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5월호에서는 사물의 깃든 이야기 코너에 '처음 느낌대로 입고 싶은 헌옷'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스트 이유진의 글이 흥미롭다. 이유진은 중고거래에서 헌옷을 무료나눔하며 옷을 가져가기로 한 중년여성이 아이들이 쓰는 색연필과 크레파스, 사인펜의 선물을 준 사연을 전한다. 지금 남은 옷들을 골고루 찾아 입으며 처음 살 때 느꼈던 만족감과 설렘을 계속 유지하려고 애써야겠다고 이야기한다.
"돈과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이 된다면 참으로 뿌듯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옷을 보내고 깔끔해진 옷방을 보며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 <너의 여름은 어떠니>에 적혀 있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쭈글쭈글 함부로 쌓인 옷더미가 내 남루한 취향과 구매의 이력처럼 느껴져 울적했다. 지낸해 내가 우쭐한 기분으로 걸치고 다닌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역시 비닐봉투에 차곡차곡 담은 그 옷들을 샀을 때는 앞으로 어떤 외출이든 예쁜 모습으로 나갈 생각에 괜스레 설렜을 것이다. 비록 변심한 주인 탓에 몇 번 밖에 빛을 보지 못하고 다른 주인의 손에 넘겨졌지만 옷들과 처음 만났던 순간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그러나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과 함께 처음에 가졌던 애정도 점점 빛바래졌다."
샘터 5월호에서 느린 여행자의 휴식이라는 코너에 '불쾌의 담요를 거두어간 숲길'이라는 제목의 번역가 박여진의 글이 인상적이다. 박여진은 우을증과 조현병에 걸린 아내를 둔 한 남자의 에세이를 번역하며 우울감에 전염되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 박여진이 더러운 담요를 뒤집어쓴 듯 불쾌해진 마음을 경험하며 떠난 속리산 세조길은 얼룩진 기분을 거침없이 뜯어냈다.
"문득 속리산 세조길이 떠올랐다. 부드러운 흙길과 촘촘한 숲이 쾌적했던 곳이다. 어디든 걷고 싶던 차에 그 길이 숲길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숲은 조현병 아내를 둔 미국인 남자와 그의 글을 번역한 나와 동떨어진 곳에 저 홀로 존재한다. 다정히 다가와 말을 걸어주지도 않고 방정식 해답처럼 명료한 결과를 주지도 않는다. 숲은 저희들끼리 무럭무럭 익어간다. 하지만 걷고 싶은 충동을 가만히 숲에 풀어놓으면 내가 뒤집어쓴 무거운 기분이나 불편한 감정들, 풀리지 않는 관계나 결론짓기 어려운 문제 등이 문득 가벼워질 때가 있다."
"숲은 그곳에 있었고, 호수는 가만했고, 물고기들은 헤엄을 쳤을 뿐인데 숲을 통과하는 동안 나는 어느새 불콰의 담요를 잃어버렸다. 다시 음악에 가슴이 쿵쾅대고, 배가 고팠다. 달콤한 잼을 사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이 밖에도 샘터 5월호에서는 2020 샘터상 수상작들의 발표 소식을 만나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2020 샘터 동화 당선작인 전자윤의 '그림자 어둠 사용법'은 새로운 이야기이자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라는 심사 요건을 갖춘 수준 높은 작품이다. '그림자 어둠 사용법'은 "특히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동화로서 부족함이 없다. 그림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살려 작중 인물의 역할을 넉넉히 감당하게 한 내용도 흔하지 않은 것이린 기쁜 마음으로 당선작에 올릴 수 있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