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만든 사람들 -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을 그리다
발 로스 지음, 홍영분 옮김 / 아침이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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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겉표지가 아름다운 책이 있을까? 
호기심과 궁금증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나에게는 또다른 동기부여 하는 일이 생겼다.
모방송 프로그램인 '세계사의 미스터리'에서 '빈랜드 지도이야기'가  다큐형식으로 방영되었다.
책에 나와있는 내용보다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다.
앤조 페르올리라는 사람은 고서적 판매상으로 '역사의 거울'이라는 책을 팔기위해
런던 대영박물관으로 갔으나, 그 속에 끼어있는 빈랜드 지도가 진짜인지 확실하지 않아
책 파는게 거절당하자, 미국의 서적수집가에게 팔게 되고, 이 사람은 다시 예일대학의
후원자에게  엄청난 돈을 받고 되팔게 된다. 예일대학에서는 콜롬부스 기념일에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 발견자가 바이킹이라는 사실과 빈랜드지도를 선보이게 되나,
진위여부로 미국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온갖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가짜라는 사실이
더 우세하게 되나,아직도 진품이라는 학자들도 많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겉표지에 나와있는 그림지도가 '카탈루냐 지도집'에 실려있는 지도임을
알게 되면서,우리가 배운 교과서 속에 등장하는 재미없는 지도가 전부가 아니었음을,
왜 그토록 정형화되고 제미없는 지도만 소개시켜 주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세계사 공부에 지도는, 영어공부에 사전과 다름없는데 말이다.
또한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세계지도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세계사의 부족한 2%를 메울 수 있었다. 다만, 대부분 지도를 만든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에 비해
국가나 권력자 입장에서 자행하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 세금확보,영토확장,군사상 요청등, 
잊지말아야 할 것은 그러한 지도가 탄생하기까지
오랜 세월과 많은 용기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첨단 과학기술 덕분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지도 척척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 있고,
앞으로도 인간의 필요에 의해 더 진보된 형태의 지도의 모습은 등장할 것이다이
책에는 볼거리가 참 많다.
재미있는 지도며,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과 자세한 설명코너는 덤으로 얻는 선물이다.
메르카토르 투영법의 탄생, 태평양의 섬들을 지도책에 채워넣은 제임스 쿡,
존 머리의 해양지도,유잉,헤젠,타프의 해저지도, 지금은 인공위성에서 찍은 지도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서술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 관한 기록이나 지도에 관한 이야기는
나와있지 않다.(우리에게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있는데)
다시한번 지도를 왜 만들었을까?  반문해보면서 지도를 통해 끝없는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후세대에게 꼭 필요한 유산을 남겨준 역사속의 인물을 그려본다.
어렵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아 가족 모두 읽어봐도 좋을 듯 싶다.
오랜만에 눈이 즐거운 책을 만나 반가왔다. 소장가치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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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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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묘호란(1627년)이 일어난 지 10년만에 다시 전란에 휩싸인 조선.
청나라가 형제관계에서 군신관계를 요구하여 조정은 다시 주전론과 주화론간의
공론이 일고 "힘의강약을 돌보지 말고 옳은 길을 가야한다"는 명분을 걸고
대세는 주전론으로 기울어 선전의 교서가 내려진다.
이에 용골대가 이끄는 10만의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파죽지세로
5일만에 서울을 유린하고, 7일만에 남한산성을 포위하게 된다.
김훈의 소설은 여기부터 시작한다.
역사소설이라면 이전배경인 인조반정이나 이괄의 난을 언급할 만도 한데,
한마디 설명도 없다. 그냥 쫓겨 입성한 12월14부터  1월30일에 농성을 풀고
출성할때까지의 45일간의 일들을 다룰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시시하고 단조로운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정녕 남한산성에 들어가 조정에서 한 일은 특별히 없다.
한번 나가 싸워 완패한 일외에 모여서 논쟁만 일삼았다고 한다.
당시 남한산성에는 1만4천여명의 군사와 50일간의 식량만 준비되어
있을뿐, 객관적으로 도저히 싸움의 상대가 되지 않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주전파는 현실불가능한 의와 예를 앞세우고,
주화파는 현실가능하지만 치욕을 놓고, 한판 말싸움을 한다.
결국은 둘다 살기를 바라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앞에 적을 두고 밴덩이젓 한독을 나누는 문제도 어명을 받들었다.
작가는 남한산성안에서 서로간의 소통이 없는 묘당에서의 말들을 옮기면서
결국은 누가 주화파인지,주전파인지,싸우자는 것인지,투항하자는 것인지,
갈수록 분간없을 정도로 혼동스러워졌고,
세상을 적대적으로 만들어갔다고 보고있다.
 
