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정원 - 명화를 탄생시킨 비밀의 공간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다은 옮김 / 샘터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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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가들의 정원>에는 르누아르와 세잔, 살바로드 달리, 프리다 칼로를 비롯한 전 세계의 위대한 화가들이 직접 가꾼 정원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화가들은 과일과 꽃, 채소를 기르는 소박하고 단순한 행위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정원이 작품 속에 담기고 예술이 정원 속으로 흘러들어가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혼자 또는 가족들과 살아가며 독립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화가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었고, 후반부는 다른 화가들과 가까이 모여 지내며 활발하게 교류했던 화가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의 정원을 들여다보면 현실을 변형하고 초월하는 힘을 지닌 위대한 작품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가들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일생동안 겪은 몸과 마음의 고통을 담은 자전적인 작품들로 유명한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과 작품, 정원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흥미롭다. 프리다 칼로가 태어나 살아가고 숨을 거둔 고요아칸의 집은 '푸른집'이라 알려진 곳이다. 푸른집은 칼로의 신체적 비극과 정서적 고통, 정치적 혼란이 머물기도 한 곳이며, 그녀는 늘 자신을 꽃과 식물에 둘러싸여 있거나 식물을 몸에 두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칼로는 특유의 강렬한 색상으로 다육 식물 화분부터 나무에 매달려 자라는 난초까지 푸른집 전체를 하나의 창조적인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에 집중했다.

"푸른집에는 칼로가 숨을 거두기 바로 전에 작업한 선명한 색의 수박 정물화 한 점이 있는데 서명과 함께 '삶이여 영원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47세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프리다 칼로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마주하면서도 끝내 멈추지 않았던, 세상과 자연을 향한 열정이 이 한 줄에 담겨 있다."



188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덴마크의 바닷가 마을 스카겐은 스칸디나비아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이 책에서 스카겐의 화가들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외딴 마을의 풍경과 노동하는 마을 사람들을 화폭에 담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자유와 독창성을 만나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스카겐의 화가들은 특히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다양한 회화 기법과 작업 방식을 시도했다. 인상주의 운동과 마찬가지로 현재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급진적인 의지를 보였지만 화법에 있어서는 거리가 멀었고 일상의 사물을 소재로 하여 땅과 바다의 풍경을 묘사했으며 집과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스카켄의 화가들이 지키고자 했던 주요한 철학 중 하나는 정원을 포함한 집 안의 닫힌 공간과 노동이 이루어지는 마을의 외부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한다. 스카겐 화자 마을의 황금기는 지나갔지만 화가들이 미술관에 남긴 작품들과 이들이 머무른 집과 작업실, 정원은 지금도 제 모습을 지키고 있다.

"덴마크 북부의 높은 하늘과 모래 언덕, 한적한 해변은 오래전부터 화가들이 영감을 얻는 장소였다. 19세기 후반 예쑬 표현을 억압하는 코펜하겐 덴마크왕립미술아카데미의 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젊은 화가들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이 공간에 모여들었다. 1874년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에서 이름 지어진 '인상주의' 운동으로 큰 변화의 바람이 부는 프랑스의 소식도 전해졌다. 이들은 매해 여름 '반항'의 장소가 된 유틀란트반도 북쪽 끝의 바닷가 카을 스카겐에 모여 브뢴둠스 호텔을 중심으로 조그만 집들과 꽃이 가득한 정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화가들의 정원>은 아름답고 조용한 자연의 한 귀퉁이에서 영원히 살고자 한, 예술가이자 노련한 정원사들이었던 위대한 화가들의 여정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예술만큼이나 식물을 사랑했던 화가들의 정원과 작품의 이야기들이 수놓는 아름다운 광경을 체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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