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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겨울 ㅣ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5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7월
평점 :
<무민의 겨울>은 토베 얀손이 <이브닝 뉴스>에 ‘무민 코믹 스트립’을 연재하며 부담을 느끼던 시기인 1957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한겨울 무민 골짜기의 추위와 어둠 속에서 혼자 깨어난 무민이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두려움과 외로움, 책임감을 느끼고 죽음을 경험하는 등 전작보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무민은 앙상한 가지가 잔뜩 뒤엉킨 재스민 덤불을 보고 두려움에 휩싸여 생각한다. 무민은 조그맣지만 결단력 있는 발자국을 남기고, 나무를 지나쳐 곧장 남쪽으로 향했다.
" '죽어 버렸어. 내가 잠든 동안 온 세상이 죽어 버렸어. 이 세상은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한 곳이야. 그로크 같은 녀석을 위한 곳이겠지. 여기는 이제 무민들이 살 만한 곳이 못 돼."
봄은 무민을 낯설고 적대적인 세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의 시기라기보다 무민이 극복하고 받아들인 새로운 경험이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사실, 겨울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나도 괜찮다. 이 첫 봄 밤과 거실에 불어든 바람만으로도 그럴싸한 결말을 내기에는 충분하고, 그러면 모두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상상할 자유를 누릴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대로 끝낸다면 눈가림밖에 되지 않는다."
추운 밤에 유리 덮개를 덮어 주자는 스노크메이든의 말에 무민이 "덮지 않는 게 좋겠어. 알아서 헤쳐 나가도록 내버려두자. 어려움을 조금 겪고 나면 훨씬 잘 자랄 테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햇볕을 등지고 녹아내리고 있는 눈 위를 달리며 무민이 너무 행복해하는 장면이 아련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