[남한산성]에 등장하는 인물은 많지않다.
척화파의 예판 김상헌과 주화파의 이판 최명길의 대립,
우유부단한 영의정 김류, 대장장이 서날쇠, 청의 앞잡이 정명수등..
작가는 남한산성에 갇혀있던 45일간의 생활상을 담담하게, 때로는 비장하게 
그리고 있다. 임금의 출성에 앞서 김상헌이 자결을 시도하는 모습이나,
역적을 자처하며 답서를 적어가는 최명길의 장면은 길은 다르나
충정의 마음은 같다고 보고 있다.
물론 작가는 수어사 이시백이 최명길에게 "자신은 아무편도 아니며
단지 적을 잡는 초병"이라고 말한 것처럼,
370년전의 치욕의 그 날들을 어느편에서도 아닌 입장에서 그려가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지 않는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작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세간의 말들이 많은데,
진보니,중도니,보수니,자신은 그런 것은 개의치않고
개념규정되지 않는 개념들 가지고 논하는 것은 가당치않으며
의미없는 비연속적 일들을 가지고 일관성을 운운하지말라고 일축해버린다.
 
천한 신분인 서날쇠에게서 사대부인 김상헌은 삶의 지혜를 배우며
무기수리부터 임금의 칙서를 지방에 전달하는 일까지,도움을 받는다. 
칼을 들고 적 앞에 나가 싸우기를 두려워하면서, 입으로만 공론을 벌이는
사대부의 이중적인 모습에 백성과 군졸은 죽기를 다해 나가 싸우기는 커녕
오히려 반란까지 모색한다.그만큼 민초들의 생활은 절박하고 비참했었다.
45일간의 농성을 풀고 1637년 1월 30일 삼전도에서 항복함으로써,
모든 것이 끝이 나지만,[남한산성]에서는 명분과 실리의 공허한 메아리는
역사속에서 남아 계속 울리고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많아 보이지 않다.
가까운 우리의 현대사를 되짚어봐도 일제앞에, 공산당앞에, 독재정권앞에,
신군부앞에 생사의 갈림길을 치욕으로 견뎌오지 않았던가,
삶은 승리와 영광만이 있지않고 굴욕과 인내의 시간도 있다고 하지만..
진정 지식인이 걸어야 할 길을 무엇인지 다시한번 진지하게 반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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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14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 강양구의 과학.기술.사회 가로지르기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1
강양구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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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죽은 화석연료를 태워 움직이지만,
자전거는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로 돌아간다.
페달을 밟는 순간 소진에서 지속으로, 경쟁에서 협동이 일어난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의 저자 홍은택기자는 말한다.

반드시 여행이 아니더라도, 생활속의 과학기술과 관련한 이야기를
과학,기술,사회의 세바퀴로 연결된 과학자전거를 통해 다루고 있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내용은 과학기술의 성과와 한계,
과학기술이 해결할 문제점과 그 대안책을 다루고 있다.
비교적 간결하고 많지 않은 내용으로 핵심을 다루는 글솜씨가
기자다운 면면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 황우석 사건을 계기로 10대 청소년으로부터 받았던
비난과 비판에 대해 저자는 청소년과 직접 대화에 나선다.
나역시 황우석사건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는터에
저자의 과학기술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대안에 귀 기울여 본다.

문득 책을 보다가, 얼마전에 읽었던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속에
등장하는 뉴욕타임스의 과학전문기자인 ''지나콜라타''가 떠올랐다.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후 사이언스,뉴욕타임스 과학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이력이나 그녀의 저작 [복제왕 돌리][독감][헬스의 거짓말]등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점들이 비슷해서일까

특히,[복제양 돌리]는 우리나라를 들쑤셔 놓았던 황우석 사건을 예감케
하는 책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강기자에 대한 극과 극의 시각을
보게 되었고, 저자 나름의 많은 고뇌의 시간들을 보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역시 과학해서 정말 행복했을까?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야겠다.
책의 내용중 신문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신선함이 떨어졌고,오히려 최근의 이은희씨의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나
이기영교수의 [지구가 정말 이상하다]에서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다만, 깊이읽기코너를 마련하여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 참조할 만 하다.

저자가 당부한 것처럼, 세바퀴로 연결된 자전거는 과학,기술,사회속의
그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고, 상호 합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페달을 밟는 순간 지속과 협동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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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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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전에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어본 책이다.
짧막하게 구성되어진 내용들, 하나하나가 때로는 입가에
미소를 때로는 진지한 생각을 갖게 했다.
요즘 출판시장에 일본소설이 강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젊은 신예작가의 등장은 독자의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2.우리소설도 재미있어요!
 
