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늑대의 피

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고독한 늑대의 피>는 1988년 폭력단 대책법 성립 이전의 혼란한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경찰과 폭력단 간의 격렬한 투쟁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시라이시 가즈야 감독이 연출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2018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상영되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진정한 정의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해온 작가 유즈키 유코는 <고독한 늑대의 피>를 통해 사회 뒷면에 자리한 음지의 정의를 그려낸다.

1988년 폭력단 대책법 시행 전의 암흑천지 히로시마. 폭력단 계열 악덕 대부업체 직원의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엘리트 신참 형사 히오카는 야쿠자와 유착한다는 검은 소문이 끊이지 않는 형사 오가미와 함께 수사를 맡는다. 이후 총격전, 폭행, 살인 미수 사건이 잇따르는데, 일련의 사건은 오다니구미와 가코무라구미 간의 이권 다툼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가코무라구미의 도발로 시작된 폭력 조직의 대결에서 오가미는 오다니구미 편에 서서 가코무라구미를 괴멸시키려 하고, 세력 대결을 넘어 두 폭력 조직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언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고독한 늑대의 피>에서 형사 오가미가 신참 형사 히오카에게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야쿠자라는 음지의 세력이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해서 오가미 형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정의라고? 내게 그런 건 없어."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은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 같은 거야."

이 책에서 오가미 형사가 살해된 후 신참 형사였던 히오카가 오가미 형사만이 지녔던 늑대의 피를 물려받는 각오를 결심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고독한 늑대의 피>는 음지의 세계 안에서 활약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빠른 전개와 흡입력으로 읽어낼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