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정묘호란(1627년)이 일어난 지 10년만에 다시 전란에 휩싸인 조선.
청나라가 형제관계에서 군신관계를 요구하여 조정은 다시 주전론과 주화론간의
공론이 일고 "힘의강약을 돌보지 말고 옳은 길을 가야한다"는 명분을 걸고
대세는 주전론으로 기울어 선전의 교서가 내려진다.
이에 용골대가 이끄는 10만의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파죽지세로
5일만에 서울을 유린하고, 7일만에 남한산성을 포위하게 된다.
김훈의 소설은 여기부터 시작한다.
역사소설이라면 이전배경인 인조반정이나 이괄의 난을 언급할 만도 한데,
한마디 설명도 없다. 그냥 쫓겨 입성한 12월14부터  1월30일에 농성을 풀고
출성할때까지의 45일간의 일들을 다룰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시시하고 단조로운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정녕 남한산성에 들어가 조정에서 한 일은 특별히 없다.
한번 나가 싸워 완패한 일외에 모여서 논쟁만 일삼았다고 한다.
당시 남한산성에는 1만4천여명의 군사와 50일간의 식량만 준비되어
있을뿐, 객관적으로 도저히 싸움의 상대가 되지 않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주전파는 현실불가능한 의와 예를 앞세우고,
주화파는 현실가능하지만 치욕을 놓고, 한판 말싸움을 한다.
결국은 둘다 살기를 바라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앞에 적을 두고 밴덩이젓 한독을 나누는 문제도 어명을 받들었다.
작가는 남한산성안에서 서로간의 소통이 없는 묘당에서의 말들을 옮기면서
결국은 누가 주화파인지,주전파인지,싸우자는 것인지,투항하자는 것인지,
갈수록 분간없을 정도로 혼동스러워졌고,
세상을 적대적으로 만들어갔다고 보고있다.
 
[남한산성]에 등장하는 인물은 많지않다.
척화파의 예판 김상헌과 주화파의 이판 최명길의 대립,
우유부단한 영의정 김류, 대장장이 서날쇠, 청의 앞잡이 정명수등..
작가는 남한산성에 갇혀있던 45일간의 생활상을 담담하게, 때로는 비장하게 
그리고 있다. 임금의 출성에 앞서 김상헌이 자결을 시도하는 모습이나,
역적을 자처하며 답서를 적어가는 최명길의 장면은 길은 다르나
충정의 마음은 같다고 보고 있다.
물론 작가는 수어사 이시백이 최명길에게 "자신은 아무편도 아니며
단지 적을 잡는 초병"이라고 말한 것처럼,
370년전의 치욕의 그 날들을 어느편에서도 아닌 입장에서 그려가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지 않는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작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세간의 말들이 많은데,
진보니,중도니,보수니,자신은 그런 것은 개의치않고
개념규정되지 않는 개념들 가지고 논하는 것은 가당치않으며
의미없는 비연속적 일들을 가지고 일관성을 운운하지말라고 일축해버린다.
 
천한 신분인 서날쇠에게서 사대부인 김상헌은 삶의 지혜를 배우며
무기수리부터 임금의 칙서를 지방에 전달하는 일까지,도움을 받는다. 
칼을 들고 적 앞에 나가 싸우기를 두려워하면서, 입으로만 공론을 벌이는
사대부의 이중적인 모습에 백성과 군졸은 죽기를 다해 나가 싸우기는 커녕
오히려 반란까지 모색한다.그만큼 민초들의 생활은 절박하고 비참했었다.
45일간의 농성을 풀고 1637년 1월 30일 삼전도에서 항복함으로써,
모든 것이 끝이 나지만,[남한산성]에서는 명분과 실리의 공허한 메아리는
역사속에서 남아 계속 울리고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많아 보이지 않다.
가까운 우리의 현대사를 되짚어봐도 일제앞에, 공산당앞에, 독재정권앞에,
신군부앞에 생사의 갈림길을 치욕으로 견뎌오지 않았던가,
삶은 승리와 영광만이 있지않고 굴욕과 인내의 시간도 있다고 하지만..
진정 지식인이 걸어야 할 길을 무엇인지 다시한번 진지하게 반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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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14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