슈가 죽였으니까, 그에 대한 속죄인 걸까? 늘 쓸쓸해 보이는 진자이의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마슈를 닮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는 어느새 진자이 아키라를 사랑하게 되고 만 걸까?

죽은 후에도 진자이의 마음을 독점하는 여자, 히와라 쇼코가 되고 싶었던 걸까?"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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