최근 일본소설이 출판가를 점령하다시피하며 봇물을 쏟아내는
이유는 뭘까, 나 역시 일본의 톡톡튀는 작가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오쿠다히데오,미야베미유키,이사카고타로,가네시로카즈키등
하루키,바나나만 알고 있던 나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또한, 일본소설은 가볍고 날렵한 문체를 구사하면서도,문제의식은
가볍지 않게, 무게감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왜, 갑자기 일본소설타령이냐고? 그동안 우리 소설은 너무 이념적이고
무거운 문제의식속에 내용이나 문체가 지루하다는 평이 있었다.
물론, 김영하,성석제,박민규씨 작품들은 냉철한 비판의식과 희극적
요소도 가미하여 일정한 독자군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김언수씨의 [캐비닛]역시 독자의 입장에서 기대가 크다.
 
3.[캐비닛] 읽기
 
사시공부하다가 2차시험에 계속 낙방한 공덕진은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고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연구소라서 특별한 할일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우연히 읽게된 캐비닛속의 파일. 그속에는 40년동안 권박사가 연구한
'심토머'에 대한 기록들로 가득 차있다.
 
은행나무인간, 토포러,메모리 모자이커,키메라, 타임스키퍼,다중소속자,
네오 헤르마프로지토스,외계인 무선통신모임,삼쌈둥이, 공포증환자들.
그들은 세상의 아웃사이더들이다.그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올리버색스의 소설속에 나오는 신경계통의 환자들처럼, 그들은 미친 것이
아니며,그들 나름대로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러한 심토머들을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서술하지 않고,
환경과 조건만 설정해주고 그들의 움직임들을 뒤쫓아 갈 뿐이다.
 
여기에는 작가의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다.
심토머들은 자기멋대로을 살면서, 세상의 주류에게 실랄한 비판을 가한다.
세상의 주어진 잣대와 기준에 부합해야만 적응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한 틀에
못살게다며 아우성치는 또다른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권박사의 말대로 미래에는 보다 이타적이고 따뜻하고 박애적인 인간의
종이 출현했으면 하는 바램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박민규 소설이 무생물,동물,우주계의 관점에서 , 지금의 힘든 현실이
아무것도 아니다며 애써 자기 위안을 삼는 것과 다르게 [캐비닛]은
거대 권력의 힘에 의해 이러저리 잘린 자신의 몸둥아리를 가지고
또다른 우리의 별종인 심토머를 통해 화산폭발후 유일한 생존자인
루저 실바리스처럼 세상을 다시 아름답게 그리고 싶은 것이다.
 
4. 소장가치
 
내용이 단편적이어서 흐름이 원할하지 않고,마지막 비약적인 엉성한 구성으로
끝을 맺지만, 작가의 유머스러운 상황묘사와 상상력의 힘은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일본소설에 못지않게 재미있고, 문제의식이 깃든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도 두터운 작가층이 형성되어 독자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으면 한다. 독자들 역시 우리소설에 관심을 ...소장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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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포퍼 논쟁 - 쿤과 포퍼의 세기의 대결에 대한 도발적 평가서
스티브 풀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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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전에
 
리뷰 신청 당시 황우석사태와 관련한 '과학의 검증 주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주제로 글을 올리면서 여러 책을 참조하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함께 읽었다.
제한된 시간이라서 더 깊이 생각하지도, 사고가 숙성되지 않은 상태로 리뷰 글을
적게 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얇은 책임에도,인용되는 학자와 개념들이 등장하여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을 감출수는 없지만,그래도 큰 윤곽을 잡아가며 두번 읽었다.
읽은 내용을 정리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책을 참조했음을 밝혀둔다.
* 현대과학철학논쟁(민음사), 현대과학철학의 문제들(아르케:2장과 5장-반증과
반증주의,과학의 합리성),열린사회와 그 적들(민음사),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남경태:토마스쿤 편), 현대철학의 흐름(칼포퍼 편: 신중섭)
 
