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가까운 사람의 은밀한
심리적 학대에서 벗어나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학대를 알아차리고 나를 조종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 부서진 삶을 복구하는 6단계 로드맵을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인 '샤논 토마스'는 심리적 학대 전문 치료사로 유명한
인물이며, 성격장애를 가진 엄마에게 오랜 기간 학대를 당했다. 저자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피해자들이 학대 관계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삶을
살도록 돕는 일에 열정적으로 매진하고 있다.
"학대당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다. 심리적인 학대는
멍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뼈가 부러지지도 않는다. 벽에 구멍이 나지도 않는다. 멍이 들고 부러지고 구멍이 생기는 것은 피해자의 내면이다.
가해자가 바라는 게 바로 이거다. 대외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교묘하게 심리적으로 학대한다. 가해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완전히 이해하면
피해자는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1장 심리적 학대란 무엇인가, 2장 상처를 회복하는 6단계
프로그램, 3장 내 이야기 쓰기'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심리적 학대의 피해자를 '생존자'라고 부른다. 저자는 심리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 교활한 학대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생존자가 학대를 당한 이후
성장하는 것은 그가 가진 강인함 덕분이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학대를 가하는 사람 중에는 이미지가 좋을 뿐 아니라
정말 뛰어나게 괜찮은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사람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거나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심리적 가해자가 얼마나 진실을 잘 숨기는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가해자는 자신에게조차 정직하지 않으며 자신의 거짓말을 진짜로 믿는 사람이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는 상대가 자기 행동의 모순점을
지적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독이 되는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자기 행동을 숨기려고 애쓴다. 이들은 타인을 조종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생존자가 가해자의 패턴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이들은 대개 방어적으로
나온다. 가해자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내 친구들은 나한테 이렇게 심술궂게 안 굴어." "좋은 배우자라면 이렇게 행동 안 하지." "성숙한
직원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초점을 가해자에서 생존자로 바꾸려는 의도다. 심리적 학대의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상처를 회복하는 6단계 프로그램으로 1단계 절망: 깊은
슬픔, 2단계 교육: 가해자들이 쓰는 수법, 3단계 깨어남, 4단계 경계 설정: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연락을 끊거나, 5단계 복구: 도둑맞은
삶을 다시 찾아오기, 6단계 유지: 관계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소개하여 눈길을 끈다.
저자는 1단계 절망 단계에서 생존자가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분노를
억제하지 않는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2단계 교육 단계에서 가해자들이 쓰는 수법인 가스라이팅(피해자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도록 세뇌시키기),
피해자를 고립시키기 위한 전술인 인신공격, 조력자를 동원하는 플라잉 멍키, 실수를 저질러놓고는 화를 내고 책임을 전가하는 자기애적 공격,
다정했다가 무심했다가 혼란스럽게 만들어 길들이기라는 간헐적 강화 등을 소개한다. 이러한 용어들을 통해 심리적 학대를 당하는 당사자가 어떠한
방법을 통해 가해자들에게 학대를 당했는지 배울 수 있다.
저자는 3단계 깨어남 단계에서 심리적 학대에서 회복하려면 자기 본연의
모습이 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취급할 수가 있지?'라는 의문을 받아들이는 단계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깨어남은 고치에서 나비가 나오듯이 부드럽고 섬세한 재탄생을
뜻하는 게 아니다. 벽을 깨부수는 깨어남이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분명 씁쓸하고도 달콤할 것이다. 심리적 학대의 실체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정말로 실망스럽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이 단계는 혼란은 멈추지만 아직 학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은
상태다."
저자는 4단계 경계 설정 단계는 심리적 학대를 이해하는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았으면 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모든 생존자가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경계를 세우는 데는 개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치유가
일어나는 방식은 다르지만 치유를 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세워야만 한다.
저자는 5단계 복구 단계의 포인트는 가해자가 가져간 것을 복구하기 위해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복구 단계에서 심리적 학대의 생존자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은 받아들이고 없어진 삶의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6단계 유지 단계의 핵심은 자신이 새로운 사람임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신은 성장했고 달라졌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심리적인 학대의 목표물이 된 것은 당신 탓이
아니며 치유를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기를 희망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심리적 학대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끝부분에 등장하는 자기성찰 노트를 직접 작성해보고 치유를 위한 한 걸음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