 
2. 쿤/포퍼의 사상을 조명해보며
 
1965년 런던대학의 국제과학철학 세미나를 통해 쿤계보와 포퍼계보학자들간의
논쟁이 있었다.  사실 쿤/포퍼의 논쟁에 앞서 플랭크/마흐논쟁이 있었는데,
플랭크는 과학자체 목적을 위해 과학추구의 과학전문주의를 주장하고,
마흐는 과학엘리트의 이기적인 성격에 강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플랭크는 대중적인 감시를 무시했는데, 쿤 역시 철학적 감시를 등한시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에 쿤이 냉전시대에 군사복합체에 활동한 과학자집단에게
면죄부를 부여해 주었다는점과 지식인으로서 소극적대응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저자의 쿤에 대한 비판과 포퍼에 대한 새로운 조명역시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 이유는 먼저 각각의 진영에서 제기한 '과학의 합리성'에 대한 개념
정의가 다르고(포퍼계는 보다 규범적인 색채가 강함),논의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계속되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된 점이 있기 때문이다.포퍼나 라카토스의
관점에서는 쿤은 비합리주의자지만,쿤의 관점에서는 그들은 실제 과학과 거리가
먼 합리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근대 과학의 출현이후 합리성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고,과학적 지식은 곧
합리적 지식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형성되었다,그러나,왜 합리적인가라는 문제는
과학의 본성과 밀접한 관련되어 이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않다.
여기에 과학의 객관성은 정당화 문제와 관련되어 있고,합리성은 지식뿐만아니라,
인간의 행위와 관련이 있는 개념이다.전통적인 과학철학이 과학,진리,객관성,
합리성,진보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개념을 간주한 것에,새로운 과학철학은
이러한 개념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과학철학의 통념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쿤은 과학의 역동적인 측면인 과학혁명과 과학철학자들이 이론을 선택하는
과정으로 촛점을 옮겨,과학의 합리성을 핵심주제로 만들었다.반면에 이전의
논리경험주의자들은 증거와 이론관계를 중심으로,검증,입증,반증된 과학은
정당화된,합리적인 지식으로 본다,즉,과학적 추론의 논리성과 경험적 기초가
과학의 합리성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였다.과학철학자들은 플라톤이래 지식론의
전통안에서 과학에 대한 본질탐구를 시도하고,특히 데카르트신드롬의 절대적인
영향아래 시대초월의 보편적 통일된 과학적 방법론이 있고 이를 이용하여 비과학
과 구별질 수 있다고 본다.
 
쿤은 과거와 현재의 과학의 실행에 나타난 연구,이론형성,이론전환과 관련된
사항들을 검토하며 과학철학자들이 제시한 합리성의 기준이 과학자집단에 의해
지켜지지 않는다면 비합리적인 탐구로 속단하지말고,적절한 과학적 탐구의
절차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함을 제시한다. 정상과학과 과학혁명을 대비하며
정상과학시기에는 하나의 패러다임하에 연구작업,문제풀이를 한다.
그러나 과학의 성과들이 기존의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의문이 누적되어
과학혁명의 시기가 되면 문제푸는 방식이 아닌 문제 내는 방식이 바뀌게 된다.
과학혁명은 정상과학에서 이상현상이나 새로운 발견이 촉발되며, 기존의 것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과학혁명은 정상과학의 연장하는 선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1962년[과학혁명의 구조]는 그렇게 탄생한다.
 
이에 대해 규범은 행위를 통제할 합리적 기준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쿤의 역사주의가  합리적 인식행위로서의 과학을 예측불가능한 역사적 흐름에
맡겨버리고, 인식통제적 기능을 포기할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칼 포퍼는 진정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의 구별기준으로 '반증가능성'원리를 든다.
이는 베버의 신념과 책임의 원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나아가 역동적인 과학탐구와 민주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점증적 사회공학을
역설하고,'열린사회의 적'에서 밝힌 바처럼 전체주의에 맞서 방법론적 개체주의에 입각,
끊임없는 비판의식을 강조한다.
 
3. 마무리
 
스티브 풀러의 이번 도서는 토퍼계 입장을 대변하는 책이다. 저자가 말한대로
"우리의 정신이 그들을 식민화하지 않으면 반대로 그들이 우리의 정신을 식민화화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양쪽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거리를 두며 바라볼 필요가 있다.
쿤이 제기했던 문제의식이 과학계의 새바람을 주었고, 오늘의 소수가  내일의
다수가 될 수 있는 변화가능성과 희망의 메세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쿤이 정치지향적이며 지식인과 전문가 집단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불허한
점이 사실이라면, 또다른 비합리적인 사회체제로 이행될 수 있음을 경계할
부분이다. 따라서 사회곳곳에서 아직도 부익부 빈익빈이 계속되고, 자신들만의
영역 굳이기가 성행되는 시점에서 일반서민들의 다수의 날가로운 눈빛은 계속
살아있어야 한다. 또한 포퍼의 규범주의가 타집단의 참여와 비판의식을 통해
과학계를 지속적으로 정화시켜 줄 수 있다는 장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단,포퍼의 점진주의 사상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체계속에서 이루어지는 미봉책이며
단편적일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의 보수적인 성향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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